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편지

박경만 발행인
박경만 발행인

[고양신문] 기대했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고양시민들은 3년 전 6·1 지방선거에서 ‘도시전문가’임을 자처한 국민의힘 이동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습니다. 당선이 확정된 날 새벽 이동환 시장은 고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양시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고 대규모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겠다. 고양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해 일자리가 넘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세계적인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겠다”, “늘 시민만 보고 가겠다”는 말에서는 자부심과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기대 속에 출범한 ‘이동환호’는 얼마 안 가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이재준 전 시장 때 추진된 신청사 건립과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시민단체 민간위탁, 국·도비 매칭 사업 등을 줄줄이 중단, 축소하고 ‘이동환표 시정’을 밀어붙였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동환의 고양시’ 모습은 어떻습니까? 독자 여러분이 보신 그대로입니다. 3년간 올인한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한 발도 못 떼고 있고, 신청사 문제는 미궁에 빠져있습니다. 대규모 기업 유치와 넘치는 일자리는커녕 기존에 있는 기업조차 호시탐탐 ‘탈고양’의 기회를 노리는 게 이 도시의 현실입니다. 갈 길은 먼데 아무런 성과없이 3년간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고도, 시는 자화자찬으로 가득한 보도자료를 매일 써대고 있습니다. 

시장에게 필요한 역량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이동환 시장 주민소환운동으로 번져 두 달 동안 10만명 이상이 서명했습니다. 비록 재신임 투표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는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달라진 건 전혀 없습니다. 시민들은 정책 실패에 실망하고, 시정 전반의 소통 부재와 독선적인 리더십에 절망했습니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운남 고양시의회 의장은 고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협치’였다”고 했습니다. 이동환 시장에 대해서는 “이런 리더십으로는 고양시를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시장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깊은 실망감을 표출했습니다.
약속했던 ‘공정인사’에 대한 불만도 팽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적절한 인사’라며 재고를 요청했던 킨텍스 감사 임명 건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있냐”는 한마디로 일축한 것은 작은 사례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막스 베버는 좋은 정치인의 덕목으로 열정, 안목, 책임감을 들었습니다. 베버에 따르면 열정이란 목표에 집중하는 헌신, 안목은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균형감각, 책임감은 열정과 안목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힘을 뜻합니다. 그는 투표에 의한 ‘지도자 민주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지도자의 자질과 윤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워치독’ 언론의 역할
앞으로 10개월 뒤면 다시 지방선거가 열립니다. 
시장 자리를 노리는 후보군이 1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시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첫째, 출사표에 앞서 스스로 ‘좋은 정치인의 덕목’을 갖췄는지 냉엄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둘째,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중앙중심 사고로는 고양을 서울 외곽과 비슷한 수도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양에서 활동하며 살아본 사람은 지방의 특성이 훨씬 강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셋째, 더 나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주민과 부대끼며 고민해본 공동체 경험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고양신문은 앞으로 1년간 시민들이 새로운 고양시를 잘 이끌어줄 역량있는 지도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증할 방침입니다. ‘고양은 시장복이 없다’는 푸념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지난 36년간 권력층의 불법, 부당 행위를 감시하고 잘못된 정책을 비판해온 고양신문은 앞으로도 언론 본연의 임무인 감시견(watchdog)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합니다. 아울러 일방적인 정보전달자가 아니라 시민의 민의를 지키고 공론장을 꾸준히 만들어 독자와 함께 새로운 고양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발행인 박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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