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근의 동네서점 기행
(2) 삼송동 단향

서점 단향에서 독자와의 만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서점 단향에서 독자와의 만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고양신문] 올해 2월 세리서점을 열고 운영하고 있는 나는, 다른 서점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가 몹시 궁금했다.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서점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마침 고양신문 제안으로 연재를 맡기로 하고 고양시 서점들을 검색했다. ‘동네서점’, ‘독립서점’, ‘작은서점’ 키워드를 넣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했다. 문득 동네서점을 당연히 네이버, 다음에서 찾고 있는 내가 어색했지만, 어쩌겠는가. 포털 사이트에 공개돼 있는 매장 전화번호에 전화를 하려다가, 서점 주인에게 나를 말로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난감해서 요즘 사람들이 두루 쓰는 인스타그램 디렉트 메시지를 선택했다. 가장 먼저 답변을 받은 곳은 바로 여기 ‘단향’이다.

덕양구 삼송역 근처에 있는 서점 단향은 거대한 주상복합 건축물의 두 번째 층에 놓여 있다. 단향의 사장인 희우(본명을 밝혀서 좋은 일이 없었다고 한다)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단향의 정체를 알 수 없다고들 해요”라고 말했다. 내가 본 희우와 서점의 첫 인상도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디저트 가게인지, 수학 학원인지, 서점인지, 공연장인지 도대체… 단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사장 희우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희우는 초등학교 6학년 겨울, 엄마의 책장에서 『어린 왕자』를 발견했다. 지금은 없어서 못 구한다는 ‘삼중당문고’ 판 『어린 왕자』다. 그림이 많은 책을 발견한 희우는 그때부터 『어린 왕자』를 읽고 또 읽었다. “같은 책과 같은 그림이지만 매번 감상이 달라져요.” 그의 말을 들으며 단향을 둘러보니, 서가 한켠에 『어린 왕자』의 다양한 번역본이 모여 있다. 그렇게 책과 맺은 인연을 놓지 않았던 희우는 인생의 30년을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보냈다. “지쳐가던 어느 날,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어요”라는 그는 디저트 카페를 준비했다. 가수 김현철 덕질을 하며 친하게 지내던 동료와 함께 가게를 열기로 한 것. 동료는 책방을, 희우는 디저트 카페를 맡기로 하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계획대로 풀리던가. 덕질 동료는 서점에 입고할 첫 책 주문을 끝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제가 책방까지 맡게 됐죠.”

3년이 지난 오늘, 그의 하루는 꽉꽉 차 있다. 출근하면 디저트를 만든다. 경력을 살려 수학 과외를 한다. 저녁이면 줌으로 독서모임을 연다. “가끔은 반복되는 하루에 권태기를 느끼기도 해요”라는 희우. “저는 I(MBTI) 성향인데, 책방지기로 살면서 가끔 E가 돼요.” 희우는 좋아하는 작가에게 거침없이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 독자와의 만남을 주선한다. 그는 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신나게 설명해줬다. 단향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궁금하신 분들은 ‘단향’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확인하면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책을 마트에 장 보러 온 사람처럼 마구 집어 들고는 “계산해주세요”라고 말한 손님이라고. 하지만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손님은 천천히, 망설이며 책을 고른다. 희우는 그들의 눈빛을 살핀다. “금방 갈 분인지, 머물 분인지 느낌으로 알아요. 책을 한두 권 꺼내 본다면 말을 건네요. ‘이 책 좋아하세요?’” 그러면 곧 수다 파티가 열린다. 팔릴 줄 알고 들여온 책이 팔리지 않고, 아무 기대 없이 진열한 책이 인기리에 팔리는 일도 허다하다. “책방 3년째지만 아직 모르겠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주문해요. 지금 서점에 있는 책의 90% 이상은 제가 읽은 책이에요.” 그러니까 서점 단향은 ‘사심 큐레이션’ 서점이다. “작은 서점에는 사장의 사심이 들어가 있어요. 안 보이던 책이 눈에 들어오게 되죠.” 처음에 서점을 열었을 때는 독립출판 도서만 들이려 했지만, 지금은 가리지 않는다. “내가 재미있어야 하고, 나도 충족돼야 하니까요.” 희우는 말한다. “책 읽는 재미를 모르던 사람이 ‘책이 재밌다’고 말할 때 가장 행복해요.” 그의 권유로 책을 읽게 된 손님이 다시 찾아와 “재미있게 읽었어요. 또 뭐 읽을까요?”라고 묻는 순간, 책방지기로서의 보람이 몰려온다.

서점이란 무엇인가?
“생계이자 애증의 존재죠. 내칠 수도 없고, 때로는 버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건 중독성 때문이겠죠. 책방을 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요. 막상 책방의 문턱은 높아서 사람들이 문을 넘어오기는 힘들어요. 반면에 제가 책방을 운영한다고 소개하면, 제가 어딘가 들어갈 때의 문턱은 낮춰지더라고요. 사람들을 만날 때도 책방을 운영하는 저를 신기해하며 먼저 질문하기도 하고요. 저는 서점 단향을 타인과의 관계를 매개하는 도구로 생각합니다. 인생 동안 해보고 싶던 문화 활동들을 실현시켜주는 도구입니다. 돈은 안 돼도, 남는 게 있어요.”  

책방 단향. 그것의 정체는 희우의 시간, 관계, 독서가 켜켜이 쌓인 곳이다. 대화를 마치고 희우에게 책 추천을 부탁했다. 단향에서 추천받은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이다. 서점 운영의 경제적 측면을 물어봐야 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않기로 했다. 온 세상이 누가 얼마를 버는지 궁금해 하는데 나까지 궁금해 할 필요가 있을까. 대화하는 내내 활짝 웃고 있던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단향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로 240 힐스테이트삼송역스칸센 202동 264호
인스타그램 daan_hyang_bookshop

 

서점 단향에서 독자와의 만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서점 단향에서 제공하는 디저트.

✨️단향의 디저트와 프로그램

[디저트]

현재 흑임자꽃다식, 꽃강정쿠키, 설화병, 곶감산도 등 서양 베이커리가 아닌 한식이지요.  정통보다는 퓨전식이랄까요? 

[프로그램]

일독일몽 : 한 권의 책으로 열리는 하나의 세상이란 뜻으로
매주 화요일 밤 10시 줌모임입니다. 주로 벽돌책으로 함께하지요

일씹3 : 읽고 꼭꼭 씹어 뜻을 새겨보자란 모토의  " 시집" 필사모임입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9시반 줌모임입니다. 원래 대면모임이었으나 잠시간 줌으로 진행중입니다. 

책방클래식
7월 10일 (목) 저녁 8시 어린왕자

✨️ 어린왕자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동화 '어린왕자'를 다양한 클래식 음악으로 함께 만나보는 강연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어린왕자'의 낭독과 함께 진행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모차르트 '작은별 변주곡', 그라나도스 '고예스카스' 중 '비탄, 또는 소녀와 밤 꾀꼬리', 슈포어 '장미여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등을 어린왕자의 장면과 연결시켜 함께 연주

9월 18일 (목) 저녁 8시 피터와 늑대

✨️피터와 늑대
프로코피예프의 1936년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는 러시아 구전을 음악으로 풀어 작곡한 관현악을 위한 곡입니다. 작곡가가 해설자를 위한 대본도 직접 쓴 이 작품은 현재 동화책으로도 번역되어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피아노 연탄곡과 나레이션으로 이뤄지는 이 곡은 
1. 연주자 및 나레이터 소개, 프로코피예프 소개, 작품 소개
2. 해설과 함께 공연 진행
3. 동화책과 함께 음악에 대한 생각 등을 교류
하는 시간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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