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 작가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 2권 출간
불교·전통건축에 대한 깊은 이해 토대로
한국 산사의 아름다움·가치 사진에 담아
1권 출간 후 7년만, 총 4권 완간 계획
[고양신문] 우리나라의 소중한 종교유산이자 전통건축의 정수인 산사(山寺)의 깊고 그윽한 아름다움이 불심 깊은 사진작가의 손에 의해 작품집으로 묶였다. 최우성 작가가 출간한 『사진으로 본 한국의 108산사』(얼레빗 刊) 2권에는 전국 곳곳에 산재한 천년고찰 27곳의 아름다운 풍광과 국가유산들이 생생한 사진으로 수록됐다. 2018년 1권 출간 이후 7년 만에 2권을 발간한 최 작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2권 출간이 예정보다 늦어졌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권당 27곳씩, 총 4권으로 108산사 사진집을 완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례를 펼쳐보면 등장하는 산사들이 삼각산 도선사부터 제주 관음사까지 전국을 아우른다. 영주 부석사, 예산 수덕사 등 누구나 아는 유명한 사찰도 있고, 진주 청곡사, 봉화 축서사처럼 조금은 생소한 곳도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국을 찾아다니며 지금까지 600여 곳 산사를 카메라에 담았다는 최우성 작가는 “경관적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적 가치, 사찰의 역사, 지역적 안배 등을 두루 살펴서 사진집에 넣을 산사를 고른다”고 말했다.
사진집에는 각 산사마다 10~12장의 사진들이 실렸는데, 사찰 한 곳당 1500장 넘게 찍은 사진들 중에 골라낸 작품들이다. 책에 수록될 산사를 택하는 것도, 작품을 고르는 것도 신중한 선택의 연속이다.
“사찰 사진은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다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같은 곳을 여러 번 찾아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어도 10여 장의 만족스러운 사진을 고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이렇게 사진선정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사진집을 통해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만이 아니라 불교문화의 다양한 가치들을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진집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고, 불상과 석탑, 단청과 현판, 탱화와 벽화, 범종각과 일주문 등 산사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섬세하게 응시한 작품도 있다. 그런가 하면 스님들과 불자들의 모습이 배경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사진들도 눈에 띈다.
사진만이 아니다. 각각의 산사를 소개하는 첫머리에는 2페이지에 걸쳐 사찰에 얽힌 역사와 건축적 특징, 설화, 유산적 가치 등을 서술해 놓았는데, 이 부분도 무척 흥미롭다. 예를 들어 부여 무량사는 흔치 않은 중층 구조인 극락전을, 공주 마곡사는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와의 인연을, 서울 봉원사는 국가무형유산 영산재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제주 관음사를 소개하는 글에서는 조선시대 불교 탄압으로 200여 년 동안 명맥이 끊어졌다가 숱한 어려움을 딛고 다시 재건된 역사가 기술돼 있다. 사진작가로서의 감각과 불교 역사에 대한 지식, 전통건축에 대한 안목이 한 권의 사진집에 모두 담긴 셈이다. 덕분에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면,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친절한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전국의 산사를 순례하는 듯한 감흥에 젖는다.
작가가 생각하는 한국 산사의 매력은 뭘까.
“같은 불교 건축물이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사찰은 형태가 서로 다릅니다. 우리나라 전통건축은 특히 처마선의 곡선이 무척 아름답지요. 단청의 섬세한 문양과 색감도 뛰어나고요. 아쉬운 점은 지금 우리 곁에 남아있는 산사들이 대부분 조선시대의 건축물이라는 점입니다. 고려시대와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훨씬 규모가 크고 화려한 사찰들이 지어졌는데,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그저 상상해 볼 뿐입니다.”
불교신자가 아닌 일반인이 산사를 좀 더 흥미롭게 방문하는 방법도 질문했다.
“산사는 속세와 구분되는 극락세계를 공간적으로 구성해 놓은 곳입니다. 문과 탑, 전각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있고 역할이 있습니다. 대웅전, 팔상전, 약사전, 명부전, 영산전, 삼성각 등 다양한 전각들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미리 공부를 조금 하고 찾아가보길 권합니다.”
전주가 고향인 최우성 작가는 내면의 고뇌와 씨름하는 청년기를 보내며 불교에 귀의했다. 이후 건축사로 일하며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어느덧 전문가의 경지에 올라 한국불교사진협회장(2017~2020)을 역임했고, 개인전과 회원전을 열기도 했다. 건축사로서도 남다른 분야에 천착했다.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인 최 작가는 일 년에 한두 명만 뽑는 국가유산실측설계사 자격증을 일찌감치 취득한 후 문화재실측과 보수설계, 사찰과 전통한옥 설계 등 바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 작가는 일산신도시 입주 초기인 1996년부터 대화동에 터 잡고 살고 있는 고양의 이웃이기도 하다. 10여 년 전에는 서울에 있던 사무실도 아예 고양으로 옮겼다. 주교동 고양시청 바로 앞 건물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간판을 내걸고 매일 출근하고 있다.
작가는 고양 사람들에게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고양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건축물인 영사정이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소실될 위기에 처한 것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조명해 복원을 이끌어낸 장본인이 최우성 작가다. 그의 남다른 안목과 노력 덕분에 사라질뻔했던 영사정은 2010년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됐고,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되어 고양의 소중한 건축유산이 됐다.
“무관심 속에 버려두면 문화유산들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뜻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절마다 특징이 다 다릅니다. 2000년 역사를 계승한 한국 불교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미래세대까지 전하고 싶은 마음을 사진집에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