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칼럼
[고양신문]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차량에는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특히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 시 설정된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거나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은 많은 운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며 필수 기능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운전자가 간과해서는 안 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기술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크루즈 컨트롤의 올바른 이해와 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 보조 기능 사용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고속도로에서 ACC 등 주행 보조 기능 이용(추정 포함)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19건이며 이로 인해 1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2024년도에만 8건이 발생해 9명이 사망했다. 이는 주행 보조 기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안타까운 수치들이다.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와 시스템에 대한 과신이다. 시스템이 알아서 속도를 조절하고 차간 거리를 유지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시스템의 한계를 인지하지 못한 채 악천후나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크루즈 컨트롤에만 의존할 경우 돌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 또한, 시스템 오작동이나 센서 인식 오류 가능성도 있어 항상 운전자는 주행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크루즈 컨트롤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운전자의 인식 개선과 올바른 사용 습관 정착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 시스템 한계를 인지하고 이해해야 한다. 크루즈 컨트롤은 ‘주행 보조’ 기능일 뿐 ‘자율 주행’ 기능이 아님을 명확히 인지하고 시스템의 작동 조건과 한계, 그리고 비상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둘째, 전방 주시 및 즉각 대처를 준비해야 한다. 크루즈 컨트롤 사용 중에도 항상 전방 및 주변 교통 상황을 주시하고 언제든지 운전대를 잡고 브레이크를 조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시스템에만 의존하며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다른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셋째, 악천후 및 복잡한 도로에서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비, 눈, 안개 등으로 노면이 미끄러지거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 또는 교통량이 많고 차선 변경이 잦은 복잡한 도로에서는 크루즈 컨트롤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넷째, 제조사의 명확한 안내 및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차량 제조사는 주행 보조 시스템의 한계와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더욱 명확하고 쉽게 안내해야 하며 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은 분명 운전의 편리성을 높여주는 유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은 완벽하지 않으며 그 사용의 최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편리함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 운전에 집중하는 태도만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길이다. 모든 운전자가 크루즈 컨트롤의 편리함 뒤에 숨겨진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현명하게 사용해 더욱 안전한 도로 환경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