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북방정책과 남북관계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 위원장-강경민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남북 이미 국제적으로 두 개의 독립 국가
적대적 관계서 공존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국, 일방적 친미, 친중외교 펼칠 수 없어
한반도 평화 위해 미, 일, 중, 러 협력 필요

남북문제 계속 방치땐 국가적 위기 자초
새 정부 '두만강개발프로젝트' 참여 바람직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강경민 목사(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가 지난 21일 평화통일연대 사무실에서 북방외교 정책에 관해 특별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고양신문] 트럼프의 등장 이후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세계 시장의 관행이었던 자유무역주의가 붕괴되고 세계는 트럼프가 주도하는 미국 중심의 고율 관세 정책 앞에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기보다,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무역 대응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다자간 무역 질서에서 일대일 양자협상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국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국제 정세의 변화는 미, 중, 러, 일의 세계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한국의 국제 정치 및 무역 현실을 근본에서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내란세력이 붕괴되고 새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고양신문은 이러한 위중한 전환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박종수 박사를 초빙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북방외교에 관한 대담을 마련했습니다. 대담 진행은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인 강경민 목사가 맡았습니다. 

 

일 시 : 2025년 5월  21일(수) 오전 11시 

장 소 : 평화통일연대 사무실

대 담 : 박종수 위원장(전 북방경제협력위 위원장), 강경민 목사(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강경민 상임대표(이하 강경민) : 
북방문제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 배경과 러시아 공사까지 지낸 러시아 전문가로서 북방외교의 현실에 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종수 위원장(이하 박종수) :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한반도의 분단현실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분단 극복을 위해서는 한반도 분단에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미, 일, 러, 중 등 4개국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그들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들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는 긴밀한데 중국과 러시아(당시 소련)와의 관계는 요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중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1981년 러시아 연구를 시작했고 1989년 영국 유학을 선택했지요. 거기서 공부하던 중 한러관계가 열렸습니다. 즉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으로 옮겨 박사학위를 마쳤지요. 가서 보니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은 푸틴의 모교였습니다. 푸틴과 동문이 되었지요. 지금 러시아의 주요 정책 담당자들의 상당수가 푸틴의 동문입니다. 제가 러시아에서 공부하던 1990년대 그 시기가 러시아로서는 북한처럼 고난의 행군 시기였습니다. 북한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길게는 10여 년을 보냈지요. 그 기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않고는 러시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외교 전문가들은 주로 미국, 유럽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러시아와의 수교가 1990년에 시작되었지만 러시아 중심의 외교나 정치, 경제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일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강경민 : 박사님께서 러시아에 가서 공부하실 때도 꾸준히 남북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계셨는데 1991년 동구가 해체된 이후부터 국제 정세가 요동쳤지만 남북문제는 여전히 진전이 없습니다. 그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박종수 : 동구권이 무너진 1990년부터 러시아와 북한은 함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습니다. 경제적 여건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갑작스레 사망합니다. 서구의 시각은 북한의 붕괴가 코앞에 다가섰다고 생각했지요. 1990년대 초에 북한의 어려움을 남한 정부가 도와주려는 기본적인 생각만 했어도 큰 대가 없이 남북관계는 매우 호전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는 남한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국민 대부분이 북한의 자연붕괴가 가까웠다고 생각했지요. 북한의 붕괴, 남한의 흡수통일과 같은 생각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북한의 어려움을 돕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노태우 대통령의 적극적 북방정책 결실로 1990년 구소련과 수교가 이루어졌고, 2년 뒤에는 중국과 수교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1991년 남북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지요. 실로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은 높이 평가되어야 하지만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남북관계는 그만큼 골이 깊었습니다.

△강경민 :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 실제 결실로 나타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김대중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은 노태우 정부의 평화통일 정책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남북관계의 최고 전문가였던 DJ가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당시 남남갈등의 문제를 풀고 가야겠다는 DJ의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하면 DJ의 평화통일정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만, 오늘은 러시아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그 문제는 좀 뛰어넘겠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먼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종수 : 예, 중요한 질문입니다. 북한의 핵 개발이 시작된 것은 김일성 주석이 북한 정권을 수립하자마자 핵 개발에 대한 구상이 세워졌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입니다. 김일성이 항일운동을 하던 중 일본이 미국의 핵 한방에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거든요. 그때부터 김일성은 핵 개발이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 후 소련의 도움으로 적극적인 핵 개발 정책을 추진합니다. 물론 평화적인 이용이라는 대전제가 있었지요. 그러다가 1990년에 들어서면서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되는 어수선한 시기에 소련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틈을 타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때는 사실 러시아까지도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국제 사회의 공조를 호소했는데 오히려 미국이 가볍게 여긴 오류를 범했습니다. 미국이 그렇게 나온 것은 북한의 붕괴를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강경민 : 북한의 핵 능력을 국제 사회가 어느 정도 평가하나요?

△박종수 : 핵 능력은 핵을 보유한 것과 핵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운반 능력, 곧 미사일 기술이 있느냐는 것에 의해 평가됩니다. 북한은 2015~2022년 무수한 미사일 실험을 합니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이 완성됐다고 선언한 것도 그때쯤이지요. 그 진정성 여부는 고도의 군사적 영역이지만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굉장히 발달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북한의 대외 무역 수출 1호가 미사일 기술이거든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미사일 수출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핵 전문가 양성, 미사일 기술 개발, 이 두 개의 정책이 김일성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추진되었고 지금은 상당한 수준의 결실을 거두었다고 생각됩니다.

△강경민 : 북한이 핵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보유국이 됐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핵보유 이전과 이후의 북한의 국제적 위상은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작년에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 문제로 생각했던 종전의 관점을 완전히 부정하고 남과 북은 휴전 상태에 있는 적대적 두 국가라고 선언했습니다. 소위 두 국가론을 주창했는데 두 국가론이 앞으로 남북문제에 끼칠 영향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박종수 : 사실 두 국가론은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할 때부터 독립된 두 국가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국제관례였습니다. 그러나 남과 북은 한 민족, 한 국가로 오랜 역사를 이어왔기 때문에 두 국가라는 개념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1991년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남과 북은 특수 관계라고 좀 애매한 표현으로 남북 관계를 정의했습니다. 국제 정치적으로는 두 개의 독립 국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한 민족, 두 국가라는 특수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했던 특수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윤석열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었고 북한은 핵 개발이 완성되었다는 자신감 위에서 앞으로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에서 구차하게 굴지 않겠다는 선언과 동시에 남한 정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적대적 두 국가라는 말이 거슬리지만, 이미 국제 정치적 관점에서는 두 국가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두 국가론을 충격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이 이미 합의한 대로 평화적인 통일 여정으로 나가면서 근본적이고 차분한 남북관계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대적 두 국가가 아닌 사이좋게 공존하는 두 국가론으로 발전시켜 가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가는 국제적인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경민 : 두 국가론을 오히려 남북의 평화 공존을 위한 지렛대로 삼자는 주장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북한이 러∙우 전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러의 관계 심화와 북한의 유라시아 진출 등 활발한 정상국가화 외교에 관해 말씀해 주시지요.

△박종수 : 북한의 두 국가론이 남북 평화 공존과 궁극적인 평화 통일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제가 러시아 전문가들을 통해서도 들은 이야기입니다. 북한이 러∙우 전쟁에 참여한 과정에 대해서도 국내 언론이 지나치게 서구적 관점에 의존했던 것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북한이 러∙우전쟁에 참여하므로 북러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나 북∙러관계의 역사는 오래된 동맹국입니다. 북한은 북러관계만 아니라 브릭스 체제에 가입하려는 노력 등 유라시아 중심으로 국가간 관계 개선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하여 유라시아의 광대한 지역으로 국력을 확장시켜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가지고 유라시아 외교에서 북한을 이기자는 식의 외교는 철지난 사고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광대한 유라시아 국가들과 협력해서 윈윈의 외교활동을 전개해 가야 합니다.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지금, 윤석열 정권 때처럼 남북문제를 완전히 방치해 두는 것은 국가적 위기를 자초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강경민 : 그런 필요 때문에 박사님께서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 직속의 북방경제 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수고하셨는데 북방경제의 지경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한 전제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선 동문이기도 한 푸틴 대통령에 관해 러시아인들의 관점에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종수 : 푸틴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이 다양하겠지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관해서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러시아가 소련연방과 동구권이 해체되던 1990년대에 엄청난 국가적 시련을 당했지요. 그 기간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강력한 지도자를 원했습니다. 소련 시절의 강대국 회복을 그리워했던 거죠. 그래서 서구의 관점에서 보는 일방적 독재자 이미지로만 푸틴을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푸틴은 법학을 전공했던 사람으로 러시아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지도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의 개인적 특성으로서 특별히 건강 관리(유도)에 성실하고 근면합니다. 신체적 건강이 지도자로서의 건강한 판단력을 갖는다는 개인적 철학이 뚜렷한 분이죠. 러시아 국민들은 서방에서 보는 것보다 푸틴을 합리적 지도자, 러시아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로 여기고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에 대한 입장도 편견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지도자입니다. 북한과의 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한과의 관계를 배타적으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 한러관계는 그야말로 완전한 대화 단절이었습니다. 주한 러시아 대사가 어느 자리에서 한러관계에 관해 말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한국에 바라는 1순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화의 부재를 타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지난 3년동안 한러관계의 실상이 짐작됩니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강경민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강경민 : 문재인 정부 시절 북방경제위원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정책은 무엇이었습니까?

△박종수 : 대 러시아 정책이나 북방경제 정책은 무엇하나 단순하고 단기적인 것은 없습니다. 모두가 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기초부터 다져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5년짜리 정권에서 무엇을 끝내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그래서 제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추진한 사업이 <북방포럼>이었습니다. 북방포럼은 2019년(1차), 2020년(2차), 2021년(3차)에 걸쳐 북방국가들과의 협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현안들이 논의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만 아니라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영상 기조연설을 해줄 정도로 국내외적 관심이 높았지요. 정권이 바뀌어도 이 포럼은 지속되어야 했어요. 엄청난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국제적 전문가 포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중단되었는데 참으로 아쉬운 일이지요. 서독이 추진한 동방정책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던 것처럼 한국의 북방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추진될 수 있는 여론과 기초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경민 : 다음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북방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종수 :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도하는 두만강 개발계획은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으로 동북아시아의 경제협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다자간 협력 프로젝트입니다. GTI는 중국, 러시아, 몽골, 한국이 참여하며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을 받는 동북아시아 유일의 정부간 협력 메커니즘이죠. 초기엔 북한도 참여하다가 2009년 탈퇴했는데 2025년 올해 러시아가 의장국이기 때문에 다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GTI 사업이 활성화되면 동북아 지역의 교통, 무역 및 투자, 관광, 에너지, 농업, 환경 분야에서 획기적인 협력체제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개성이나 금강산 사업은 남북관계의 상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GTI같은 다자간 국제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이 국제적으로 보장된다는 특성을 갖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국력의 수준으로 GTI 사업에 집중하면 놀라운 성과를 이룩할 것입니다. 이미 러, 중, 북 사이에 두만강개발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얼마든지 참여의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의 남북문제는 주변 국가 즉 미, 일, 중, 러를 중심으로 동북아 및 유라시아 국가들에게 남북의 성장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외교 정책을 홍익외교라고 말합니다. 남과 북 그리고 주변 국가들이 다함께 윈윈하는 정책입니다. 우리나라는 그 긴 역사 속에서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제국주의 경험이 없는 나라로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 세계 6대 군사 강국으로 성장한 세계 유일의 국가입니다. 앞으로 남과 북이 통일이 되기 전이라도 서로 협력하고 공존한다면 G7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나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만강개발프로젝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유엔차원의 과제였는데 이 계획이 진행되지 못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러시아의 비협조적 입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국제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러시아도 적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지난 3년동안 막혔던 남북관계, 한러관계의 빠른 회복이 절실합니다. 푸틴도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극동지역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같은 해양문화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기회가 올 것입니다. 북한 역시 핵보유국의 자부심을 가지고 이제부터는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북, 러, 중의 국경지대인 두만강 개발은 국가발전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충지입니다. 개방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큽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남북, 한러의 지경을 넓혀가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가치외교의 결과로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었지만 한미일이 추구하는 핵심가치가 다 다릅니다. 그래서 한미일 3국의 동맹강화를 가치외교라고 칭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홍익외교가 우리의 생존전략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외교가치를 세계화할 수 있는 길입니다. 지금 세계정세는 미국중심 국익외교가 중국을 자극해 무역전쟁이 첨예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방적으로 친미, 친중외교를 펼쳐나갈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미, 일, 중, 러의 4개 강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주변 강대국들을 향해 우리를 도와달라, 우리에게 협조해 달라고 설득한 것입니다. 마땅히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라는 것을 전제한 것이지요.

△강경민 : 일찍이 함석헌 선생도 우리의 지정학적 특성에 관해 말씀하시면서 중요한 관점을 설파했습니다. 우리가 약하면 주변 강대국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강하면 주변 강대국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위대한 통찰력이 노무현 정부 때 나온 <동북아 균형자론>입니다. 박종수 박사님의 <홍익외교론>은 <동북아 균형자론>을 지나 세계 국가로의 도약을 의미한 것 같아 감동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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