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원시니어도서관, 문광부 '길위의 인문학'사업 선정 
‘그림책’으로 되돌아보는 저속 노화 실천 프로그램도 

[고양신문] 도시의 이름은 쉽게 잊혀도, 땅에 남은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대화동에서 발굴된 7㎜ 크기의 볍씨 12알. 사람 손톱보다 작은 그 유물은, 한반도 농경문화의 기원이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이라는 사실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  가원시니어도서관이 2025년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위해 선택한 첫 번째 화두는 바로 이 ‘가와지 볍씨’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로 전국 단위 공모로 선정된 지역 인문 사업이다. 

‘문화 고양_세계에서 가장 작은 유물, 가와지 볍씨 인문으로 묻다’는 이름의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역사 강좌가 아니다. 도시의 가장 깊은 뿌리이자 우리가 밟고 선 땅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 인문학적 여정이다. 가원시니어도서관은 55세 이상 장년·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볍씨의 역사와 그에 깃든 농경문화를 체험하고, 박물관 탐방과 강연, 문화 체험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과 나의 삶을 연결 짓는 시간을 마련했다. 선사시대 볍씨가 건네는 질문은 단순하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 삶의 터전을 새롭게 읽는 이 여정은, 고양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다시 의미 있게 느끼게 한다.
6월 23일 가원시니어도서관에서 ‘한반도 문명의 씨앗, 가와지볍씨’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으로 대화동 왕상공원, 대화공원, 가와지볍씨 박물관 등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10월 20일까지 6회 진행된다. 

또 하나의 인문학 길은 책장 속 그림책에서 시작된다. ‘시니어 그림책을 활용한 저속 노화 실천 방법’은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유의 시간이다. 이 프로그램은 ‘저속 노화(slow aging)’라는 개념을 중심에 둔다. 늙음을 부정하지 않고, 그 안의 감정과 기억을 끌어안는 과정. 시니어들은 그림책을 읽고, 말하고, 춤추며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공감한다. 감정, 자기 긍정, 자존감, 의미… 각 주제는 삶을 새롭게 해석하는 열쇠가 된다.

그림책은 단지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후반부에서야 우리는 한 장 한 장을 더 천천히 넘긴다. 이 프로그램은 두뇌 컨디션 검사, 감정 표현 훈련, 춤 테라피 등을 통해 정신적 회복과 신체적 활력을 동시에 도모한다. 평생을 살아온 자신과 대면하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 자리다. 7월 3일부터 9월 25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12회 진행되며, 20명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이 두 갈래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가원시니어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민간 시니어 전문 도서관이다. 2021년 9월 문을 연 뒤, 노인 복지와 평생교육, 문화 활동을 연계하며 매년 100회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공간을 넘어, ‘생각하는 삶’이 머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년의 지혜와 경험을 지역사회에 다시 연결하고자 하는 이곳의 철학은, 이번 인문학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난다. 
신청 및 문의: 가원시니어도서관(031-9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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