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최근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고통받는 두 분과 상담을 나눴다. 머리와 이마가 흠뻑 젖고 얼굴과 목으로까지 땀이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한여름에는 어떻게 보내실지 걱정스러웠다.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중심이 36.5도라는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체온을 유지한다 함은 36.5도에 맞는 세포의 활동인데, 인간은 활동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체온이 높아지고 떨어지면 체온이 낮아진다. 따라서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려면 열을 냉각하거나 때로는 열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인간에게 체열 생산능력은 있지만, 체온을 낮추는 냉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즉 체온을 낮추려면 외부의 온도에만 의존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체열의 관리를 돕는 모발과 주름이 있다. 외부의 온도가 높아져 체온이 높아지면 땀을 방출하는 것이 체온조절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다. 땀 자체가 체열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땀이 증발하면서 체열을 낮추므로 습도가 낮고 바람이 있으면 체온조절이 쉽다.
이처럼 땀의 배출은 체온을 조절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기전이다. 한의학에서는 혈한동원(血汗同源)이라고 해서 땀을 혈액처럼 중요하게 본다. 땀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너무 많으면 기운의 저하와 탈수가 올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릴 상황이 아닌데도 땀이 과잉되게 많이 나는 상황인 다한증(多汗症)과 체온조절과 무관하게 땀이 흐르는 자한증(自汗症)이 있다면 특히 유의해야 한다.
땀이 많은 사람은 몸의 대사가 왕성하거나 대사의 효율이 낮아 열을 과잉 생산하거나 자주 발한을 일으켜야 체온조절이 되는 사람이다. 다한증은 대부분 대사의 효율이 낮아서 발생한다. 대사의 효율이 낮으면 열의 발생이 2배 이상 높아지는데, 이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땀을 많이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체력이 좋은 사람은 대사의 효율도 높다. 걷거나 가벼운 러닝 정도로는 열이나 땀이 별로 안 난다. 그런데 체력이 낮은 사람은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러닝을 하면 땀이 비 오듯 흐른다. 평소 땀이 많고 조금만 활동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다한증은 대사의 효율이 낮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체온조절과 무관하게 땀구멍의 조절 능력이 흐트러져 나는 땀도 문제다. 한방에서는 전신성 한출(汗出)을 크게 자한(自汗)과 도한(盜汗)으로 나눈다. 각성상태에서 활동하며 배출되는 땀이 자한(自汗)이고, 잠자는 동안 나도 모르게 땀을 훔칠 도(盜)자를 써 도한(盜汗) 이라고 한다. 자한은 흔히 황기를 넣은 삼계탕으로 다스리기도 한다. 그런데 도한은 수면 중 과도한 세포 활동의 결과물로 일어난 현상이고, 특히 갱년기 증상이나 갑상선 항진증이나 폐결핵 같은 질환이 있을 때 주로 나타나기에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이다.
그럼 다한증은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까. 우리 선조들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손상된 기와 혈을 보양 음식이나 보약으로 보충해왔다. 삼계탕이나 사철탕으로 보신하거나 인삼, 오미자, 맥문동 등이 처방된 생맥산을 다려 음료 대신 마시기도 했다.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이 된다. 열을 과잉생산하는 음식도 있고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음식도 있다. 보편적으로 채소와 생선이 시원한 음식에 속한다.
사실 다한증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운동을 통한 체력증진이다. 원활한 혈액순환을 확보하고 세포의 대사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인데, 그 기준점은 사점(死點)을 넘기는 것이다. 사점이란 유산소 운동을 할 때 5분 전후에 힘든 고비를 지나 10분 전후에 죽을 것 같고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상태에서 운동을 지속하며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호흡이 편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땀이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사점을 넘겨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다 보면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숨도 차지 않고 땀도 흐르지 않게 된다. 이 정도 상태가 되면 다한증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맨발 걷기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드러난다. 가령 여름 땡볕에 해안가에서 맨발로 걸으면 초반에는 등과 머리부터 시작해서 땀이 비 오듯 흘러 힘겨운 상태가 이어지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계속 걸어도 열이나 땀이 나지 않으면서 더위도 못 느끼는 상태에 도달한다. 이러한 상태에 이를 정도의 맨발 걷기를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다한증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