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승모 치아살리는치과의원 원장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치아는 멀쩡한데 왜 흔들릴까요?”, “충치는 없는데 이가 빠졌어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많은 사람이 충치는 익숙하게 여기지만, ‘잇몸병’이라 불리는 치주질환은 가볍게 넘기거나 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주질환은 성인 3명 중 1명 이상이 겪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고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젊을 땐 충치, 나이 들면 풍치’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문제는 그 풍치, 즉 치주질환이 서서히 진행되며 치아를 지탱하는 조직을 망가뜨리고 결국 치아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치주는 치아를 둘러싸고 지지하는 조직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잇몸뿐 아니라 치아를 감싸고 있는 턱뼈인 치조골,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인대까지 포함된다. 이 치주조직이 건강해야 치아도 제자리를 지킬 수 있다.
치주조직에 생기는 모든 문제를 다루는 치과의사가 바로 치주과 전문의다. 단순히 잇몸에 생긴 염증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치조골에 임플란트를 심고, 부족한 잇몸이나 뼈를 이식하거나 재건하는 고난도 수술까지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기존에 치주질환을 앓았던 환자에게는 치료 후 유지관리와 재발 방지까지 함께 고려한 접근이 중요하다.
치주질환은 대부분 세균에 의해 생긴다. 칫솔질이 잘 안 되는 부위에 음식물이 끼고 시간이 지나면서 치석이 쌓이게 된다. 이 치석은 단단하게 굳어 일반적인 양치질로는 제거되지 않으며 그 속에 서식하는 세균들이 잇몸에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염증은 잇몸을 넘어 치조골까지 파고들게 되고 그 결과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대부분 통증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치주질환은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각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문제를 인지했을 땐 이미 치아 주변의 지지 조직이 크게 손상돼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치주질환은 흔히 ‘게으름의 병’이라고도 한다. 바른 칫솔질만 잘해도 예방이 가능한 초기 상태를 관리 부족으로 방치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치아가 튼튼하다”라거나 “치과 한 번도 안 가봤다”라는 말을 하던 사람도 이미 잇몸이 내려앉고 치조골이 녹아 있는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때가 되면 단순한 치료만으로는 부족하고 잇몸과 뼈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한 복잡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중장년층이나 고혈압·당뇨 같은 전신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엔 잇몸 염증이 전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더더욱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구강 점검이 중요하다. 단순한 스케일링으로 관리가 되기도 하지만, 이미 진행된 경우라면 치주낭 안쪽 깊은 치석을 제거하거나 필요에 따라 잇몸을 절개해 치석과 염증 조직을 제거하는 잇몸 수술이 필요하다. 치료 후에도 3~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인 점검과 전문적인 구강위생 관리가 이뤄져야 병의 재발을 줄일 수 있다. 잇몸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더디고, 때에 따라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스케일링 한 번 받았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치주질환은 한 번 치료받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평소 양치질은 물론이고 치간칫솔이나 치실 사용을 습관화해야 한다. 이 모든 기본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정밀한 치료를 받아도 재발할 우려가 크다. 관리가 늦어지면 결국 잇몸이 치아를 지탱하지 못해 뽑아야 하고 임플란트 같은 대체 치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처음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게 마련이다.
건강한 치아는 튼튼한 잇몸에서 시작된다. 치아 자체가 멀쩡해 보여도 그걸 붙잡고 있는 잇몸과 뼈가 약해지면 결국 치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잇몸은 치아 건강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치아를 오래 쓰고 싶다면 치주조직부터 지켜야 한다. 정기적인 치과 내원과 위생 관리, 그리고 본인의 올바른 양치 습관까지 작은 실천이 평생 치아를 지키는 중요한 힘이 된다. 잇몸 건강,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은승모 치아살리는치과의원 대표원장(치주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