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풀꽃이야기 (1)식용 야생식물

진달래화전

[고양신문] 현장에서 식물이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늘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식물과 동물의 차이가 무엇일까요?”하는 것이죠. 이 물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물은 움직이고, 식물은 움직이지 못한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과학에 조금 가까이 있는 학생 같은 경우라면 “식물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고, 동물은 양분을 만들지 못한다”라는 대답을 하기도 하죠. 물론 양쪽 다 정답도 아니고 틀린 것도 아닙니다. 식물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얘기는 미모사나 파리지옥 같은 식물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관념적으로 한자리에 고착해서 사는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 모든 식물이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식물의 양분으로 살아가는 새삼이나 실새삼 같은 기생식물이 있는가 하면, 광합성을 하면서도 다른 식물의 양분도 뺏는 겨우살이, 꽃며느리밥풀 등의 반기생식물도 있습니다. 기생은 하지 않지만 광합성 없이 다른 식물이나 동물의 사체의 양분으로 살아가는 천마, 수정난풀 같은 부생식물도 있고, 파리지옥이나 통발 등과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 동물을 잡아 양분으로 삼기는 식물도 있습니다.

 적어도 동물이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육지에 사는 동물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식물이 만들어 놓은 양분을 바탕으로 살아갑니다. 식물과 동물의 관계에서 꽃가루를 옮겨주는 대신 꿀을 얻는다거나, 열매를 섭취하고 씨앗을 이동해 주는 관계 맺음으로 오랜 기간 진화해 온 공진화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동물이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은 약탈자적 입장이죠. 그래서 식물도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도록 독성물질을 만들거나 날카로운 가시를 만드는 등의 방어 전략을 펼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식물도 예측하지 못한 무서운 변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인간이라는 동물입니다. 인간이라는 무서운 동물은 식물이 도움을 주는 곤충을 위해 만들어 놓은 달콤한 꿀을 뺏어 먹는가하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시어빠진 열매도 먹고, 매우면 매워서 맛있다고 먹고, 쓰면 써서 맛있다고 먹는 무시무시한 동물입니다. 심지어 독을 만들어 놨더니 약이 된다고 먹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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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물

 먹는 것에 진심인 한국인은 굉장히 많은 종류의 야생식물을 나물로 먹는데, 한때 먹을 수 있는 나물의 가짓수가 500가지가 넘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인이 먹지 않는 식물은 정말 위험한 식물이다”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니까요. 사실 약용식물과 별개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야생식물을 식용으로 섭취했어야 하는 데는 어려운 삶을 살아야했던 선조들의 고단함과 닿아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맛을 즐기며 야생의 나물을 찾는 사람이 생기고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 혹은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하여 음식만 잘 먹어도 건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몸이 자연에서 온 것이니 몸 안의 결핍에서 온 병을 자연의 것을 섭취하여 채워 넣을 수 있으니 먹는 것만 잘해도 건강할 수 있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맛있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몸이 가장 이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식량이 풍부한 시기에 맛있는 음식은 다른 것들을 결핍시켜 몸을 망치기도 합니다.

 먹을 것이 많은데 굳이 야생의 식물을 채집해서 먹어야 하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물들도 인간과 함께 살아온 만큼 쉽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뜯어도 사라지지 않는 쑥과 인간의 밭으로 들어와서 캐도 캐도 계속 자라는 냉이가 그러합니다. 다만 내가 필요한 양 이상으로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자연도 견디기 힘들어지겠죠. 가축을 제외하면 살찐 짐승은 인간밖에 없습니다. 맛있는 자연이지만, 내가 필요한 만큼, 그리고 남는 것은 자연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자연의 소비가 인간과 자연을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게 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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