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 인터뷰
[고양신문] 때 이른 폭염으로 지구촌에 온열질환 발생이 급증한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방안으로 대도시 마을숲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100만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하면서 축소, 파편화 과정을 겪어온 고양시 마을숲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마을숲 생태전문가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을 지난 2일 만났다. 이 처장은 “고양시 마을숲의 면적이 줄어들고 이용객은 늘어나 야생동물 서식지가 교란되기도 하지만, 숲이 안정화되어 전반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숲의 생태적 질을 높이고 건강성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28년째 고양시 마을숲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생태조사와 연구에 전념해 온 마을숲 변천사의 산증인이다. 다음은 이 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고양의 마을숲 생태관련 연구 조사 활동을 한 지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고양시 마을숲 조사와 연구는 1997년 (사)에코코리아가 설립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봉산이나 황룡산, 덕양산, 정발산, 개명산 등을 회원들과 찾아다니며 숲지도와 생물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그 속에서 고봉산습지에서 반딧불이를 발견하고 보호활동에 참여한 일, 대화동의 작은 마을숲인 법수산의 가치를 발굴한 일, 성라산의 은방울꽃군락지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 일, 대벌레의 생태적 관리를 제안한 일 등이 기억에 남는 활동입니다.
❚마을숲은 역사, 문화, 생태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양 마을숲의 특징과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고양시는 한북정맥이 서해 방향으로 흐르다 한강하구와 만나는 평야지대에 위치합니다. 따라서 마을과 마주한 숲은 대부분 낮은 구릉성 산지이거나 평야에 고립된 섬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고양사람들에게 마을숲은 뒷동산 정도의 친근한 숲이며, 삶과 밀착되어 있었습니다. 황룡산의 숯고개, 정발산의 밤가시(밤·도토리), 노루뫼나 거그뫼, 법수산 등 곳곳에 숲이 주는 생태계서비스를 이용해 온 흔적이 남아 있고, 숲을 지키고 가꿔 온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극복 대안으로 마을숲의 중요성과 가치가 부각 되고 있습니다. 마을숲과 기후 문제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숲은 탄소저장고입니다. 마을숲은 사람이 조성하거나 개입하여 지속적으로 보전해 온 숲입니다. 이런 숲이 생태적으로 보전되고 관리된다면 저장되는 탄소량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더불어 과거 마을숲이었으나 사라진 숲을 복원한다면, 국제적으로 탄소 저감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마을숲은 수원 함양, 토양 보전, 기후 조절, 생물다양성 유지, 재해 방지 등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고양 마을숲의 생태계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공급서비스는 산주나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숲의 생산물을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고봉산의 산나물, 덕양산의 도토리와 은행, 황룡산의 약수, 법수산의 음나무순 등이 있습니다.
조절서비스로는 고양시 마을숲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참나무류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더불어 도시 내에 있는 정발산이나 고봉산 등은 도시열섬을 완화하고 빗물을 흡수하여 주변 습지에 물을 공급합니다. 이는 도시 숲에 살아가는 야생동물에게 산란지, 피난처, 먹이터로 활용되며 자생식물의 생육지로서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기능이 있습니다.
문화서비스로의 마을숲은 둘레길이나 산책로 등을 통해 휴양, 휴식, 치유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숲 체험, 숲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어집니다. 더불어 중고개 설화나 한씨미녀 설화, 견달산 이야기 등과 같은 구전되어 오는 옛이야기들 속에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예술적 감수성이 높아지며 예술 작품활동의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고양시가 100만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하면서 마을숲도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과거와 현재의 변화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도시 확장으로 도시숲의 면적은 줄어들고 공원으로 편입되어 늦은 밤까지 조명이 켜지고 주민들이 운동시설로 이용하거나, 사람 중심의 체험 숲, 치유 숲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둘레길로 서식지가 분절되어 야생동물의 이동을 방해하거나, 조류 번식지를 교란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이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벌레나 붉은등우단털파리와 같은 대발생 생물이 늘어나고 돼지풀, 가시박, 꽃매미, 미국선녀벌레와 같은 생태계교란생물도 많이 관찰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더 이상 벌목하지 않아 리기다소나무조림숲이 참나무숲으로 천이가 이루어지면서 숲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숲의 주인인 나무들의 수령도 늘고 수고도 높아져 맹금류나 희귀조류, 포유류의 서식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숲 아래 습지도 메워지지 않고 유지되거나 늘어서 전반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숲의 생태적 질을 높이고 건강성을 논의할 때입니다. 건강한 숲이 있어야 사람의 생태복지도 증가합니다. 숲이 만들어 놓은 터전 안에서 조화롭게 성장해야 먼 미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 공동체의 휴식과 생활공간인 고양의 마을숲이 도시의 팽창으로 옛 모습을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마을숲의 지속가능한 보존방안, 바람직한 활용방안과 훼손된 마을숲의 복원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마을숲은 마을 공동체가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고 지키는 숲입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나 주민자치조직이 함께 이용하고 관리는 마을숲의 모범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마을숲을 방치하거나, 화려한 꽃을 보기 위해 외래종을 식재하여 오히려 훼손하거나, 맨발길이나 탐방시설을 과도하게 설치하여 생물의 서식지를 교란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겨울철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는 밤이나 도토리를 싹쓸이하거나 길고양이 먹이터를 숲 내부에 설치하여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교란되기도 합니다.
마을숲을 품고 있는 마을공동체는 역사・문화적 스토리와 생태적 특성을 우선 조사하고, 전통지식과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설정하여 관리・복원해야 합니다. 마을숲은 마을주민공동체와 운명공동체였으며 집단지성으로 관리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