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고양여성민우회 신임 대표 인터뷰

6개월 공동 비대위 체제 이끈 뒤 단독 대표 선출
“아이 아토피, 우울증 극복위해 시작한 여성운동”

고양여성민우회 신임 김용희 대표.
고양여성민우회 신임 김용희 대표.

[고양신문] 고양여성민우회가 조직 재정비 끝에 김용희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6개월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조직의 위기를 넘긴 그는, 민우회 20년차 회원이자 10년차 활동가다.

김 대표는 2025년 7월 대표로 선출되기까지의 심경을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매 순간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럼에도 선택해야만 했던 상황이었죠"라고 털어놨다. 올해 1월부터 고이지선(활동명 돌고래)과 함께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조직 재정비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운영 구조를 재설계했다. "대표를 자원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민우회의 비전이 흔들린 상황이었다. 내가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는 그의 말에서 조직의 위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김 대표가 민우회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경, 아토피를 앓던 아이를 위한 생협 강의를 통해서였다. 이후 원주민우회 활동을 시작했고, 성교육·상담원 교육 등을 거쳐 여성주의에 깊이 천착했다. 특히 그는 “우울증과 자살 충동으로 힘들던 시기에 민우회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며 “여성주의는 제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2014년 고양으로 이주한 뒤 고양여성민우회에 가입해 이사로 활동했고,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로도 일하며 지역 여성운동의 뿌리를 다졌다. “고양은 파주보다 회원구성은 노후화됐지만, 조직 기반은 더 탄탄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며 고양파주에서 보다 탄탄한 활동가, 리더로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담 쉼터, 상담소, 사무국은 각자 다른 보조금과 운영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어요. 내부 구조와 문화를 다시 세팅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습니다.” 김 대표가 비대위 체제를 꾸린 올해 초,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람’이었다. 민우회 회원 수는 유지됐지만, 활동가 대거 이탈과 통합 운영의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고양여성민우회는 대부분 활동가가 새로 채용된 상황이다. 김 대표는 “각자의 활동 경험이 다른 구성원 간 신뢰와 이해, 공동 리더십 형성이 관건”이라며 “기본 원칙을 정립하고 나면 재정 안정이나 회원 확대도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으로 ▲회원 확대 및 재정 확충 ▲고양시 내 여성단체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 ▲지역 여성정책 후퇴에 대한 대응 ▲2026년 지방선거 대응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현 고양시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삭감된 여성 관련 예산, 폐쇄된 일산서구 여성커뮤니티센터, 중단된 여성정책 등은 분명한 후퇴입니다. 현황을 분석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해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고양여성민우회가 여성주의 관점에서 지역 공약을 발굴하고 여성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여성영화제 등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고양시 성평등 조례와 정책을 점검할 계획이다.

“여성주의 활동은 단체 안에만 머물 수 없습니다. 지역사회 전체를 바꾸는 것이 목표여야 합니다. 고양에서 절반의 시민인 여성을 대변하는 유일한 단체로서, 존재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세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그는 “딸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여성주의는 제 삶의 언어이자 실천입니다. 지역 안에서 더 많은 시민들과 이 언어를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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