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공약이행평가 ‘최우수’ 따져보니
‘셀프평가’ 기반 선정결과로 ‘자화자찬’
자료 객관성 의심, 실제상황 동떨어져
사업성 낮은 자유로~강변북로 도로도
공약 ‘이행 후 계속 추진’으로 분류
[고양신문] 최근 고양시의 이동환 시장 매니페스토 공약이행 평가 최우수 선정(SA등급) 발표에 대해 자화자찬식 홍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매니페스토 평가 자체가 해당 지자체의 주관적인 자체 공약평가 보고서를 기초로 하고 있어 객관성 담보가 어려운 데다가, 행정적 기준의 ‘이행완료’와 실제 시민들의 체감 사이에 간극 또한 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양시의 공약이행 평가 분석 결과,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운 공약사업임에도 정상추진 심지어 이행완료로 표기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앞서 지난 16일 고양시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 본부)가 발표한 ‘2025 민선8기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SA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SA등급은 총 89곳으로 경기도 내에서는 고양시를 비롯해 부천시, 광명시 등 14곳이 선정됐다.
실행 불가능한 공약도 이행 혹은 정상추진
고양시는 매니페스토 평가를 위해 공약추진 실적으로 자체적으로 평가해 제출했다. 매니페스토 본부는 각 지자체가 제출한 '셀프 평가' 자료를 기초해 평가를 진행한다. 고양시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추진 현황을 살펴보면 총 70개 공약 중 완료 1건, 이행 후 계속 추진 41건, 정상추진 24건, 일부추진 4건 등으로 공약이행률은 60%(2024년 12월 31일 기준)이다. 하지만 실제 공약별 세부 추진실적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상당수다.
먼저 ‘이행 후 계속 추진’의 경우 매니페스토 본부가 밝힌 분류 기준에 따르면 ‘공약내용 이행완료 후 추가목표를 세워 추진 중인 사업과 공약내용 이행완료 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사업, 현재까지 실적으로 공약을 이행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업’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고양시가 ‘이행 후 계속 추진’으로 명시한 공약 중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았거나 임기 내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한 사업들이 여럿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교통분야 공약인 ‘자유로~강변북로 지하고속도로 건설 마스터플랜 수립’은 당초 고양시 공약추진 세부계획에 따르면 2024년까지 양재~고양구간 연장 협의 및 실시설계용역을 마친 뒤 올해 사업시행자까지 지정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작년 타당성용역결과 BC값이 0.35로 나오는 등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며 사업시행자 선정은커녕 실시설계용역조차 시행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공약이 ‘이행 후 계속 추진’으로 분류된 것은 고양시의 자체적인 공약이행 점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심지어 고양시가 공개한 공약실적 보고서에서도 ‘과도한 사업비 약 1조8000억원에 대한 재원마련 및 사업화 방안 어려움’을 문제점으로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환경분야 공약 중 하나인 ‘멱 감고 발 담그는 하천만들기’도 마찬가지다. 이 공약은 당초 4000억원 규모의 창릉천 통합하천사업 시행을 염두에 두고 마련됐지만, 국비확보에 실패하면서 현재 답보상태에 빠진 상태다. 그러나 고양시가 공개한 공약실적에는 ‘이행 후 계속 추진’으로 명시되어 있다. 세부 사업계획표에 따르면 창릉천 및 공릉천 일부 지역에 대한 올해 친수시설 조성사업 준공내용이 담겨있긴 하지만, 이는 주민들이 이용가능한 수질개선이라는 당초 공약 목표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것이어서, 공약 이행도와 시민 체감도 사이의 괴리를 잘 나타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복합환승센터 연계 대곡역세권 개발특구 조성’ 공약 또한 실제 복합환승센터는 계획조차 나오지 않고 있음에도, 작년 정부의 대곡역 인근 택지공급계획 발표를 들어 ‘공약 이행’으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추진’으로 분류된 공약들도 실제 상황과 동떨어진다. 매니페스토 본부 측 기준에 따르면 ‘정상추진’은 ‘내용이 정상적으로 추진중이고 임기종료 시점까지 이행 목표 달성이 예상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정량적 기준으로 공약이행 수치에 포함되진 않지만 시민들에게는 공약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현재 고양시가 ‘정상추진’으로 분류해놓은 공약 상당수는 이동환 시장 임기 내 추진이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들이다. 대표적으로 교통공약인 △신분당선 일산연장 추진 △3호선 급행 △9호선 급행 대곡연장의 경우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조차 되지 않았고 관련 논의 또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고양시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는 상황임에도 시는 해당 공약들을 모두 ‘정상추진’으로 분류하고 있다.
‘생활스포츠 도시 구현을 위한 스포츠복합단지 조성’ 공약 또한 마찬가지다. 해당 공약의 핵심은 고양동 스포츠타운과 성석동 스포츠복합단지 조성으로 당초 계획상에는 2024년 착공, 올해 준공으로 돼있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행정절차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담당부서 추진실적 보고서에는 “고양동 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은 도시관리계획(변경)결정 후 사업예산 확정이 가능하며 토지매입비 및 공사비 예산확보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다. 즉 사업이 전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음에도 시민들에게 공개된 공약실적에는 ‘정상추진’으로 분류됐다.
그밖에 한예종 유치, 제2호수공원 조성 추진,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반대 등 사실상 현 시점에서 시행이 어려운 공약들도 ‘정상추진’으로 명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 ‘셀프평가’ 자료로 평가 한계
매니페스토 본부는 매년 전국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공약이행도를 점검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선거 당시 제시한 공약을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평가 방식은 △공약이행완료 △2024년 목표달성 △주민소통 △웹소통 △공약 일치도 등 5개 분야를 1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해 SA부터 F까지 절대평가를 진행한다. 이중 고양시는 총점 87점 이상으로 SA등급을 받았다.
매니페스토 본부가 밝힌 평가방식에 따르면, 일차적으로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제출한 공약추진 실적 및 세부실행계획서 등의 자료를 수집한 뒤, 소명 및 보완자료 검토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발표를 하게 된다. 즉 평가받아야 할 대상이 ‘셀프 평가’한 자료를 바탕으로 공약 이행도를 평가하는 셈이다 보니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매니페스토 본부 관계자는 “공약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을 먼저 각 지자체에 전달했고 답변서에 대해 추가 보완요청 및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일차적으로는 지자체의 자체 공약이행 평가자료를 받긴 했지만 매니페스토 평가단에서 검증 절차를 거쳐 최종 발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체 평가단을 통해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200곳이 넘는 전국 지자체들의 상황을 모두 속속들이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해당 지자체에서 보내온 공약 이행 자료에 대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은 “공약이행 평가는 제3자가 객관적인 기준을 두고 공정하게 진행해야 함에도 매니페스토 본부가 지자체의 ‘셀프 평가’ 자료를 토대로 최우수 등급을 준 것은 문제가 크다”며 “고양시가 ‘정상추진’이라고 자체 평가한 공약 중 시민들이 동의할 항목이 얼마나 되겠느냐. 제대로 된 공약평가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