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환의 마을숲 스케치]
두 번째 - 노고산 옥녀봉(玉女峰)

 

전문가 사전 답사할 때 곤충팀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그렸다. 
전문가 사전 답사할 때 곤충팀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그렸다. 

[고양신문] 올해 두 번째 마을숲 시민생태탐사는 6월 27일 옥녀봉에서 진행하는데, 생태 탐사를 진행할 전문가 탐사팀이 24일 미리 만났다. 전문가 탐사팀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나도 같이 따라나섰다. 아침 8시 반에 옥녀봉 입구에서 만났는데, 식물팀, 곤충팀, 동물팀으로 두 명씩 조를 짜서 우리가 답사할 장소를 미리 탐사해 동식물의 생태와 식생, 특징을 관찰한다. 나는 처음에 동물팀이랑 같이 다녔는데, 각종 새소리를 듣고 어떤 새들이 서식하고 있는지 관찰했다. 지빠귀, 뻐꾸기, 꾀꼬리, 딱따구리 등이 서식한다. 두더지 통로를 관찰하며 손을 넣어보기도 했는데, 모르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고라니 흔적도 보이고, 멧돼지도 출몰하는 것 같았다. 동물팀은 서식 동물을 확인하기 위해 무인 감시장치를 설치했다.

곤충팀은 각종 벌레, 나비, 나방 등을 사진 찍어 나중에 곤충 도감을 보고 확인한다고 한다. 나비나 나방처럼 큰 곤충도 있지만, 아주 작은 곤충도 많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고, 이파리 뒤편이나 나무줄기 틈에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보통 도시에선 곤충을 만나면 질색팔색하는 경우가 많은데, 곤충 탐사팀 분들은 애벌레, 송충이, 나방 등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해서 속으로 웃음이 났다. 나는 모르는 것을 부지런히 물어봤고, 뭔가 눈에 띄는 곤충이 없나 해서 열심히 찾았다.
나비처럼 마구 움직이는 벌레는 잠자리채로 잡아서 관찰한 후 놓아준다. 도움이 될까 해서 잠자리채를 받아 들었는데, 성적이 영 시원치 않다. 나비의 비행경로가 워낙 불규칙해서 헛손질하기 일쑤다. 잠자리채로 나비나 나방을 잡아 사진을 찍고 관찰한 후 풀어준다. 그런데, 요즘은 나비가 많지도 않은 데다가 비행경로가 워낙 불규칙해서 잡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곤충팀의 한 분이 말했다.
 “나비는 따라다니면서 잡지 마세요. 큰일 나요.”
 생각해 보니 불규칙하게 나는 나비를 쫓다가 발을 헛디뎌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녀봉 입구에서 중고개를 거쳐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마무리하는 도중에, 드디어 풀숲에 있는 나비 한 마리를 덮쳐서 잡았다. 큰 흰줄 표범나비다. 나비 문양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풀어주었다.
우리나라의 큰 산이나 국립공원은 생태 조사가 잘 되어 있겠지만, 나지막한 작은 산인 마을숲은 생태 조사가 거의 없다고 하니 오늘 조사한 내용도 잘 기록해 두어서 자료로 축적되면 좋겠다. 곤충팀을 따라다니다 보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미시적(微視的) 세계, 마이크로 월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보통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본다. 벌레 먹지 않은 깨끗한 이파리는 먹음직스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탐사를 하면서 생각해 보니, 벌레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풀잎을 먹어야 한다. 자연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깨끗한 이파리도 벌레 먹은 이파리도 다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월 27일 금요일, 본 탐사를 위해 옥녀봉 입구에 모였다. 옥녀봉은 북한산 줄기에서 서쪽으로 뻗어 있는 해발 205미터의 봉우리로, 선녀들이 내려앉았다고 해서 그리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아니면 옥녀봉의 자태가 부드럽고 여성적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수도 있겠다. 옥녀봉 중턱에는 스님들이 많이 지나다닌다고 해서 ‘중고개’라는 고개가 있다. 산 정상 부근에는 예비군 훈련장이 있다. 사전 답사 갔을 때는 사격 소리가 많이 들렸었다. 옥녀봉은 여느 마을숲과는 달리 벌목 등 마을 사람들이 사용한 흔적이 별로 없고, 산의 원시적인 형태가 잘 보존돼 있는 젊은 숲이다. 그리고 참나무숲이 잘 발달돼 있는데, 그중에서 굴참나무가 많다. 굴참나무는 상수리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나무기둥에 코르크 층이 있어서 손톱으로 눌러보면 쑥 들어간다. 굴참나무 숲에서는 산불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코르크 층만 불에 타고 나무 기둥 부분은 잘 타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옥녀봉 입구에 모인 생태 탐사팀은 간단한 안내를 받고 체조를 한 뒤, 모기 퇴치약을 뿌리고 탐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길 옆에 있는 애기똥풀. 애기똥풀은 이맘때 흔히 볼 수 있는 들풀인데, 꽃이 예쁘고 잎도 예뻐서 몇 번 그려 본 적도 있다. 애기똥풀 줄기를 꺾으면 노란 액이 나오는데, 그것이 아기 설사 색을 닮아서 애기똥풀이라고 한다. 애기똥풀의 노란 액은 독성이 있어서 곤충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도 하고, 그 노란색은 염료로도 사용된다. 언젠가 그 노란 액으로 채색한 적도 있었는데, 마르면 짙은 갈색이 된다. 우리나라 조상님들은 풀이름을 참 쿨하게 지으신다. 별 고민 없이 그냥 툭 던지듯 지은 것 같은데, 가만히 생각할수록 좋은 이름이 많다.
조금 올라가다 보면 생강나무 이파리가 보인다. 생강나무 꽃은 산수유꽃과 비슷한데, 이파리는 삼지창 모양이다. 손톱으로 비벼 보면 생강 냄새가 나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맡아보면 땅콩버터 냄새가 난다. 옛날에는 생강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발랐다고 해서,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 불렀다. 붉은 꽃이 피는 남도의 동백나무와는 다른 나무다. 김유정 소설가는 강원도 사람으로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꽃도 이 생강나무에 핀 꽃을 말한다.

왼쪽사진은 누리장 나무 잎이다. 오른쪽 사진 속에 있는 곤충은 호랑나비 애벌레다. 갈색과 흰색이 섞인 색상으로 새의 배설물로 위장한 모습이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주요 기주 식물인 산초나무에 앉아 있다. 산초나무는 옥녀봉에서 흔히 볼수 있는 식물이다. 손톱으로 잎을 비비면 향긋한 냄새가 난다. 그 열매가 익으면 추어탕에 넣어 먹는다.
왼쪽사진은 누리장 나무 잎이다. 오른쪽 사진 속에 있는 곤충은 호랑나비 애벌레다. 갈색과 흰색이 섞인 색상으로 새의 배설물로 위장한 모습이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주요 기주 식물인 산초나무에 앉아 있다. 산초나무는 옥녀봉에서 흔히 볼수 있는 식물이다. 손톱으로 잎을 비비면 향긋한 냄새가 난다. 그 열매가 익으면 추어탕에 넣어 먹는다.

옥녀봉 입구에서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며 식생을 살펴봤고, 곤충에 관한 설명도 많이 들었다. 궁금한 것은 물어보기도 하며 올라가다가, 중고개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조금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옥녀봉 정상이 나온다. 그 길에는 굴참나무 밀집 지역도 있다. 옥녀봉 정상 부근에는 군부대가 있다. CCTV가 있어서인지 그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 밑으로는 굉장히 가파른 길이 펼쳐져 있는데, 해가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라서 그런지 곤충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나비들도 많았고, 이 산에는 대벌레들이 유난히 많다. 작은 벌레들을 찾으면 에코코리아 숲 해설가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해설가분들이 긴가민가한 것은 서로 상의해서 알려주기도 하셨다.

옥녀봉에서 만난 곤충들을 그렸다. 왼쪽 위가 큰줄 표범나비다. 왼쪽 아래는 붉은꽃하늘다. 붉은꽃하늘소는 꽃가루 매개자 역할을 한다. 오른쪽 길게 뻩은 곤충은 대벌레다. 위장 능력이 뛰어나다. 자세히 보면 대나무 처럼 마디가 있다. 더듬이 처럼 앞으로 쪽 내민 것은 사실 앞발이다. 생긴 것이 코믹하다.
옥녀봉에서 만난 곤충들을 그렸다. 왼쪽 위가 큰줄 표범나비다. 왼쪽 아래는 붉은꽃하늘다. 붉은꽃하늘소는 꽃가루 매개자 역할을 한다. 오른쪽 길게 뻩은 곤충은 대벌레다. 위장 능력이 뛰어나다. 자세히 보면 대나무 처럼 마디가 있다. 더듬이 처럼 앞으로 쪽 내민 것은 사실 앞발이다. 생긴 것이 코믹하다.

거의 다 내려와 약간 넓은 공터에서 마무리 활동을 했다. 활동에 참여한 분들에게 각각 흰 손수건을 나눠주고, 주변의 물건을 이용해 나무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모두들 가지각색의 나무를 만든 것이 흥미로웠다. 그다음엔 넓은 천을 깔고 각각 만든 나무를 옮겼다. 이은정 숲 해설가님이 말씀하신다.
 “따로 떨어져 있는 나무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루는 것이에요. 숲을 이루면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어울려 자라게 되고, 거기에 곤충들, 동물들 이런 것들이 모여들지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다시 나무에 영향을 주어서 숲의 생태계를 이루게 돼요. 그래서 숲이 중요해요.”
생태 탐사는 등산처럼 산을 바삐 올라가는 일이 아니다.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작은 미시적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속에서 한 그루의 나무에서는 볼 수 없는 생태계의 조화를 볼 수 있다. 징그럽다고 생각되는 벌레도 이 세계에서는 아름다운 생태계의 일원이다. 앞으로도 작은 세계를 들여다보고 재미에 빠져보려고 한다.

각자 손수건에 나무를 만들었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었다.
각자 손수건에 나무를 만들었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