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유 없이 차량이 갑자기 거북이걸음을 하는 답답한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사고나 공사도 없이 정체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당황하고 지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유령 정체’라고 불리는데, 예측이 어려워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유령 정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때로는 사고를 초래할 수 있어 이해하고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령 정체는 사고나 공사와 같은 명확한 원인이 없이 차량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는 현상이다. 주요 원인은 ‘반응 시간 지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앞차가 속도를 줄일 때 뒤차는 이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차량 흐름에 점차적인 속도 저하가 발생하고 교차로, 터널, 고속도로 등에서 이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운전자의 사소한 부주의나 급정거, 잦은 차선 변경 같은 행동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정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나비효과'도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스기야마 유키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운전자가 조금씩 다른 속도로 주행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차량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처럼 작은 차이와 순간적인 판단이 모여 유령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

유령 정체는 차량 간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 대의 차량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면 그 뒤를 따르던 차량도 연이어 브레이크를 밟게 되며 이 반응이 뒤쪽으로 전파돼 결국 정체로 이어진다. 특히 차량 간 거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연쇄 반응은 더 쉽게 일어나며 정체는 빠르게 심화한다. 이는 마치 팽팽하게 당긴 고무줄을 살짝 건드리면 전체가 흔들리는 것과 같다. 작은 충격이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어 유령 정체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령 정체를 예방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자. 앞차와의 거리를 넉넉히 유지하면 갑작스러운 감속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 둘째, 급제동과 급가속을 피해야 한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은 차량흐름을 원활하게 만든다. 급한 감속이나 가속은 뒤따르는 차량에 영향을 미쳐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잦은 차선 변경을 자제해야 한다. 다른 차선이 빨라 보인다고 자주 차선을 바꾸면, 오히려 그 차선의 흐름을 방해해 전체 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 가능한 한 현재 차선을 유지하며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정속 주행을 유지해야 한다.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면 차량흐름이 안정되고, 불필요한 속도 변동을 줄여 유령 정체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고속도로에서의 유령 정체는 특별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일상적인 행동이 쌓여 발생하는 결과다. 이처럼 각자의 운전 습관이 전체 차량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거리 확보, 부드러운 가·감속, 차선 변경 자제, 정속 주행 등 실천 가능한 작은 습관들이 유령 정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모든 운전자가 차량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운전한다면 고속도로는 예고 없는 정체로 답답한 공간이 아니라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이동 경로가 될 수 있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