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람들-소피책모임

2015년 지혜공유협동조합서 시작
혼자 읽기 어려운 ‘벽돌책’ 도전

매주 월요일 한양문고에 모이는 소피책모임. 시작 전 명상으로 모임을 연다. 
매주 월요일 한양문고에 모이는 소피책모임. 시작 전 명상으로 모임을 연다. 

[고양신문] 『상나라 정벌, 은주 혁명과 역경의 비밀(리숴)』, 『해를 삼킨 아이들(김기정)』, 『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한국인의 탄생(홍대선)』, 『우린 너무 몰랐다(김용욱)』, 『민중의 이름으로(이보 모슬리)』, 『세계 끝의 버섯(애나 칭)』, 『농부와 산과의사(미셀 오당)』, 『녹색평론 189호』,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조르주 베르나노스)』, 『거룩한 불편(유정길)』, 『무분별의 지혜(김기태)』. 

3월부터 6월 첫 주까지 ‘소피책모임’이 읽은 책 목록이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면 어김없이 한양문고 ‘여우사이’ 공간에 모여 책을 읽는 ‘소피책모임’의 3개월 동안 독서목록이다. 매주 책읽는 독서모임으로 벌써 10년이 넘었다. 

‘구들방’이란 이름으로 2015년 1월 19일 다양한 형태의 소모임을 열었던 지혜공유협동조합의 학습모임으로 시작됐다. 유정길 이사장의 제안으로 백석동 이마트 올리브상가 2층에서 『한계비용 제로사회』를 첫 책으로 모임을 가졌다. 모임 장소가 좌식 공간이라 ‘구들방’이라고 지었다가 ‘소피책모임’으로 이름을 바꾸고 장소도 한양문고 주엽점이 되었다. 황국현, 신상하, 김순남씨 등이 초기 회원으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신입회원들이 들고나면서 10여명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다. 

“혼자 읽기 어려운 책, 소위 벽돌책을 같이 읽어보자고 시작했어요. 한권을 나눠서 읽으려고 매주 모이기 시작했는데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어요. ‘소피’는 ‘소피스트’, 생각하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그렇게 지었어요.”

소피책모임 방장을 맡고 있는 황국현씨
소피책모임 방장을 맡고 있는 황국현씨

방장을 맡고 있는 황국현씨의 설명이다. ‘벽돌책’ 도전을 취지로 했던 책모임인만큼 초기에는 두께가 좀 있는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을 주로 보았다. 첫 회에는 20여 명이 모였다. 주부, 소아과의사, 교사, 정치인, 작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이들이 모임에 오고 갔다. 책은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추천했고, 인문, 사회과학 이외에도 소설이나 시, 문학책 등 주제는 다양하게 선정했다. 매주 모임이 원칙이지만 참석은 자유롭다. 함께 읽을 책을 사전에 공지해서 선호하는 책모임에만 오기도 한다. 오후 7시에 모여 보통 9시까지 토론을 하고 뒤풀이는 ‘필수’다. 

“우리 모임은 특별한 룰에 얽매이지는 않아요. 3명이 올 때도 있고, 10명이 될 때도 있는데 상황에 맞게 해요. 마음맞으면 책이야기를 짧게 하고 바로 뒤풀이를 가기도 하죠. 뒤풀이가 좋아서 오시는 분들도 있구요.” 룰이 따로 없지만 매주 책을 읽는다는 자체로 틀이 잡혀 큰 변화없이 10년을 이어왔다는 것이 황 방장의 설명이다. 

10여 년 모이면서 갈등은 없었을까. 페미니즘과 돌봄, 기후위기 관련 주제가 의외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가 있었단다. 호응이 없어서 책 추천자가 상처를 받기도 하고, 처음 참여한 이들의 낯선 반응으로 분위기가 ‘썰렁’해지기도 했다. 신상하씨가 추천한 생태주의 책들이 몇 번 외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책을 읽고 싶어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내가 고르지 않는 다양한 추천 책들을 읽는 재미가 있죠. 평소에는 전혀 안 읽을 주제의 책을 강제적으로 일주일에 1회씩 읽는 일이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육헌수씨는 올해로 3년차. 소피의 책모임을 통해 다양한 책읽기를 참여의 이유로 설명했다. 김익현씨는 3년전 고양시에 이사 와서 책모임을 찾다가 회원이 됐다. “술한잔 할 친구를 찾다가 책친구를 얻었다”는 김씨는 뒤풀이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초기 멤버인 신상하씨는 “책모임을 통해 살아가는 태도를 항상 점검하는 기회가 되는 것같다”며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만나서 낯설어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책을 추천하고, 다른 소감을 나누는 과정이 책모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9주년 기념 모임
2023년 9주년 기념 모임
2023년 9주년 기념 모임
2023년 9주년 기념 모임

2023년에는 모임 9주년을 기념하여 한양문고 ‘공부하는 인간들’ 공간에서 가져온 음식과 책이야기를 함께 하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책모임을 제안했던 유정길 전 이사장은 “혼자 읽기 어려운 사회과학, 일반과학, 철학 등의 책들과 진한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학과 시도 읽으며 멤버들이 바쁜 와중에도 놓지 않고 자리를 지켜왔기에 9년이란 세월을 지내온 것 같다”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6월 첫모임 책은 황국현씨가 추천했다. 『무분별의 지혜(김기태 저)』. “쉬어가라고 추천했습니다. 한 구절씩 읽어보면 좋을 것같아요. 책의 강약을 조절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려운 책만 하면 힘드니까.”

토론을 하고 이는 소피책모임 회원들.
토론을 하고 이는 소피책모임 회원들.

초기 멤버인 김순남씨는 당시 일산에서 운영하던 소아과병원이 파주로 이사를 갔는데도 여전히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나와 다른 시각의 이야기도 듣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소통하는 자체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6월에는 『빈곤과 불평등의 세기를 끝내기 위한 탈성장의 정치경제학(제이슨 히켈)』, 『고슴도치의 우아함(뮈리엘 바르베리)』, 『트럼프는 김정일에게 무엇을 원하는가(김동기), 『생각의 음조(한병철)』 등을 이어서 이야기할 계획이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월요일 오후 7시 한양문고에 슬그머니 가서 앉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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