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in 고양 – 고양경제포럼 : 트럼프 2기 정책의 한국 여파
트럼프발 관세 전쟁 충격 현실화
수출 급감하며 성장률 0%대 추락
미·중 관계 긴장-완화 반복될 듯
불확실한 금융시장 ‘불편한 상승’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정책 시급
[고양신문]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이 3월부터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재개했고 한국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실적은 18% 감소했다. 특히 중소 철강 기업은 35%의 수출 감소로 타격이 극심했다. 급기야 KDI는 14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 갈등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고 있고, 미국 금융시장의 신뢰 위기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소노캄 고양에서 14일 아침 고양상공회의소 조찬강연회와 콜라보로 진행된 제67회 고양경제포럼에서도 이러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화두에 올랐다. ‘트럼프 2기 정책의 한국 여파’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NH투자증권 김병연 투자전략부 총괄 부서장과 정여경 리서치 본부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테이블 위의 죽은 개’ 전략 역풍
김병연 부서장은 ‘브랜드 뉴 코리아(Brand New KOREA): 테이블 위의 죽은 개와 한국 신정부 정책 영향’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강력한 관세 정책을 발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협상에서 극단적 주장인 ‘테이블 위의 죽은 개’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상대방을 당황하게 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는 충격 요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참모인 스티븐 미란이 관세와 외환시장 개입을 실행할 때 연준과 협력해 단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권했지만, 트럼프는 이번에도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테이블 위의 죽은 개’ 협상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략이 잘 먹히지 않으면서 미국 정부가 당황하는 모습이죠. 최근 투자자들이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약화를 드러내는 것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김병연 부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 기조는 감세와 규제 완화로 미국 내 경기과열을 부추겨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안정을 주시하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더 커지면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우리 수출 –4% 기록할 듯
사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 타임라인은 말 그대로 거침이 없다. 3월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일부 품목 25% 관세를 시작으로 4월 중국 수입품 4400억 달러에 145% 관세, 5월 2일 자동차 부품·반도체에 25% 관세, 6월 의약품 25% 관세 도입, 그리고 7월 9일 그동안 유예했던 국가별 상호 관세 종료 등 관세 폭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여경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수출에도 타격을 줘 올해 우리 수출은 -4%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김병연 부서장은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급진적 관세 정책으로 인해 4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4.5%까지 치솟으며 채권 시장에서 패닉 셀이 나타나며 달러 약세 추세가 뚜렷해져 결국 연준이 개입해 하향 안정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서장은 “경제지표 둔화와 기업 이익 감소 등 즉 실물 경제가 나빠지는데도 트럼프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며 자산 가격만 오르는 ‘불편한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국내 증시도 3분기에 코스피가 2850P까지 상승하고, 아울러 조기 대선 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반기에는 코스닥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더 양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병연 부서장은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철저히 관리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융시장의 신뢰 회복과 함께 미·중 관계를 향후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꼽은 김 부서장은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긴장-완화’의 반복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중국은 항미주의를 내세우며 수출이나 내수 관련해서는 버티기 모드를 유지하면서 기회를 엿본 하이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데 더욱 집중하겠지만, 트럼프는 금융시장 혼란 가중, 지지율 급락으로 정치적 압력 확대, 감세·금융규제 완화 등 정치적 필요에 따라 완급을 조절할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인 2018~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 상황을 돌이켜 보면 90일 유예, 협상-분쟁 반복, 시장의 롤러코스터가 연출된 바 있다.
새 정부 재정정책 확대 불가피
이날 포럼에서는 다가오는 대선과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김병연 부서장은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경제 전문가이며, 부진한 내수경기 활성화가 이번 대선의 핵심 공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 정부의 추경 예산만으로는 내수경기를 살리기엔 부족하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더욱 과감한 재정 정책과 함께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인 계기가 될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브랜드 뉴 코리아(Brand New KOREA): 2025 한국 대선 공약별 금융시장·산업 영향 분석’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정여경 책임연구원은 “6월 3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는 통상 글로벌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금융시장에 대내적 정책 기대감을 높이는 주요 이벤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여야 주요 정당 모두 2025년 추가경정예산 이후 2026년에도 확대 재정정책을 추진할 계획이고 이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약 0.3%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여경 연구원은 여야 주요 정당의 경제 공약을 비교 분석하며, 부동산 공급 확대, 지역 균형 발전, 인프라 투자, 과학기술 육성, 에너지 전환 등이 공통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당 모두 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세제와 보조금 지원, R&D 예산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관련 산업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원전 정책 등 일부 분야에서는 정당 간 입장 차가 뚜렷해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주식시장에서는 종목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권익 보호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기업 활동 위축과 소송 남발 가능성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병연 부서장은 “상법 개정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기업의 경영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점진적인 자본시장 선진화와 효율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투자 확대·기술 혁신 시급
한국은 내수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수출이 흔들릴 때 경기방어를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로 경기를 뒷받침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OECD 국가 평균보다 매우 낮고 심지어 극심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보다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정 연구원은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정부투자는 정체됐던 반면 정부의 소비 확대 속도는 빨랐다. 이에 비해 미국은 정부투자 확대 속도가 정부 소비 확대 속도를 능가했는데, 이것이 미국 생산성 증대의 토대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한국도 정부지출을 통해 성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투자에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여경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 재정 확대와 함께 반도체,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등 신성장산업 육성의 중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과학기술 투자가 향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에너지 전환과 기술 혁신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고양경제포럼은 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통상 환경 변화와 대선 이후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수출의존 구조라 글로벌 변수에 근본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수적이고, 특히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새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높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