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협동조합 탐방 6 사회적협동조합 '자갈자갈 협동조합'

2017년 발달장애아동부모 자조모임으로 출발해 현재 5년째 '자갈자갈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화 이사장과 김정란 이사, 박수정 감사, 오지혜 이사(사진 왼쪽부터).
2017년 발달장애아동부모 자조모임으로 출발해 현재 5년째 '자갈자갈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화 이사장과 김정란 이사, 박수정 감사, 오지혜 이사(사진 왼쪽부터).

[고양신문] “처음엔 그냥 발달장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자조모임이었어요. 하지만 개인으로는 한계가 너무 컸어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대관하는 것도 모두 개인 사비로 부담했고,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됐어요. ”

사회적협동조합 '자갈자갈 협동조합' 이정화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탄생 배경을 이렇게 회상했다. 2017년 고양시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자조모임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2020년 협동조합 지원 사업을 통해 2021년 공식적으로 설립됐다. 자갈자갈의 이름에는 ‘작은 자갈들이 모여 큰 길을 만드는 것처럼, 함께 모여 단단한 공동체가 되자’는 뜻이 담겨있다.

“아무래도 협동조합을 만들면 개인이 아닌 단체차원에서 지자체와 소통할 수 있고 공적인 지원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지역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현 허선주 고양시 협동조합연합회 회장님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고, 이기대 전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팀장님께도 많은 지원을 받아서 용기를 낼 수 있었죠.”
 

특수교육부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예산·공간 제약 불구 5년째 운영

이정화 이사장의 설명처럼 자갈자갈 협동조합은 약 3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아이들이 사회성과 자립성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 사업은 ABA(Applied Behavior Analysis, 응용행동분석) 치료를 통한 특수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이사장을 포함한 전문 자격증을 가진 강사들이 직접 아이들에게 인지 및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외부 전문가 그룹인 ‘오움 사회적협동조합’과 협력해 4년째 특수체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체험프로그램이다. 학교와 센터를 오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자연과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딸기 따기, 사과 따기, 요리 프로그램, 미술 퍼포먼스, 승마 체험 등 계절과 상황에 맞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개인이 하기 쉽지 않지만, 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가 있어 가능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함께하면 용기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함께 어울리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죠.”

지난 5월 진행된 2박3일 가족캠프 행사 단체사진
지난 5월 진행된 2박3일 가족캠프 행사 단체사진

하지만 협동조합 운영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부모들이 직접 운영하는 조직 특성상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조합의 재정적 부담도 늘 현실적인 고민이다.

“대부분 프로그램 운영 비용은 조합원들의 월 회비와 개인 부담금으로 충당하고 있어요. 최대한 공모사업을 활용해서 경감시키려 노력하지만, 실제 공모사업 지원이 없는 해에는 사비로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간 문제에 대한 고민도 크다. 특수체육이나 각종 교육체험 프로그램 등을 위한 적절한 공간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학교나 공공기관 등을 통해 공간을 대관하려고 시도했지만, 코로나 이후 시설 개방이 매우 제한적이고 담당자들과의 소통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이사장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지만, 막상 체육관 하나 대관하는 것도 쉽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매년 증가하는 발달장애 아동 숫자에 비해 지자체와 정부의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예산과 정책 지원이 오히려 줄어드는 부분이 큰 고민거리라고 말한다. 이정화 이사장은 “복지 예산은 한정적인데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니까 서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방과 후 프로그램도 예산이 빨리 소진되어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고, 바우처 예산도 금방 소진되다보니 문제가 크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혼자 아닌 ‘함께’, 민주적 의사결정과 투명한 재정운영 강점
자갈자갈 조합원들은 부모이자 운영자로서 매일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논의한다. 자주 모이지 못하더라도 카톡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끈끈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수평적 의사결정을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임승차’와 ‘책임감 부여’ 문제는 지속적인 고민거리다. 

“모두가 주인의식을 느끼고 협력해야만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우리는 각자의 강점을 살려 서로를 지탱하고 있어요. 저도 원래는 1호 조합원이었는데 좀 적극적으로 나서다보니 눈에 띄어서 운영진에 합류하게 됐죠.” - 박수정 감사

체험활동 일환으로 진행된 요리 교육 프로그램
체험활동 일환으로 진행된 요리 교육 프로그램

이처럼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갈자갈 협동조합은 민주적인 조직운영과 재정의 투명성을 강점으로 튼튼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협동조합의 강점에 대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실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모들은 협동조합 운영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보람으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부모들 간의 연대를 꼽았다. 이정화 이사장은 “우리 스스로가 하나의 마을이 되었다고 느낀다”며 “아이들이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자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가장 큰 힘”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자갈자갈 협동조합 운영진은 지난 5년간 조합원들과 함께 이뤄온 성과를 돌아봤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인사만사가 정말 맞아요. 혼자였다면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좋은 어른들과 구성원 속에서 자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그게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이러한 연대가 고양시 다양한 협동조합으로 확대되고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많아진다면 좀 더 행복한 도시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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