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아 치아살리는치과의원 원장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치아가 부러져서 거의 뿌리만 남았지만, 통증은 없길래 괜찮은 줄 알았어요.” 정기 검진을 위해 최근 내원한 40대 환자의 말이다. 하지만 촬영한 엑스레이와 CT에서는 이미 치아 주변의 턱뼈가 녹고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뿌리만 남은 치아는 겉으론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처럼 안쪽에선 뼈 손상과 염증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치아머리 부분이 부서져 사라지고 뿌리만 남은 상태를 ‘잔존치근’이라 부른다. 이미 치아가 다 빠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뿌리는 여전히 턱뼈 속에 남아 만성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통증이 없어도 뼈가 흡수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임플란트를 하더라도 뼈 이식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아 뿌리는 턱뼈와 연결돼 있어 염증이 생기면 주변 뼈를 서서히 녹이게 된다. 이 과정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서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엑스레이 및 CT 촬영으로 확인해 보면 이미 뼈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방치하면 염증의 범위는 점점 더 증가해 결국 인접 치아까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그럼 뿌리만 남은 치아도 살릴 수 있을까? 뿌리가 일정 수준 이상 건강하게 남아 건전한 치질이 충분하다면 신경치료를 통한 염증 치료 후 인공기둥(포스트), 코어, 크라운을 통해 기능과 심미성을 회복할 수 있다. 특히 조기에 발견하면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도 자연치아를 보존할 수 있으니 통증이 없더라도 한 번쯤 치과를 찾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평소 환자들에게 임플란트보다는 자연치 보존이 더 낫다고 설명하곤 한다. 임플란트는 상실 치아를 대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치료 방법이지만, 자연치아가 감각 전달과 충격 흡수 기능이 뛰어나며 전체적인 구강 건강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치아 하나를 보존하는 것은 단순한 기능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자연치 보존을 먼저 고려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평가는 눈으로 살피는 검사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영상검사 및 잇몸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잔존치근의 치료를 미루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 염증이 진행되면 뼈 흡수가 심해지고 치아를 살릴 기회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발치와 함께 뼈 이식을 포함한 복잡한 임플란트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고 치료 기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다. 통증이 없더라도 이미 뼈가 손상되고 있을 수 있기에 조기에 내원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최수아 치아살리는치과의원 대표원장(치과보존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