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어르신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며 그분들의 안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르신들의 무단횡단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 특히 신체적, 인지적 기능이 저하된 어르신들은 무단횡단 사고에 더욱 취약하다. 따라서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분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통안전 교육과 더불어 다각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행정안전부의 ‘2024년 전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보행사고 사망자 수는 255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이 1240명으로 가장 많았고, 무단횡단 등 횡단보도 통행위반, 돌발적인 행동 변화 등 피해자의 과실로 인한 사망자 수도 적지 않았다. 이는 어르신들이 도로 위에서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다.
대부분 지역에서 교통안전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 내용이 어르신들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교육 방식이 지루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기회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어르신들이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판단, 급한 상황, 또는 교통신호 대기 시간의 지루함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먼 거리를 돌아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대신 가까운 거리를 무단횡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부 어르신들은 과거의 교통환경에 익숙해져 현재의 변화된 교통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무단횡단은 위험하다’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는 교육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무단횡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통환경 조성과 효과적인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교통환경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횡단보도 대기 시간 연장, 보행자 우선 신호 도입, 무단횡단 방지 펜스 설치, 야간 조명 강화 등 어르신들의 보행 안전을 위한 교통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횡단보도 주변에 휴식 공간을 마련해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맞춤형 교통안전 교육을 해야 한다. 딱딱하고 지루한 이론 교육에서 벗어나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VR) 체험을 통해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직접 경험하게 하거나, 실제 교통 상황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교육을 통해 안전한 보행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자녀나 손주들과 함께 참여하는 가족 단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통안전 의식을 함께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어르신 교통안전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한 주기적, 반복적 학습이 중요하다.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주민센터나 노인복지관 등에서 어르신 특성에 맞는 ‘찾아가는 교육’을 제공해 참여를 높여야 한다. 특히 어르신들의 기억력 특성상 단발성 교육보다는 정기적인 방문 교육, 실습, 퀴즈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 꾸준하고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교통안전 수칙을 내면화하고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르신들의 무단횡단 사고 예방은 단순히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을 넘어,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일이다. 어르신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어르신 맞춤형 교통환경을 조성하고 효과적인 교통안전 교육을 제공하는 데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은 곧 우리가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교통 문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