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언론모임 바지연 조사
19곳, 비판보도로 광고 중단
태안시, 지역신문에 가산점
공정·투명한 기준 마련 필요
[고양신문] 최근 고양시가 마련한 ‘행정광고 배제기준’ 지침을 두고 ‘비판언론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한 광고 집행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자체장이 공적 세금으로 책정된 광고비를 가지고 비판 언론사를 길들이는 사례가 비단 고양시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다수 나타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9일 풀뿌리 지역신문사 연대조직인 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오원집, 이하 바지연)가 소속 회원사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 행정광고 집행 실태’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언론사 38개 중 4개가 소속 지자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현재 행정광고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언론사 4개 외에도 다른 언론사 15개 또한 과거 비판기사를 이유로 광고가 중단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설문에 참여한 전체 언론사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38개 중 19개)다.
해당 조사 보고서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된 게 바로 고양신문 사례였다. 고양시는 민선 8기 이후 시정에 비판적인 언론이라는 이유로 2년 넘게 고양신문을 행정광고 대상에서 배제했으며, 작년 11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시는 같은 달 무려 4건의 고양신문 기사를 한꺼번에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는데 그로부터 두 달 뒤인 1월 마련된 행정광고 집행기준에는 ‘언중위에 제소될 경우 해당 언론사는 (제소결과에 상관없이) 행정광고에 배제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광고 배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비판언론에 대한 언중위 제소를 남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단순히 언중위 제소만으로 해당 언론사에 대해 광고를 배제한다는 고양시의 기준은 타 지자체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었다. 실제로 바지연이 소속 신문사가 있는 48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행정광고 집행기준 정보공개청구 결과에 따르면 비판언론 광고 배제 기준은 일부 지자체에만 존재했으며 그마저도 언중위의 정정보도 등과 같은 해당 언론사의 명확한 귀책사유가 판명난 경우에만 해당됐다. 언중위 제소만 가지고 광고배제 기준을 마련한 곳은 고양시를 제외하면 경남 통영시가 유일했다.
반면 지역신문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며 오히려 행정광고 집행기준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지자체도 다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태안시(충남)는 “지역지는 지역언론 육성 차원에서 홍보 효과, 발행부수, 사무소, 종사자, 소재지 등을 감안해 차등 적용"한다고 밝혔다. 함양군(경남)은 "재난·긴급 상황 발생시 군민 안전·긴급 홍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광고를 집행한다"”며 “지역주민의 알권리 충족과 군정홍보 강화를 위해 지역신문을 우대한다”고 했다. 사천시(경남)도 '지역언론 육성 차원에서 지역지를 우대한다'는 기준이 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 '지자체의 광고집행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지역신문 38개사 중 22개사(57.9%)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A언론사는 “발행부수나 유료부수 등의 기준을 가지고 원칙을 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으며 B언론사는 “지역주민이 많이 보는 매체에 더 많은 지자체 행정광고가 실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홈페이지 방문자 수, 자체생산 콘텐츠 수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집행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으며, 나아가 건전한 지역신문 지원을 위한 기초단체 단위 관련 조례 제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바지연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지자체의 행정광고는 단순한 홍보수단을 넘어 지역언론의 생존과 건전한 지역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광고집행 기준 마련과 제도화는 지역언론 생태계의 다양성과 견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