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경제포럼] 김재민 박사 초청강연
‘지역활성화 촉매제, 지자체 탄소중립정책’
지자체 탄소전환 해법 모색
탄소중립 통해 산업지도 전환
중소기업 생태계 새 기회될 것
[고양신문]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됐다. 고양시 주요 기업·경제인들이 참여하는 고양경제포럼(회장 이상헌)은 지난 11일 조찬세미나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로서 지자체 탄소중립 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은 기계공학 박사이자 (사)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대표인 김재민 박사가 맡았다.
김재민 박사는 20여 년간 영국에서 재생에너지와 도시 에너지시스템 관련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현재는 국내 다수의 기초지자체와 함께 탄소중립 정책을 실무적으로 설계하고 있는 전문가다. 그는 이날 강연을 통해 탄소중립 정책이 단순한 환경정책이 아닌, 지역경제 재편의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유럽과 국내의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유럽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산업화의 교훈
김 박사는 먼저 스코틀랜드의 사례를 중심으로 유럽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을 짚었다. 1997년 노동당 집권 이후 자치권을 획득한 스코틀랜드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파력발전(Pelamis), 조류발전(Contra-rotating Turbine), 육상풍력(Whitelee Wind Farm) 등 다양한 실증사업을 추진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유럽 해양에너지센터(EMEC) 설립, 커뮤니티에너지 정책 등의 제도화로 이어졌고, 실증단계에서는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 박사는 “기술 실증 이후 사업화를 주도한 것은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 등 해외기업이었으며, 스코틀랜드의 기업 생태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이 산업 전환으로 이어지려면 기술개발뿐 아니라, 공급망·인력·투자 등 산업구조 전반을 뒷받침하는 지역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유럽의 최근 에너지 위기 상황도 조망했다. 2020년대 들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 가속과 함께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스 공급 불안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유럽 전역이 ‘탄소중립 충격’을 겪었다. 프랑스에서는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벌어졌고,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이 풍력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높였다. 김 박사는 “탄소중립은 기술과 산업, 정치와 사회를 동시에 건드리는 문제”라며 정책 설계의 섬세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국경세(CBAM)와 기업의 대응 과제
이어 김 박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기후공시 등 기업을 둘러싼 탄소중립 관련 규제 변화 흐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박사는 “CBAM은 단순한 탄소세가 아니라, 유럽 시장에 들어오는 모든 제품이 ‘탄소배출 인증서’를 요구받는 새로운 무역질서의 시작”이라며 “수출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소비재 생산기업도 곧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범위인 Scope1(직접배출), Scope2(전기·열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 Scope3(공급망·출장·폐기 등 기타 간접배출)을 설명하며, “EU는 Scope3까지 공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도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ESG 공시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2026년 이후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 박사는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MRV(측정·보고·검증) 체계를 구축하고, 탄소배출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의 대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역 차원의 탄소배출량 산정 컨설팅, 인증지원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은
김 박사는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탄소중립위원회의 실질화, RE100 활성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며 “정책을 통합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기후위기는 환경문제를 넘어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에너지 고속도로, 분산형 전원망, 스마트그리드, 소형 원자로(SMR) 등 미래 인프라 정책이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특히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며, “중앙정부는 방향을 잡고 재정을 지원하되, 실행은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역시 기후에너지 전담부서 설치, 탄소중립 이행계획 수립, 지역공공기관·산업단지와 연계한 실천전략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역 기업의 혁신과제와 생태계 조성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김 박사는 지역 기업의 혁신과 지자체의 지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포천시의 드론융합 e스포츠 산업과 친환경 염색단지 전환 사례를 언급하며, “전통 제조업 분야도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절감을 통해 친환경 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박사는 경남 거창의 사우나 사업자가 연료전지를 설치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고,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수익까지 확보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도시가스 기반 연료전지는 설치비가 크지만, 에너지자립과 수익구조가 동시에 가능하다”며 “지자체가 초기 투자비 일부를 지원하고 REC 인증을 돕는다면 지역 중소업체의 에너지 전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탄소중립은 단지 규제가 아니라, 산업구조 전환의 기회”라며 “고양시가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 맞는 에너지 정책과 금융, 조달, 교육 체계를 함께 설계한다면,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방정부는 더 이상 중앙정책의 전달자가 아니라, 산업혁신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