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협동조합 탐방5 평생학습 함성 사회적협동조합
[고양신문] 고양시는 2014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이래 10여 년 동안 시민 중심의 학습기회 확대와 지역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지난 2016년에는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GNLC)에 가입했으며 2019년 ‘교육계획, 모니터링 및 평가’ 클러스터의 코디네이터 도시로 지정되는 등 국제 학습도시로서 주목받기도 했다.
임은정 평생학습 함성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은 고양시 평생교육 정책 초기부터 지역에서 활동해왔다. 2019년 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한 뒤 고양시의 다양한 평생교육 사업을 함께 해온 임은정 이사장은 “평생학습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재사회화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민선8기 이후 정책변화, 그리고 단발성 사업 중심의 정책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임 이사장을 만나 평생학습과 협동조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함께 성장’ 의미 담은 평생학습 사회적협동조합 ‘함성’
“‘함성’은 ‘함께 성장’의 줄임말이에요. 학습자를 중심에 두고 자발적인 학습과 성장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죠.”
임은정 이사장은 2019년 3월 평생학습 활동가 동료들과 함께 뜻을 모아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임 이사장은 “2014년부터 평생학습 매니저로 활동했는데, 당시 평생학습 활동가 양성사업을 통해 배출된 인재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많이 느꼈다”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는 그릇 즉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평생학습함성 사회적협동조합은 고양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공 및 민간 기관과 협력하며 지역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학습 컨설팅, 커뮤니티 기반 학습 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함성 사협의 비전은 크게 3가지다. ‘삶의 현장을 배움의 터전으로’, ‘지속가능한 학습 생태계 조성’,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도약 지원’. 학습을 통해 개인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고, 은퇴 이후에도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역과 세대, 사회를 아우르는 따뜻한 배움의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함성 사협은 설립 당시부터 고양시의 평생교육에 대한 제도적 지원 확대와 맞물려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해왔다. 고양시 평생학습카페 사업 운영을 비롯해 △유네스코 GNLC웨비나 및 국제회의 △‘몇 시 학교’ 등 시민 참여형 학습모델 운영 △‘행복캠퍼스 서북권’ 중장년 대상 생애 전환 교육 운영 등. 그밖에도 문화예술 기반의 창의적 교육과정 개발과 공공기관 교육 용역 및 컨설팅 등을 전개해왔다.
그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5060세대를 위한 생애설계, 인문교양, 문화예술 중심의 특화교육인 ‘Re and New 5060’이 있다. 은퇴를 앞두거나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신중년층을 대상으로 재무설계, 건강관리 등 생애전환 실습 중심 교육과 인문학 강좌, 유튜브 크리에이터 및 스마트폰 사진 강의와 같은 창의 활동 등을 가르친다.
평생교육의 현주소와 고양시의 딜레마
이처럼 함성 사협은 다양한 평생교육 사업을 펼쳐왔지만 그 과정에서 한계도 많이 느끼고 있다. 취미·교양 프로그램은 양적으로 확대됐으나, 저녁 시간에 퇴근 후 교육을 받는 직장인, 특히 경력단절 여성 등 재사회화 및 역량 강화가 필요한 대상에게는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 “필요한 수요는 있지만 수강생 모집이 어렵고, 주말 교육도 인력과 예산 문제로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단발성 사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임은정 이사장은 “지자체 사업은 대부분 1년 단위 혹은 일회성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평생학습 활동가들이 지속성을 갖고 일하기 어렵다”며 “인재가 양성되면 그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안정적 경로가 마련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항상 취약하다”고 말했다. 대표 사업이었던 고양시 평생학습 카페 운영 또한 마찬가지다. ‘학습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을 표방하며 시작했던 이 사업은 성공적으로 평가 받았으나 민선 8기 이후 예산삭감 등으로 인해 현재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고양시에는 평생학습 전용 하드웨어, 즉 평생학습관 같은 시설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임 이사장은 “중소 도시에도 있는 평생학습관이 100만 도시인 고양시에는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평생학습 거점시설과 체계적인 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으로 풀어가는 평생학습: 장점과 한계
임은정 이사장은 사회적협동조합이 가진 강점으로 ‘연대의 힘’과 ‘공동체성’ 꼽았다. 임 이사장은 “사회적 협동조합은 비영리 법인으로서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지니며, 여러 조합원이 함께 연대하면서 지속가능성과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말한다. 행정과 사업 지원은 단발적이고, 연속성이 없는 데다가 운영 입장에서 보면 비즈니스 모델 부재로 성장과 활동에 제약이 크다고 토로했다. 아직 협동조합 간의 네트워크와 정보 공유가 부족해 실질적인 ‘연대’가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임 이사장은 “협동조합 운영 초기에는 법률적·회계적 절차 등 실무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런 지원이 제공될 때 참여도와 효율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바라는 정부 혹은 지자체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크게 3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안정적인 중장기 위탁사업 기회제공이다. 정책과 예산이 일회성에서 벗어나야 보다 실효성 있는 성과들이 나올 수 있다고 임 이사장은 말했다.
행정기관과 사회적경제와의 파트너십 체계도 강조했다. 단순 위탁사업 수행자가 아닌 정책기획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협력구조를 마련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은정 이사장은 “평생학습과 협동조합은 모두 지역 공동체의 힘과 사회적 전환을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라며 “지자체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성평가 중심의 성과시스템 필요성도 언급했다. 임 이사장은 “평생교육 프로그램 평가는 단순히 수강생 수 같은 양적 수치가 아니라 학습자의 삶의 변화와 만족도를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참여하는 협동조합들이 좀 더 본연의 공익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임은정 이사장은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학습을 통한 사회적 전환’이라는 협동조합 정신이 널리 실천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임 이사장은 “평생학습과 문화예술, 사회적 경제가 융합된 모델이 더욱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모든 시민이 평생학습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고양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