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이웃 - 이경민 유·초등 강사

자원봉사 모임 ‘봉사하리’서 활동
한 달에 2~3시간 곳곳 쓰레기줍기
모임서 만난 연인과 내년 1월 결혼
"봉사 거창하지 않아, 작은 실천도 충분"

[고양신문] 도시 한복판에서 묵묵히 쓰레기를 줍는 이가 있다. 유아 영어 특별 강사이자 유아・중등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며, 매달 두 번씩 자원봉사 모임 ‘봉사하리’에서 도심 환경정화 활동을 주도하는 이경민씨다. 그는 일상 속에서 한 걸음, 작은 움직임, 소소한 관심으로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한다. 말보다 앞선 그의 작은 실천이 조용히 나비효과로 퍼져나가고 있다.

유아 영어 특별 강사이자 유아-중등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이경민씨. 웃음이 밝고 환하다.
유아 영어 특별 강사이자 유아-중등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이경민씨. 웃음이 밝고 환하다.

배수구 쓰레기 보고 "당장 해야 할 일"로 생각
그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 도심 침수의 원인이 배수구에 쌓인 쓰레기 때문이라는 뉴스를 보고 환경정화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봉사는 돌봄이나 구호활동처럼 누군가를 직접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리 곳곳의 배수구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담배꽁초와 비닐, 플라스틱 조각이 가득 쌓인 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원봉사 모임 ‘봉사하리’에 참여하면서 환경정화 활동에 나섰고 이후 운영진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누군가 해주겠지, 라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고요. 내가 사는 동네니까, 내가 먼저 움직였어요.”

봉사는 내 삶을 지켜주는 힘
그는 한 달에 2~3시간 남짓 쓰레기를 줍는다. 바쁜 업무와 일상 속에서도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거리에 나선다. 지속성을 갖기 위해 가능하면 봉사활동 시간을 일정하게 하려고 한다. 

문촌마을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쌀국수 나눔에 동참한 이경민씨(오른쪽 두 번째).
문촌마을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쌀국수 나눔에 동참한 이경민씨(오른쪽 두 번째).

“봉사는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되기도 해요. 자신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갖게 해주고 타인과의 연결고리도 만들어 주지요. 특히 함께 웃고 걷고 나누는 봉사자들과의 관계는 제 생활에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에요”라며 일상 속 봉사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도심의 쓰레기를 줍는 일뿐 아니라 급식 봉사, 연탄 나르기 등 다양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막상 시작하기는 쉽지 않은 일들이다. 그 어려운 틈을 그녀는 묵묵히 메우며, 오늘도 한 걸음씩 실천을 이어간다.

아이들에게 삶과 태도로 가르치고파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인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봉사를 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 또 얼마나 많은 걸 배워야 하는지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가르치는 일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자신 삶과 태도 자체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런 배움이 되기를 바란다. 나눔과 배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 그가 선택한 교육 방식이다. 

유아들에게 재밌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경민씨.  유초중등 수학도 교육하고 있다. 
유아들에게 재밌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경민씨.  유초중등 수학도 교육하고 있다. 

그는 제주도 출신의 일곱 자매 중 막내다. 어릴 적부터 언니들이 챙겨주고 작은 것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자란 덕분에 나눔과 배려가 자연스레 몸에 뱄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았지만,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지낸다.

내년 1월에는 같은 봉사 모임의 운영진인 이찬희씨와 결혼한다. 봉사 모임에서 맺은 인연이기에 결혼 이후에도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며 살 생각이다. 

“우리 아이가 생기면 엄마 아빠의 실천하는 삶을 보며 자연스럽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그는 담배공초 줍기와 급식 봉사, 연탄 나르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한다. 
그는 담배공초 줍기와 급식 봉사, 연탄 나르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한다. 

작은 관심과 실천이면 충분

그는 “쓰레기를 버리는 데 1초, 줍는 데도 1초”라고 말한다. 잠깐 더 생각하고 잠시 노력을 기울이면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무심함 때문에 누군가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할 거라는 것. “한번만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자신뿐 아니라 이웃도 훨씬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라며 일상속에서의 작은 관심과 실천을 강조했다. 

이경민씨는 오늘도 조용히 거리로 나선다. 손에는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배수구와 길모퉁이를 살핀다. “봉사는 거창한 게 아니예요. 쓰레기를 줍는 아주 짧고 작은 움직임, 그 덕분에 도시가 깨끗해지고 우리가 사는 세상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죠.”

일산서구 대화동 활동에서 하수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는 이경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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