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관객 소통하는 실험의 장
창작극 <불면증> 6월 8일까지 공연

다이닝씨어터는 말 그대로 연극과 식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연극식당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다이닝씨어터는 말 그대로 연극과 식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연극식당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고양신문] 일산 장항동 라페스타 먹자골목 끝자락 건물 5층에 낯선 이정표가 세워졌다. 
식당이자 공연장인 ‘다이닝씨어터’는 말 그대로 연극과 식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일산 최초의 연극식당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이미 존재하던 이머시브씨어터(관객 참여형 공연)의 형식을 지역으로 옮겨온 이 공간은, 작년 12월 개관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순항 중이다.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유쾌한 실험의 장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는 유쾌한 실험의 장

다이닝씨어터의 시작은 조대광 대표(1986년생)의 과감한 직업 전환에서 비롯됐다. 전직 소방공무원이었던 그는 일산소방서에서 7년간 근무하며 삶의 현장을 누볐고, 마흔 전 새로운 도전 사이에서 고민하다 불을 끄는 일에서 이야기를 지피는 일로 삶의 무대를 옮겼다. 
“생과 사의 현장을 지나 이제는 웃음과 감동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하는 기획자이자 운영자로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소방복을 벗고 그가 꾸려가는 공간은 공연 시작 전, 앞치마를 두른 배우들이 메뉴 주문도 직접 받고 서빙도 하며 관객을 가까이 마주하는 감각적이고 유쾌한 실험의 장이다. 연극과 식사를 결합한 이 공간은 대학로의 문법을 벗어나, 지역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연극보며 식사하는 이색데이트 코스, 다이닝씨어터
연극보며 식사하는 이색데이트 코스, 다이닝씨어터

조 대표는 친구와 함께 다녀온 서울의 연극 테마식당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사업을 결심했다. “공연을 보러 굳이 대학로까지 나갈 필요 없이 지역 안에도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음식과 하이볼과 같은 주류까지 동시에 곁들일 수 있으니 이색데이트 코스로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조 대표의 말처럼, 이 공간의 핵심은 ‘공존’이다. 배우의 숨소리가 접시 위에서 울리고, 관객의 눈빛과 반응이 그날 공연의 리듬을 결정한다. 객석이 무대가 되기도 하며, 즉흥으로 관객이 배우의 대사를 받아주는 엑스트라가 되기도 한다. 숟가락을 내려놓고 음식 냄새와 대사가 겹치는 순간, 관객은 더 이상 객이 아니다. 무대와 테이블 사이사이를 오가며 배우들은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엮어간다. 

은은한 조명 아래 펼쳐진 약 50평 남짓한 공간. 바 테이블과 커플석, 소규모 단체석이 앞뒤로 놓인 이곳엔, 최대 40명의 관객이 앉아 연극을 ‘마주’한다.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 친밀한 거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연 중인 창작극 〈불면증〉은 현실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연 중인 창작극 〈불면증〉은 현실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창작극 〈불면증〉은 현실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웹툰 작가를 꿈꾸는 석현과 매번 오디션에 낙방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백수 현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 남녀의 사랑과 가족의 따듯한 일상을 그려낸다. 상주 배우 강수인, 이유성, 김상묵을 포함해 총 9명의 배우들이 더블 캐스팅으로 무대를 채우며, 숨결의 거리 안에서 관객과의 감정 교류를 통해 회차마다 다른 색의 공연을 선보이는 중이다. 
1인 다역 감초 역할을 소화한 김상묵 배우는 대학로 24년 차 베테랑으로, 익살스럽고 노련한 연기로 극의 온도를 조율하며 관객의 웃음을 끌어낸다. 

공연은 6월까지 평일 1타임, 주말 2타임으로 진행된다.
공연은 6월까지 평일 1타임, 주말 2타임으로 진행된다.

이곳을 찾은 관객 연령층도 다양하다. 20대부터 40대, 커플뿐 아니라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객도 눈에 띈다. 현재 상영 중인 공연은 평일 1타임, 주말 2타임으로 진행된다. 
평일 공연은 예매 현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웹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볼 것을 귀띔했다. 공연 티켓 예매는 네이버 웹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다.

조대광 다이닝씨어터 대표는 “이 공간이 누군가에겐 오래 남는 기억의 한 장면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 바람을 담아 다이닝씨어터는 앞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작품을 교체하며, 다양한 서사를 담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양·파주·김포를 잇는 경기북부 공연예술 네트워크를 구상 중이라 말하는 그는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향후 로컬 문화 기반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명이 꺼진 자리 무대는 막을 내리지만, 온기는 관객 안에 흐른다.
그것이 바로, 공간이 건네는 연극 한 접시의 마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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