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호 사과나무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과장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치의학 용어로 ‘제3대 구치’라 불리기도 하는 사랑니는 일반적으로 구강 내의 가장 뒤쪽에 위치하는 치아다. 보통 성인의 영구치는 28개인데, 위아래 턱에 좌우 하나씩 최대 4개의 사랑니가 맹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사랑을 알게 되는 청소년기 이후 맹출한다고 해서 사랑니라 부르고, 영어권에서도 철이 들 때쯤부터 나는 치아라 하여 wisdom teeth라고 부른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사랑니가 아예 나지 않기도 하지만, 매복돼 겉으로만 보이지 않은 상태일 수 있어 치과에서 파노라마 X-ray 등 영상검사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랑니라고 해도 전부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곧게 맹출해 주변 치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양치 등 관리를 잘한다면 정기검진마다 이상 여부를 체크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구강 내 가장 깊숙이 위치한 사랑니의 특성상 양치할 때 칫솔이 잘 닿지 않아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스듬하게 누워 자란 경우 인접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기 쉬워 충치나 치주염, 구취 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매복사랑니의 경우 그 주위로 물주머니가 차는 ‘함치성 낭종’과 같은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함치성 낭종은 크기가 작으면 사랑니 발치 중 제거되기도 하지만, 방치하다가 크기가 커지면 치조골을 녹이는 등 턱뼈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작은 외부 충격에도 턱 뼈가 골절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매복사랑니가 발견되면 적어도 2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방사선 사진 촬영 등을 통해 변화를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예방 차원에서 발치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사랑니 중에서도 턱뼈 깊숙이 매복돼 신경과 매우 가깝게 위치한 사랑니다. 만약 발치 과정에서 신경에 손상을 입히게 되면 입술이나 턱부위의 감각 이상이나 저림,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매복사랑니는 사람마다 뿌리 모양과 방향이 다르므로 발치 전 뿌리의 위치나 턱 신경의 위치, 안면 골격 및 턱뼈 구조 등 정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처럼 턱뼈 안쪽의 구조뿐만 아니라 안면 골격 전체의 해부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는 구강·턱·안면 영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권장된다. 발치 전 충분한 진단과 상담을 통해 본인의 치아 상태와 발치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 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니, 특히 매복사랑니 발치 수술은 가장 기본이면서도 난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해당 부위에 대한 지식과 풍부한 임상경험을 갖춘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에게 사랑니 발치를 맡겨야 한다. 만약 사랑니 발치를 결정했다면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상주 여부나 정확한 진단을 위한 다양한 촬영기기 도입 여부, 교차 감염 우려가 없는 체계적 시스템 운영 여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서영호 사과나무의료재단 사과나무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