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2025 고양국제꽃박람회가 한창이다. 1997년 시작된 꽃박람회는 누가 뭐래도 고양시를 대표하는 가장 큰 행사임에 틀림없다. 28년 전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출발은 정말이지 화려했다. 고양시는 군 시절이던 1991년부터 화훼산업 육성을 위해 ‘고양꽃전시회’를 개최해오다가 호수공원 개장을 계기로 국내 최초의 국제꽃박람회를 기획했는데, 한마디로 대박이 났다. 당시만 해도 변변한 지역축제가 드물었고, 새로 개장한 일산호수공원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맞물려 첫 해 무려 13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54억원의 입장료 수입을 달성했다. 시 승격, 일산신도시 개발, 호수공원 개장과 맥을 같이 한 꽃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는 고양의 변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공동체의 기억이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첫 회의 흥행기록이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 기록으로 남았다. 이후 관람객 숫자는 차츰 감소하더니, 최근 2~3년에는 30만명 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행사비용 적자도 한해 수십억 원 가까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꽃박람회의 흥행이 위축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고양시 화훼산업 규모 자체가 축소됐고, 전국 곳곳에 볼거리가 많아지다 보니 꽃박람회의 차별성을 부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행사가 열리는 일산호수공원의 공간적 매력을 최대한 꽃박람회의 흥행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유료 입장구간이 전면 확대되며 호수공원에 기나긴 펜스가 둘러졌다. 이런 선택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 예전과 달리 쾌적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고양국제꽃박람회 행사장이 확장되며 일산호수공원 곳곳에 긴 펜스가 둘러졌다.   
지난해부터 고양국제꽃박람회 행사장이 확장되며 일산호수공원 곳곳에 긴 펜스가 둘러졌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던 호수공원이 꽃박람회 유료 입장객만을 위한 행사장이 돼 버리자 민원이 폭발했다. 올해는 펜스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개선책을 내놨지만, 일년 중 숲과 호수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준비기간을 포함해 한 달 가까이 호수공원 산책을 차단당한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두 해 연속 꽃박람회장 안팎을 가르는 기나긴 펜스를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수십억 원을 써가며 시민들의 민원을 유발하는 행사를 치러야 할 명분에 설득력을 부여하기가 갈수록 버거워진다. 지금과 같은 패러다임을 내년에도 지속할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때가 왔다.

유경종 기자
유경종 기자

28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꽃과 나무를 사람들에게 쾌적함을 제공하는 존재로만 바라보는 관점은 이제 시효를 다했다. 고양시를 대표하는 문화 자산인 꽃박람회의 자부심을 이어가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생태적 감성까지 담아내는 축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행사장 안팎의 사람들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축제는 어떤 방식으로 실현 가능할까? 관심 있는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밑그림을 다시 그려보자. 나아가 시민들이 도출한 ‘꽃박람회 버전Ⅱ’ 밑그림을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각 당 시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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