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부상당한 멧도요, 얼떨결에 치료
정성 쏟았으나 안타깝게도 회복 못 해
장항습지 옆 야생동물 구조치료센터 시급

지인에게 구조돼 연구실로 옮겨 온 멧도요. '멧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치료와 돌봄을 시작했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지인에게 구조돼 연구실로 옮겨 온 멧도요. '멧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치료와 돌봄을 시작했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지난 4월 어느 봄날 아침, 한강변 행주마을 지인으로 부터 급한 전언이 왔다. 도로변에 새가 한 마리 쓰러져 있다고 했다. 사진을 보내와서 확인해 보니 멧도요였다. 죽은 것처럼 보여 냉동해 두면 가지러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날지는 못하지만 아직 살아있다는 게 아닌가. 우선 박스에 넣어 두면 가지러 가겠다고 하고 급히 주변 전문가들에게 문의를 했다. 대부분 살리기 힘들 것이라고들 했고, 야생동물 구조치료기관들은 너무 멀고 바빴다. 그래서 일단 우리 연구실로 옮겨 치료하기로 했다. 

상처부위를 자세히 보니 오른쪽 날개 안쪽에 심각한 외상이 있었다. 날개 근육은 이미 염증으로 부어서 볼록하게 솟아 있었다. 우선 다친 새를 진정시키기 위해 양말로 눈을 가리고, 상처 부위를 소독한 뒤 항생제 가루를 뿌려 주었다. 어느 정도 얌전해졌을 때 설탕물을 몇 모금 먹였다. 혹시라도 뼈가 부러졌을까봐 가급적 움직임이 덜하게 좁은 상자에 넣고 조명을 어둡게 해주었다. 수의학적 지식이 부족해 여기저기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혹시나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체크했다. 하루에 두 번씩 소독과 급식을 병행하고, 인터넷으로 먹이도 주문했다. 

멧돌이 먹이 주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멧돌이 먹이 주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다친 새 한 마리를 치료하는데 꼬박 세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새가 움직이지 않게 잡아 주어야 하고, 새의 날개를 벌려 상처부위를 소독하거나 부리를 벌려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하고,  약과 먹이를 직접 공급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루 정도 지나니 멧도요는 제법 안정이 되었고 날개에도 힘이 들어간 듯했다. 도요가 상자 속에서 꿈틀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왠지 하루가 즐겁고 뿌듯했다. 어느 순간 ‘얘가 살겠구나’라는 희망이 생겼다. 

만약 이대로 회복된다면 좋은 재활시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듯해서, 고양시에 유일한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리움에 연락을 했다. 다행히도 해양동물 전문기관이지만 도요새 재활을 해보겠다고 답을 주었다.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멧도요의 이름을 ‘멧돌이’라고 지어 주고 매일 치료하며 시간을 보냈다. 얌전한 멧돌이와 모두들 금세 정이 들어갔다.

멧돌이의 외상 치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멧돌이의 외상 치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멧도요는 걸음을 걸을 때 리듬을 타는 행동, 일명 ‘둠칫 둠칫’ 바운스춤으로 유명한 새이다. 주로 봄, 가을 이동하는 나그네새(통과조류, Passage migrant)다.  보통 도요는 갯벌을 이용하지만, 이 새는 산림과 숲가장자리, 하천변을 이용하는 새다. 그래서 이름에 ‘멧’이 붙어 있다.  

멧도요들이 왜 둠칫 춤을 추는 것일까. 동물행동학에서는 이들의 행동을 과시 행동(display behavier)으로 본다. 주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신호나 몸짓이다. 과시행동에는 이런 몸짓 외에도 소리와 냄새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대개 번식이나 먹이 경쟁, 영역 방어를 위해 사용한다. 특히 멧도요의 둠칫 둠칫 걷는 모습은 평상시 행동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했을 때 나도 너를 보고 있고 공격하면 날아가겠다는 신호로 이해되고 있다. 마치 닭이 위협을 감지하면 깃털을 꼿꼿하게 세우는 것과 유사한 행동이다. 

멧도요가 간혹 먹이를 잡을 때 발을 이용해서 땅속 생물들을 유인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멧도요처럼 부리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길어 보이는 새들은 부리 감각이 매우 발달하여 땅속 깊이 있는 먹잇감도 감각으로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굳이 발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흙 속을 부리로 탐침(peck)하듯 쪼거나 깊숙이 찔러(boring) 넣는 촉감만으로도 충분하다. 지렁이와 같은 먹잇감의 작은 움직임도 예민한 부리는 감지해 내는 것이다.  

경계와 은신의 탁월한 능력자인 멧도요. [사진출처=두산백과]
경계와 은신의 탁월한 능력자인 멧도요. [사진출처=두산백과]

멧도요는 경계와 은신에 탁월한 능력자다. 납작한 머리 양 옆에 달려있는 눈은 시야각이 180도에 달해 사각이 없으니 경계에 안성맞춤이다. 경계 행동은 그런 시야확보의 자신감에서 진화한 유별난 행동인 것이다. 언제든 여차하면 날아갈 수 있는 준비운동으로 둠칫 춤을 추는 샘이다. 또한 깃털은 풀색과 같은 보호색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위장술(camouflage) 때문에 적에게 쉬 노출되지 않는다. 장항습지에서도 10여년간 주간 조사에서는 출현하지 않았고 작년 야생동물센서카메라에서 단 한 차례 기록된 것이 전부다. 

이런 멧도요를 영국인들은 사냥감으로 선호하였는데, 은신과 경계의 귀재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래서 그들은 특별한 견종을 훈련시켰는데 그가 바로 코커 스파니엘(cocker spaniel) 견이다. 귀가 길고 털이 많아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이 견종의 이름에 멧도요(Woodcocker)가 붙어 있는 이유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안타깝게도 그러나, 며칠 뒤 멧돌이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아마도 구조될 당시 차량이나 유리창에 충돌한 후 조금씩 내부출혈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멧돌이 사고로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은 장항습지 주변에 야생동물 구조치료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양시에도 동물구조치료기관은 있지만, 야생동물은 취급하지 않는다. 오로지 개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야생동물을 구조·치료하려면 평택이나 연천의 경기도 운영시설로 가야 하는데, 그 거리가 만만치 않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야생조류가 집중하는 국내 최대 내륙습지보호지역인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특히 람사르습지인 장항습지와 그 주변 습지에서 재난을 당한 야생동물을 치료할 방법이 필요하다. 귀한 천연기념물이 아니더라도 멸종위기종이 아니더라도 야생의 생명들은 그 자체로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그들을 위해 장항습지변 군막사 하나쯤은 구조치료시설로 내어 주어도 되지 않겠는가. ‘자연과 조화로운 삶(Harmony with Nature)’이 우리 인류가 2050년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자연의 목표임을 잊지 말자. 

장항습지에 설치한 센서카메라에 포착된 멧도요의 모습.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에 설치한 센서카메라에 포착된 멧도요의 모습.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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