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침묵한 접경마을 미군클럽
조용필 데뷔했던 전설의 무대서
25일 남북 아티스트 화합의 콘서트

라스트찬스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옛 미군클럽 '라스트찬스' 건물 앞에 평화음악회 안내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임진강 건너 DMZ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리비교를 건너 첫 번째 만나는 클럽이 장파리 라스트찬스다.
임진강 건너 DMZ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리비교를 건너 첫 번째 만나는 클럽이 장파리 라스트찬스다.

[고양신문] 1970년대 초 미군부대 철수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접경마을 파주 장파리의 옛 미군클럽에서 반세기 만에 평화의 선율이 울려퍼진다.

파주의 평화운동단체인 'DMZ평화동행'은 오는 25일 오후 7시~8시30분 파평면 장파리 '라스트찬스'에서 남북의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통해 평화와 화합을 모색하는 평화음악회를 연다고 16일 밝혔다. 

'평화는 함께 부르는 작은 노래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은 이번 평화음악회는 장파리에서 낳고 자란 안재영 DMZ평화동행 대표가 경기도 평화통일교육사업 공모전에 선정돼 경기도 후원으로 진행된다. 백두 한라 예술단(북향민 4명)과 대학생 가수 지망생(4명)이 출연해 창작곡과 협연 무대,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며 국경과 이념을 넘어 음악과 춤으로 공감하고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장파리 옛 미군클럽 라스트찬스의 내부모습.
장파리 옛 미군클럽 라스트찬스의 내부모습.

지난 13일 장파리 마을 어귀인 리비교 입구에는 '경계 위의 화음, 공존을 노래하다'란 글귀와 함께 평화음악회 안내 펼침막이 내걸렸다. 장파리와 임진강 너머 진동면 용산리를 잇는 리비교는 한국전쟁 기간에 미군이 건설한 다리로, 노후화되어 폐쇄된 뒤 파주시가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198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재가설했다.  

평화음악회가 열리는 장파리 옛 미군클럽 라스트찬스는 조약돌을 이용해 모자이크로 장식한 독특한 건물 외벽과 브이(V)자 모양의 기둥에 영어로 'LAST CHANCE'란 간판이 걸려있다. 원형이 잘 보존된 라스트찬스는 2021년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란 평가와 함께 경기도 등록문화재 8호로 등록됐다. 건물 옆에 세워진 '경기도 등록문화유산' 안내판에는 "라스트찬스는 인근의 '럭키 바', '재건중학교', '적성병원', '디엠지(DMZ)바' '퀸다방', '장풍정미소' 등과 더불어 한국전쟁 직후 미군 기지와 관련해 만들어졌던 장파리 마을의 변천사를 담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적혀있다.

평화음악회는 오는 25일 저녁 7시부터 장파리 옛 미군클럽 라스트찬스에서 열린다.
평화음악회는 오는 25일 저녁 7시부터 장파리 옛 미군클럽 라스트찬스에서 열린다.

장파리에는 1970년대 초까지 임진강 건너 DMZ에 주둔하던 미군을 위한 편의시설과 위락시설이 즐비했다. 그 가운데서도 '라스트 찬스'는 가수 조용필이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윤복희, 패티김, 김태화 등이 출연했던 전설적인 무대로 1960~7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행사를 주관한 안재영 DMZ평화동행 대표는 “조용필과 김태화의 전설이 시작된 무대에서 평화의 메시지가 울려 퍼지는 음악을 통해 갈등이 아닌 평화와 공존을 말하고자 한다. 시간이 멈춘 접경마을인 장파리의 문화적 재발견과 예술적 가치가 재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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