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파주시 ‘요구안’ 합의했지만
한강유역환경청, 일부만 수용 통보
공릉천친구들 “파주시, 적극적 역할 외면”
기자회견 열고 ‘전면 흙길존치’ 강경 회귀
[고양신문] 공릉천이 한강과 만나는 하구 둑마루를 포장하려는 한강유역환경청과 흙길 존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줄다리기가 2년 반 가까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 전달해야 할 파주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은 2021년 자유로 송촌대교부터 영천배수갑문까지 공릉천 하구 약 3㎞ 구간의 둑마루를 포장하고 하단에 U자형 수로를 만드는 ‘공릉천 하구 정비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파주·고양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고, 공사는 전체 구간의 절반 정도 둑마루 포장이 진행된 상황에서 멈춰섰다. 이후 수로는 덮개와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해 공사가 재개됐지만, 둑마루 포장에 관해서는 타협점 도출이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올해 초 ‘공릉천친구들’과 파주시가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할 ‘요구안’에 합의하며 기대를 모았다. 합의된 요구안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직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구간은 둑마루 도로를 기존 설계 6m에서 3m로 축소해 포장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포장공사가 완료된 구간도 도로 폭을 반으로 줄이고 흙길로 복원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파주시는 합의안을 바탕으로 3월에 한강유역환경청에 ‘공릉천(파주지구) 하천정비사업 관련 환경단체 건의서 제출’이라는 문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4월 초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돌아온 회신 답변은 공릉천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미공사 구간의 반쪽 포장 요구는 수용하겠지만 ▲‘기 포장 부분 반을 철거하고 흙길로 원상복구’ 해달라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강청은 회신문을 통해 ‘해당 포장공사가 설계기준에 위배되지 않았고, 철거에 따른 추가 예산 투입 등을 고려할 때 수용이 곤란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문제는 한강청의 회신에 대해 공릉천친구들과 파주시가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릉천친구들 측은 “기존 포장도로 절반 철거를 전제로 나머지 포장을 양보한 것인데, 한강청의 답변은 전제조건은 거부하고 추가 포장만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파주시는 “두 개의 요구사항은 개별적인 것이다. 둘 중 하나라도 수용됐다면, 그나마 시민단체의 요구가 일부 관철된 것 아니냐”며 공릉천친구들의 반발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자 공릉천친구들은 지난 7일 파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과 함께 만든 요구안을 들고 한강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파주시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파주시는 공릉천 하구 둑마루 공사와 관련된 협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시민들 앞에서 공식 사과하고 책임질 것 ▲파주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은 현재 진행 중인 공릉천 하구 둑마루 콘크리트 포장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둑마루 흙길을 온전히 보존할 것을 요구했다. 파주시와 한강청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깨지면서 애초 요구했던 “둑마루 포장 전면 반대”를 주장하는 ‘강경노선’을 선언한 것이다.
공릉천친구들 조영권 대표는 “그동안 공릉천 하구의 생태적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토론회와 시민참여 행사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한강유역환경청과 파주시에 시민들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도돌이표 같은 답변이 돌아오고 있어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김경일 파주시장과 국회의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생태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무선에서는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행정의 엇박자를 지적했다.
파주시 하천관리과가 ‘합의 요구안’을 한강유역환경청에 전달한 공문을 보면, 요구안의 내용을 시민단체와 파주시가 함께 합의했다는 표현 없이 ‘환경단체(공릉천친구들) 건의서가 제출되어 붙임과 같이 송부한다’고만 적시돼 있다. 파주시가 단순 전달자로 한 발 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평수 기후위기 고양비상행동 상임대표는 “사실 파주시와 합의한 요구안에 대해 공릉천친구들 내부에서도 다소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거부돼 버렸으니, 공릉천친구들이 더 단호하게 배수진을 치고 파주시의 태도 전환을 촉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1월 공릉천친구들과 파주시장이 만난 ‘찾아가는 이동시장실’ 자리에서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공릉천 주변을 지방생태정원으로 만들기 위해 민관거버넌스 소통창구를 만들자”는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박평수 상임대표는 “김경일 파주시장이 정말로 지방생태정원을 만들 의지가 있다면, 첫 번째 과제인 공릉천 둑마루 흙길 존치를 과감하게 관철시켜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