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기후변화와 노무현 정신’ 추모강연
[고양신문] “노무현 정신으로 기후 변화를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하신 말씀 중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란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전기도 중앙 정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시민들에 의해서 만들 수 있잖아요. 고양시에도 고양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이 바로 이곳 옆방에 있습니다.”
노무현대통령 서기 16주기를 기념해 ‘기후변화와 노무현 정신’을 주제로 추모강연이 지난 11일 오후 3시 한양문고 데미안홀에서 열렸다. 고양파주 노사모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이 강사로 나섰고, 인근 파주지역 노사모 회원들을 포함해 100여명이 참석했다.
최근 ‘알쓸범잡’ 등 과학 관련 방송, 유투브에 다수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정모 전 관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하던 ‘깨어있는 시민’ 이야기를 기후위기와 접목해 설명했다. 해박한 과학지식과 데이터에 기반한 기후위기 진단에 참여한 시민들은 2시간여 동안 강의에 집중했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1인당 배출량이 전 세계 2등이고, 1등은 호주입니다. 그런데 1년 안에 우리가 1등이 될 것같습니다. 선진국이니까 당연하다고요? 에너지 많이 쓰기로 소문난 미국은 2023년부터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석탄 화력 발전량보다 많아졌어요. 바이든, 트럼프 대통령 시절 계속 그만큼의 에너지 전환을 해온 겁니다. 이제는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싼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시민들이 직접 발전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남 신안군은 태양광을 통해 모든 군민들에게 1인당 50만원씩 배당금을 주고 있습니다. 전라남도는 자기가 필요한 전기의 250%를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송전망과 연결을 해주지 않아 생산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후위기에 우리나라는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을까. 얼마나 심각할까.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 스스로 설계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하셨어요. 이제 풍력, 태양광은 우리 시민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됐어요. 에너지 문제는 ‘우리 후손을 위해서 지구를 좀 이렇게 기울여 문제를 해결합시다’가 아니라 당장 우리의 문제입니다. 기후위기는 곧 식량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식량 자급도가 42%, 잡곡은 25%밖에 안됩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유조선 팔아서 식량을 사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까요? 중동이 단 한 해 동안에 다 민주화가 되잖아요. 독재자 밑에서 수십 년 살던 나라가 왜 그럽니까? 2008, 2009년에 2년 동안 우크라이나, 러시아 여름 폭염으로 밀농사가 15% 감소했는데 그 영향으로 중동에서 곡식가격이 오른 겁니다. 국민들이 독재자 밑에서는 살아도, 굶고 살 수는 없다고 해서 나라를 뒤집어버린거죠.”
이정모 전 관장은 이처럼 ‘우리의 문제’로 기후위기를 고민하고, 이념과 편향을 떠나 논의를 시작, 실천할 것을 요청했다. 기후위기 극복, 해결은 어떤 정치적인 이유,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들이 지역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 ‘지구가 아파요, 지구를 살려주세요’ 이런 이야기는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죠. 지금까지 지구는 멀쩡했고 거기 살았던 생명체의 90%는 찬란하게 멸종했습니다. 자기 종의 수명을 다 누렸고 슬그머니 사라지면서 다른 생태계에 자리를 물려줬어요. 그런데 지금 혼자서 스스로의 잘못으로 멸종을 향해가는 생명체가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우리도 충분히 찬란하게 멸종할 수 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힘이 노무현 정신과 결합하면 우리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모 전 관장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정신, 과학과 기술, 사실에 기반한 토론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고양파주노사모 김희원 대표는 “작년까지는 일산문화광장에서 전시회 등 외부 행사를 해왔는데 올해 처음 강연으로 추모행사를 준비했다.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과제와 함께 이정모 노사모 회원의 의미있는 강연에 다들 좋았다고들 말해주었다”며 “다시한 번 노무현 대통령님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되새겨 깨어있는 시민들로 우리 노사모들이 선한 영향력을 미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