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양봉철 소노캄 고양 총지배인

풍부한 현장 경험과 이론 겸비 
문제는 늘 능동적 자세로 해결 
디지털 전환과 지역 연계 강화
전문성·서비스 고급화로 위상 ↑

양봉철 소노캄 고양 총지배인은 “호텔리어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어학이나 지식이 아니라 인성”이라며 “수백 대의 차량 번호를 외우고, 고객의 작은 습관까지 기억하는 일은 단순히 암기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양봉철 소노캄 고양 총지배인은 “호텔리어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어학이나 지식이 아니라 인성”이라며 “수백 대의 차량 번호를 외우고, 고객의 작은 습관까지 기억하는 일은 단순히 암기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고양신문] 고양시 유일의 5성급 호텔 소노캄 고양 로비에 들어서면 무언가 다른 공기가 감지된다. 단순히 화려한 대리석이나 샹들리에가 만들어낸 분위기만은 아니다. 그것은 20여 년간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한 호텔리어의 철학이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피워내는 온기였다. 

양봉철 총지배인과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는 단순히 한 호텔 경영자의 이야기 그 이상이었다. 그는 호텔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삶의 이야기들이 교차하는 무대가 되는지,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만남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몸으로 직접 체득한 사람인 듯했다.

도어맨으로 시작해 총지배인까지
“호텔업계에 발을 들인 건 우연이었지만, 그 순간부터 이 일은 제 운명이 됐습니다.” 양봉철 총지배인의 이야기는 2002년 그랜드 힐튼 서울의 뷔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던 학생의 모습에서 시작됐다.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그에게 현장은 교과서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손님 한 명 한 명의 표정에서 읽어야 하는 미묘한 신호, 완벽해 보이는 서비스 뒤에 숨겨진 수많은 노력. 그 모든 것을 흡수하며 그는 자신만의 서비스 철학을 만들어갔다.

롯데호텔에서 문지기로 정식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9년간 도어맨, 벨맨, 컨시어지, 프런트까지 호텔 서비스의 모든 영역을 경험했다. 특히 조선호텔 재직 시절, 그는 일본 후지TV에 ‘한국의 유명 도어맨’으로 소개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했다. 하지만 그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방송 출연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터득한 진정한 ‘환대’의 의미였다.

“수백 대의 차량 번호를 외우고, 고객의 작은 습관까지 기억하는 일. 그것은 단순히 암기가 아니라 그 사람에 관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서비스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후 제주 해비치 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파라스파라 등 국내 유수의 호텔 오픈을 이끌며 ‘오픈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각각의 호텔마다 다른 특성과 고객층, 지역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 문화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20여 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전문성의 핵심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현재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관광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장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론적 토대 위에서 실무를 재해석할 때 더 깊은 통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노캄고양 내부 공간
소노캄고양 내부 공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지난해 10월 소노캄 고양에 총지배인으로 부임한 그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호텔 운영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이었다. 그의 접근법은 단순한 기술 도입과는 달랐다.

“기존에 수기로 처리하던 체크인 절차를 태블릿 기반으로 바꾸고 네이버 플레이스에 레스토랑 정보를 등록해 온라인 예약을 가능하게 했죠. 겉보기에는 당연해 보이는 변화들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의 시간과 경험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이었습니다.”

소노캄 고양은 2013년 ‘엠블호텔 고양’으로 개관한 이래 경기 북부권 유일의 5성급 호텔로서 킨텍스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MICE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해왔다. 826 개의 객실과 5개의 레스토랑, 대형 컨벤션홀, 피트니스, 소노펫, 사계절 온수풀과 628대의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 등을 갖춰 비즈니스 고객과 가족 단위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양 지배인의 경영 철학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지역사회와의 상생 전략이다. 그는 소노캄 고양이 단순한 5성급 호텔을 넘어 지역 공동체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민을 대상으로 한 10% 할인 혜택 제공, 지역 어린이 사생대회, 고양시 특산물인 가와지쌀을 활용한 쌀 식빵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호텔이 외지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열려 있는 삶의 일부가 되기를 바라거든요.”

특히 그가 구상하는 호텔 내 ‘어린이 그림 축제’ 개최, 일산 열무를 활용한 특별 메뉴 개발 등은 호텔이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내는 그릇 역할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런 시도는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호텔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지역의 이야기를 품고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서비스의 전문성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소믈리에, 조리 명장 등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며 올해 6월에는 직원들의 조리 경진대회 참가를 독려했다. 중식당 ‘죽림’의 메뉴 교체, 고객 동선 개선 등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것도 그의 세심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준다.

“리조트 그룹에서 시작했지만, 우리도 다른 유수의 호텔들처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했습니다. 외부 대회 참가를 통해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호텔의 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결국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양봉철 소노캄 고양 총지배인은 "고객에 대한 ‘감사’, 동료에 대한 ‘배려’, 자신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하루를 열고 또 하루를 닫는다"고 말했다. 
양봉철 소노캄 고양 총지배인은 "고객에 대한 ‘감사’, 동료에 대한 ‘배려’, 자신에 대한 ‘사랑’의 마음으로 하루를 열고 또 하루를 닫는다"고 말했다. 

호텔리어의 자질과 철학
양봉철 총지배인과의 대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그가 호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듣던 때였다. 목소리에는 20여 년간 현장에서 체득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었다.

“호텔리어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인성입니다. 어학 능력이나 전문 지식은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에요. 더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입니다.”

그가 강조하는 세 가지 마음, 즉 고객에 대한 ‘감사’, 동료에 대한 ‘배려’, 자신에 대한 ‘사랑’은 단순한 직업윤리가 아니라 어찌 보면 존재론적 성찰에 가까워 보였다. 특히 “내 앞에 있는 고객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죠”라는 말을 들으며 서비스업이야말로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일임을 비로소 알게 됐다.

“고객이 있기에 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분들 한 명 한 명이 저에게는 선생님이에요. 그분들의 표정, 말투, 작은 제스처에서 저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거든요.”

‘내 옆에 있는 동료를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라는 두 번째 원칙은 호텔 서비스가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팀워크의 산물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어맨에서 시작해 여러 부서를 거치며 그는 각 부서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서비스를 완성하는지를 몸으로 체득했다.

“벨맨이 고객의 짐을 받아들고, 프런트가 체크인을 처리하고, 하우스키핑이 객실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흐름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비로소 완벽한 서비스가 탄생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하는 일과 나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라는 원칙은 그의 인생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힘든 순간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도 빛은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고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좌절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악의 어둠 속에도 빛은 존재하듯 위기는 곧 성장의 기회라고 믿거든요.”

그러한 자세로 임한다면 소노캄 고양을 K-호텔의 대표적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그의 비전은 결코 불가능해 보이는 일만은 아닌 듯했다. 

‘환대’의 건축학이 그려낼 미래
정호승 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양봉철 총지배인과 이야기를 마치고 호텔을 나오며 들었던 생각의 한 토막은 그가 단순히 호텔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환대의 건축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호텔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 온도를 조절하고 그 만남이 서로에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하는 일 말이다. 그리고 그가 했던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한참 동안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스스로 묻습니다. ‘오늘 내가 만날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을까?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을 진심으로 배려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나?’ 이 세 가지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날은 분명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는 하루일 것이라 믿습니다. 호텔리어로서 제가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소노캄 고양이 이 도시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소노캄 고양 외부 전경
소노캄 고양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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