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의 가파도 편지 16

본 이미지는 AI로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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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개똥 같은 내일이야 꿈 아닌들 안 오리오마는 조개 속 보드라운 살 바늘에 찔린 듯한 상처에서 저도 몰래 남도 몰래 자라는 진주 같은 꿈으로 잉태된 내일이야 꿈 아니곤 오는 법이 없다네” 하여 나는 꿈꿔 봅니다. 어린이, 청소년들도 모두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꿈. 학교에서는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설명 듣고, 우리의 젊은 유권자들이 질문하는 꿈. 그리하여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고, 토론하는 꿈. 어차피 대통령 선거일은 공휴일이니 전날 모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투표를 진행하는 꿈. 아직 유효투표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초등 중고등학생의 표심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는 꿈. 어른들이 아이들의 꿈을 받아 안는 꿈. 

투표용지 한 귀퉁이에는 10% 할인 쿠폰이 붙어있어서 투표에 참석하는 선거인들은 그 쿠폰으로 지역의 상점이나 식당에서 선거가 있는 주간에는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꿈. 음식점마다 술집마다 선거 후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론하는 꿈. 투표가 잔치가 되고, 투표가 민주주의를 몸으로 느끼는 현장이 되는 꿈. 증오와 대립이 아니라 차이와 인정에 기반하여 아름다운 싸움이 되는 꿈. 이기고 지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성장하는 꿈.

“그대는 나를 몽상가라고 부르겠지만, 나는 한 혼자만이 아닙니다. 그대가 나와 함께 한다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그리하여 국민의 소망이 공약이 되고, 공약이 정책이 되고, 정책이 실천되는 꿈.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그 공약 실천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꿈. 충돌하는 공약은 서로 길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 그 합의점을 국민 모두에게 정성껏 알리는 꿈. 아득히 멀어 보이는 통일이나 평화니 화해니 배려니 복지니 연대니 자유니 평등이니 박애니 하는 인류가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단어들이 몸을 입어 성장하는 꿈.

학벌과 지역과 인맥으로 정치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정치가를 꿈꾸며 가장 작은 단위에서부터 실천하여 인정받아가며 성장하는 꿈. 작은 실적들이 외면당하지 않고 차근차근 누적되어 정치가의 밑거름이 되는 꿈. 아래로부터 성장하여 점점 그 영역이 넓어져 한 지역을 넘어 시도를 넘어 국가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꿈. 대한민국의 정치가라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누구에게나 자부심이 되는 꿈.

이런 꿈을 꾸다가 화들짝 잠이 깹니다. 내란 세력들이 아직도 버젓이 살아서 활개를 치고, 내란 수괴는 개를 끌고 다니며 공원을 산책하고, 어떤 재판관은 고급 양주로 향응 접대를 받았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는 끊임없는 테러 제보를 받아서 방탄복을 입고, 방탄유리에 둘러싸여 유세를 해야 하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현실이 여전히 상존하는데, 어디 개꿈이나 꾸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그리하여 꿈은 꿈대로 간직한 채 정신을 차리고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봅니다. 아름다운 꿈의 씨앗을 심으려면 먼저 자갈밭을 갈고, 묵은 뿌리를 거둬내고 옥토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먼저 내 마음속에 자갈밭은 없는지 점검하고, 민주주의의 토양을 만드는 일부터 착수하겠습니다. 대통령을 뽑기 전에 내가 민주시민으로 갖춰야 할 자격이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내란의 오물들을 치워야 합니다. 이간질과 악선동, 가짜뉴스와 과장된 포장을 거둬내겠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쉬지 않고 차근차근!

김경윤 인문학자
김경윤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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