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고양신문 ‘아름다운 시민상’ 시민사회분야
이우창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 시민모임 활동가
2014년 참사 이후 3년간 매일 거리서명운동
다큐상영·밴드활동 등 "함께 정의 만드는 일"
"거리, 광장에서 진실을 외쳐온 동지들의 상"
[고양신문] “세상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지탱되는 거라네.”
지난 21일, 고양신문 창간 36주년 기념식 무대 위에서 이우창(54세)씨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다. 그는 이날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 시민모임’ 활동가로서 제7회 ‘아름다운 시민상’을 수상했다. 겸손한 태도와 조용한 말투 속에서도 오랜 세월 이어온 활동의 무게가 느껴졌다.
서울교통공사에서 기관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거리로 나섰다. 당시를 떠올리며 “아내와 함께 매일같이 TV 앞에서 울기만 했다”며 “그러다 아내가 ‘이렇게 울지만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 하더라. 그 말이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일산 마두역, 미관광장 등지에서 시민들과 함께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각자 다른 장소에서 시작된 자발적인 활동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이면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 시민모임(세일모)’이 결성됐다. 그해 여름부터 3년 동안은 매일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펼쳤고, 이후로도 주말마다 노란 리본을 나누며 활동을 이어왔다.
“많을 때는 밴드 회원이 300명이 넘었어요. 다들 교대근무나 생업이 있음에도, 퇴근하고도 또 나와서 서명판을 들었죠. 누구 하나 눈에 띄려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진상규명을 바라는 마음뿐이었어요.”
세일모의 활동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지역사회의 기억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는 “노란 리본 하나하나에 사람들의 마음이 담겼다”며 “진상규명이 끝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리 활동이 어려워진 뒤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큐멘터리 상영 시민모임’을 꾸렸다. “지역에 좋은 영화제도 있고, 훌륭한 작품도 많지만 다큐멘터리는 상영될 공간이 부족하더군요. 작은 책방이든, 문화공간이든, 원한다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그의 ‘찾아가는 상영회’는 파주, 고양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진행됐고, 시민들과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됐다. “한양문고처럼 작은 공간에서도 상영하고 토론을 나눕니다.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가는 자리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우창 활동가는 음악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내이름은 빨강’이라는 이름의 공익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다. 교육청 행사나 공공기관의 초청을 받아 연주하기도 한다. 그는 “정의로운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며 “노조 활동을 할 땐 나 자신을 위한 싸움 같았다면, 지금의 시민사회 활동은 함께 정의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상 소감에서 ‘어른 김장하 선생’의 일화를 인용했다. “장학생으로 자란 제자가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고백하자, 김장하 선생은 ‘세상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힘으로 지탱되는 것’이라 답하셨다고 해요. 저도 그저 그렇게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는 수상의 영광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 상은 저 혼자 받는 게 아닙니다. 2014년 이후, 11년 동안 함께 거리에서, 광장에서, 영화관에서 진실을 외쳐온 세일모 동지들 모두의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그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말처럼, 정의로운 세상은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로부터 시작된다. 고양이라는 지역에서, 그렇게 11년을 걸어온 한 시민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