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프리즘>
[고양신문] 드디어 대선이 끝났다. 작년 12월 3일 갑작스런 비상계엄 이후 숨가쁘게 달려온 ‘바로잡기’의 1막이 일단은 내려졌다. 군과 경찰 앞에서 당당했던 주권 시민들은 선거운동 기간까지 그 동력을 잃지 않고 ‘내란종식’을 외쳤다. 퇴근 후 유세장을 찾고, 각자의 장에서 목소리를 냈고, SNS 등 각종 커뮤니티가 분주했다. 입장에 따른 논란, 갈등이 없지는 않았지만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법이다.
52.98, 37.4, 8.46, 1.08%. 고양시의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 득표율이다. 전국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자의 득표율이 조금 더 높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전국 득표율 0.98%보다 조금 높게 1%대를 넘겼다.
빨강 노랑 초록. 유세장에서 권영국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단연 눈에 띄었다. 노동당, 정의당, 녹색당, 진보시민단체 연대조직 ‘사회대전환 연대회의’가 연대했기 때문이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한상균 후보와 지난 4월 27일부터 3일간의 회원 투표를 거쳐 6477명 중 4565표(70.5%)를 득표해 시민사회계를 대변하는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것이다. 당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가 플랫폼 역할을 맡은 정의당의 당명 변경을 요청하고, 정의당이 ‘한시적 변경’을 받아들여 민주노동당 후보로 선거를 치렀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가 당초 제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아우를 것으로 기대됐으나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민주노총이 ‘아무도 지지하지 않’기로 하면서 지금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수치였다.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벌인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당원들은 대부분 각자 생업이 있는 생활정치인들이었다. 업무 후 시간을 쪼개 선거 유세 차량을 타고 방송을 하고, 고양과 파주를 오가며 현수막을 달고, 아침저녁 전철역 유세도 잊지 않았다.
지역에서 진보정당 생활정치인들이 함께 유세를 하며 지역 환경, 노동 문제를 의논하고 연대하는 풍경은 시민들에게도 신선했다. 행신1동, 정발산동, 풍산동 등은 덕분인지 1.3%, 효자동에서는 1.41%의 득표를 얻었다. 이재명 후보의 선거운동에 함께 하는 지역의 시민단체, 진보당들도 후보지지와 함께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연대’의 여러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쉬움이 크다. 고양시는 전국에서 유일한 4선 진보정당 지역구 의원을 만들어낸 지역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심상정 의원은 고양갑에서 39.38%를 얻었다. 화정1, 2동 이외에도 흥도, 원신, 고양, 관산동 등 농촌, 외곽지역까지도 고르게 지지를 보였다. 2022년 22대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는 전국 2.37%, 덕양구 3.31%, 낙선했지만 22대 총선에서도 18.41%를 얻었다. 이번 대선 1%대의 득표는 내란 국면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면 ‘선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양갑 지역의 득표율은 전국과 차이가 없을만큼 진보색이 옅어졌다. 고봉‧덕이동 등 일산서구지역 0.7%에 이어 식사동도 0.8%대를 나타냈다. 국회의원, 다수의 진보정당 광역, 기초의원을 배출한 지역이라는 사실은 기억으로만 남았다.
지난 4일 기본소득당으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하게 된 최혁진 의원이 복귀 대신 민주당에 남겠다는 뜻을 밝혀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의원직 도둑’이라며 더불어민주당에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보정당을 의원직 ‘발판’으로 삼고, 목적을 이루자 돌아갔다는 주장인 듯한데. 정당의 대의가 거부당하는 것처럼 정치인들에게 지역을 ‘선거구’로만 바라본다면 어렵게 열린 문은 더 굳게 닫힐 수밖에 없다.
“소수정당 소속 정치인을 세 번이나 당선시켜 험난한 제3의 길을 기꺼이 동행”했던 지역주민들은 ‘생활 정치인이 되겠다’는 후보, 정치인들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번 대선의 1%대의 진보정당 후보 득표율은 0에서 시작해 다시 종종걸음치는 이들의 소중한 성적표라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