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고양시 마을숲 생태탐사] (1) 황룡산

참나무 숯 굽던 탄현동 마을숲
주민들이 지속가능하게 이용해와
고봉산과 연결돼 생물다양성 풍부
과도한 이용 자제하고 보전 노력해야

고양 마을숲 탐사에 나선 시민들이 지난달 31일 황룡산에서 나무의 둘레를 측정하고 있다. 황룡산은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지속 가능하게 이용해온 마을숲이다.

[고양신문] 기후 위기 대응방안 중 하나로 마을숲을 지키고 훼손된 녹지축을 되살리기 위한 고양신문의 ‘고양 마을숲 시민 생태탐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된다. 올해는 한국수자원공사 경기서북권지사 후원으로 진행되며, 탐사할 마을숲은 황룡산, 옥녀봉, 영주산~묘하나골산, 앵봉산, 견달산, 대자산, 산황산 등 고양시민들이 즐겨 찾는 8개 숲이다. 

고양 마을숲 생태탐사는 식물, 곤충, 조류, 포유류 등 분류군별 전문가조사와 시민 생태탐사로 나뉘어 매달 두 차례씩 진행된다. 전문가조사는 ‘에코코리아’ 소속 숲 전문가인 이은정, 김은정, 김지선, 이명혜, 김윤선, 정인숙 조사원과 김동원 야생동물 조사원(삼육대 동물자원과학과 4)이 참여해 마을숲의 지리적, 생태적 특성과 현황을 조사한다. 이어 숲 전문가들이 해설하는 시민 생태탐사와 오창환 작가의 마을숲 스케치 현장 수업이 이어진다. 고양신문은 지난해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숲 전문가들과 함께 개명산, 오송산, 덕양산, 봉대산, 성라산~지렁산, 정발산, 고봉산 등 고양의 8개 마을숲 시민 생태탐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고양 마을숲 탐사에 나선 시민들이 황룡산에서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맑은 개울에서 새들 물 마시고 목욕
올해 첫 마을숲 생태조사는 지난달 19일과 31일 황룡산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과 일산동구 고봉동, 파주시 교하동 경계에 자리한 황룡산(134m)은 작고 낮은 산이지만 고양시를 통과하는 한북정맥의 주요 축인 고봉산과 연결된 숲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산동고 옆 탄현공원에서 황룡산으로 진입하는 들머리에는 맑은 개울물이 졸졸 흘러내렸다. 20년 전에 가재도 살았다는 이 개울은 새와 같은 작은 야생동물이 물을 마시고 목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것으로 보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역시나 물을 좋아하는 직박구리와 참새, 오목눈이 무리가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5월은 여름철새들이 분주히 번식을 준비하고 짝을 찾는 시기라 숲속에서 흰눈썹황금새, 되지빠귀, 개개비 등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직 훤한 대낮인데도 야행성 조류인 천연기념물 소쩍새가 “소쩍 소쩍”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울어댔고, 딱새나 붉은머리오목눈이에게 자신의 새끼를 맡겨 키우게 하는 뻐꾸기도 황룡산을 찾아와 탁란할 둥지를 찾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조류는 총 15과 23종이 확인되었다.

숲으로 몇 걸음 들어서니 아름드리 밤나무와 참나무군락이 울창하다. 황룡산 자락에 깃든 탄현(炭峴) 마을은 ‘숯고개’라는 뜻으로 황룡산과 인근 고봉산에서 참나무를 베어 숯을 만든 데서 유래한다. 실제로 1990년대 초 일산신도시 개발 전까지만 해도 황룡산 일대는 참나무 숯 생산을 위해 벌채가 활발히 진행되었다고 한다. 황룡산 참나무군락은 주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밤나무 혼합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가 일부 단독으로 나타났다. 숲 가장자리에는 떡갈나무가 관목 형태로 소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고양시민들이 군부대 철조망 옆으로 난 황룡산 탐방로에서 마을숲 생태탐사를 하고 있다.
고양시민들이 군부대 철조망 옆으로 난 황룡산 탐방로에서 마을숲 생태탐사를 하고 있다.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참나무군락 아래로 벚나무, 층층나무, 때죽나무가 자리하고, 그 아래는 노린재나무, 개암나무, 개옻나무가 관목층을 이루고 있었다. 노박덩굴, 청미래덩굴 등 덩굴성 나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숲길 가장자리에는 사람의 간섭에서도 잘 자라는 반음지 식물인 밀나물, 선밀나물, 애기나리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자주괴불주머니, 계요등 등이 소규모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었다. 훼손된 숲 틈으로 생태계교란종인 서양등골나물,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등도 군생을 이루고 있어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참나무군락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리기다소나무 군락이 나온다. 리기다소나무는 한국전쟁 이후 벌목으로 벌거숭이산이 되자 국토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조림된 것으로 보인다. 리기다소나무 사이로는 일본목련이 커다란 잎을 매달고 기세 좋게 솟구치고 있었다. 5월 황룡산 조사에서 식물은 60과 115속 150종이 확인되었다.

군부대 철조망이 늘어선 황룡산 탐방로에서 시민들이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곤충류는 대벌레, 좀말벌, 개나리잎벌, 노랑배거위벌레, 검털파리, 청띠신선나비, 몸큰가지나방, 고운고리장님노린재 등 31과 38속 40종이 확인되었다. 양서류는 청개구리, 참개구리 등 2종의 성체가 관찰되었으며, 포유류는 청설모와 두더지 흔적 등 2종이 관찰되었다. 너구리와 족제비를 최근 목격했다는 탐문조사 결과까지 합하면 포유류는 최소 4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룡산에 포유류 종이 적게 발견된 것은 고봉산과 연결하는 녹지축 훼손 때문이다. 황룡산과 고봉산은 원래 산줄기가 이어져 있었지만 그사이에 6차로의 도로가 생겨 끊긴 바람에 육상 포유류의 이동이 어렵게 되었다. 

금정굴도 부족해 가시철조망까지
수많은 야생생물이 제각각 아름다움을 뽐내며 공존하는 황룡산 숲은 오랜 기간 동안 마을 주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지금은 가시철조망에 가로막혀 온전한 평화를 느끼기 어렵다. 황룡산 중턱부터 숲길은 군부대와 땅 주인인 전주이씨 문중이 경쟁적으로 둘러친 가시철조망이 이어져 있고 정상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땅 주인은 탐방로 주요 지점마다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무단 침입시 법에 따라 처벌된다’는 내용의 경고 펼침막을 내걸었다. 이로 인해 고봉동 삼거리에서 시작해 능선을 따라 군부대 앞 정상 부근까지 이어졌던 황룡산 산책로의 절반 이상이 폐쇄됐고, 탄현마을과 황룡산 동쪽 기슭 상감천 마을을 이어주던 고양누리길 9코스인 고봉누리길 황룡산 구간은 단절되고 말았다. 

고양 마을숲 탐사자들이 지난달 31일 황룡산 금정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을숲 탐사에 나선 시민들이 꽃다발을 만들어 금정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마을숲 탐사에 나선 시민들이 꽃다발을 만들어 금정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황룡산의 비극의 뿌리는 75년 전 한국전쟁 당시로 거슬러 오른다. 남과 북이 고양지역을 뺏고 빼앗겼던 1950년 10월, 153명 이상의 고양 주민들이 부역 혐의자 및 가족이라는 이유로 국가권력에 의해 집단 총살되어 황룡산 금정굴에 매장되었다. 이들의 주검은 40여 년이 지난 1990년대 중반이 돼서야 유해 발굴이 이뤄졌다. 황룡산의 비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파주 교하 쪽으로 산 중턱까지 주택들이 야금야금 들어섰고, 탄현지구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계획이어서 오랜 기간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황룡산 마을숲은 앞으로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은 “황룡산은 도시화 이전부터 지역민들이 지속 가능하게 이용해왔으며 전통 지식이 남아 있는 마을숲이다. 사람들의 과도한 이용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 요인을 가려내어 생태적 회복, 보전 방안을 마련하고 생물다양성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월 마을숲 시민생태탐사는 27일(금) 고양 한북누리길 구간인 옥녀봉에서 진행된다.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27일 오전 8시30분까지 오금상촌공원(고양시 덕양구 오금동 30-1)으로 오면 된다. 문의: 031-963-2900
<취재도움=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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