색채로 소통하는 세상 꿈꾸는 - 정영렬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장

KBS 색채연구소 출신 전문가
색채는 모든 예술 공통 언어
고양시 색채 표준 미비 아쉬워
색으로 행복한 도시 고양 꿈꿔

정영렬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장은 “도시가 아름다워야 사람이 자긍심을 느끼게 되는데, 색채가 그 시작점”이라며 “색채를 통해 문화, 체육, 관광 분야를 융합하고, 고양시를 ‘색으로 행복한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영렬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장은 “도시가 아름다워야 사람이 자긍심을 느끼게 되는데, 색채가 그 시작점”이라며 “색채를 통해 문화, 체육, 관광 분야를 융합하고, 고양시를 ‘색으로 행복한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정영렬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장은 한국방송공사(KBS) 색채연구소 출신의 색채 전문가다. 그는 최근 경희대학교 미술대학에서 ‘APPLY COLOR: Color Science’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했고, 음악대학에서는 ‘음악과 함께하는 색채(COLOR MATCHING WITH MUSIC)’를 주제로도 강연할 예정이다. 예술과 색채를 접목하려는 삶을 이어온 그의 이야기 속에는 색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고양시를 사랑하는 시민으로서의 애정도 담겨 있는 듯했다.

페인트 회사에서 KBS로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서 태어나 성북동에서 자란 정 원장이 색채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경희대 공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페인트 회사 KCC에 입사하면서부터였다.

“당시 KCC에서 색채를 분석하는 부서에서 근무했어요. 미국에서 들어온 색상 분석 기계인 ACS(American Color Systems)를 다루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습니다. KBS가 저를 스카우트했던 이유죠.”

국내에서 컬러 TV 방송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 KBS 색채연구소에 합류한 그는 15년간 방송 색채 표준화 작업에 매진했다. 당시만 해도 방송에선 컬러 기준이 없었다. 화면 속 조명, 의상, 세트가 서로 어울리지 않아 시청자들은 눈이 피로했다. 그래서 그는 ‘표준색’을 만들었다. 그가 한 일은 명도, 채도, 색상을 수치로 정리하고 그것을 각 부서가 공유하도록 시스템을 짰다는 설명이다.

“우리가 색을 말할 때 단순하게 ‘빨강’, ‘파랑’이라 부르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색은 다 다릅니다. 그래서 색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서술어 연구가 필요했죠.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색채 용어를 그대로 번역해 썼는데, 우리 정서와는 잘 맞지 않았거든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는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계통색 이름체계로서 서술 형용사의 적합성 분석’이라는 주제로 석사 논문도 썼다. 색채를 표현하는 한국적 서술어를 개발하기 위해 설문조사와 의식 조사를 통해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색채 표현 방식을 연구한 것이다.

정영렬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장
정영렬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장

아쉬움이 큰 고양시 색채문화
“색채는 미술,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색채학이라는 학문 자체도 하나의 종합 학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는 색채를 단순히 미술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의 공통 언어라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경희대학교에서의 연속 특강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인 셈. 미술대학, 음악대학, 무용대학을 차례로 찾아 색채와 각 예술 분야의 접점을 설명하자 학생들의 호응도 높단다.

“장르의 경계가 없어지는 시대입니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도 없어졌고, 기업에서도 융·복합적 인재를 원하고 있잖아요.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다원 예술, 즉 여러 예술 장르가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과 관광대학원에서 객원·책임교수로 활동하며 색채와 디자인 분야의 연구를 지속해온 정 원장은 고양시에 살면서 도시브랜드위원회 연구위원, 관광진흥위원, 시민감사관 등으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고양시의 도시 브랜드와 색채 관리 시스템을 지켜보며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고양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CI(Corporate Identity)가 있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재해요. 똑같은 예산을 들였는데도 결과물이 촌스럽게 보이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이유는 색채 표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색은 색상, 명도, 채도의 3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정확한 좌표로 표현해야 모든 제작물이 일관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죠. 성남시, 서울시 등은 이미 체계적인 CI 관리 시스템과 색표집까지 갖추고 각 부서의 디자인물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타 지자체의 색표집 [이미지 제공 = 정영렬 원장]
타 지자체의 색표집 [이미지 제공 = 정영렬 원장]

고양을 제2의 고향으로
그의 관심은 색채에만 머물지 않는 듯 보였다. 고양시에 20년 이상 거주하며 자연스레 제2의 고향으로 여기게 된 그는 신도시 주민들의 정착과 소속감에 대한 고민도 깊다.

“고양시에 신도시가 생긴 지 이미 30년이 넘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도 있지만, 어릴 때 이사를 와서 성인이 된 사람이 훨씬 더 많잖아요. 이들에게는 신도시 문화가 익숙하죠. 하지만 고양시를 자신의 고향처럼 여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그는 ‘원주민’이라는 용어보다 ‘선주민’이라는 표현을 제안하며 선주민과 신도시 주민 간의 화합을 강조했다. 또한, 고양시에 살면서 서울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이 모여 향수를 나누는 ‘서울 향우회’ 같은 커뮤니티도 필요한 거 아니냐고도 했다.

“저도 서울 출신이지만, 고양시에 오래 살다 보니 여기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고양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고양시에 좋은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정영렬 원장은 색채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심리 치유와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명상과 색채를 접목한 활동에도 관심을 두고 있단다.

“사람들에게 밑그림을 주고 자신의 마음대로 색칠하게 하면, 그 색을 통해 현재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청소년이나 고민이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제공할 수도 있죠.”

이러한 색채를 통한 심리 치유 방법은 그가 최근 설립한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의 주요 활동 방향이기도 하다. 그는 색채를 통해 문화, 체육, 관광 분야를 융합하고, 고양시를 ‘색으로 행복한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이제 예술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보다 넓게 활용되고 응용돼야 합니다. 예술과 기술이 융복합되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화체육관광융합연구원을 통해 고양시의 색채문화 정립에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도시가 아름다워야 사람이 자긍심을 느끼게 돼요. 색채가 그 시작점입니다. 고양시민들이 색채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색채를 통해 조금이나마 삶의 위안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미지 제공 = 정영렬 원장]
[이미지 제공 = 정영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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