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노인복지시설 탐방]
백세케어 요양원_베아투스 실버타운
건강한 주거 공간, 요양‧병원 함께
[고양신문] 일산동구 설문동에는 특별한 노인복지 시설이 있다. '백세케어 노인전문요양원'과 '베아투스 실버타운'은 이름은 다르지만, 한 울타리 안에 함께 있다. 두 시설은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어르신의 인지와 건강 상태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된 '노인복지 마을'의 모델을 지향한다. 이곳을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호준 원장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요양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버타운을 신설하고, 나아가 요양병원까지 구상 중이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요양원을 운영하셨고, 제가 이어받아 확장하게 됐습니다. 규모보다는 '질 좋은 케어'에 중점을 두다 보니, 실버타운과 요양원이 연속성을 갖는 구조로 발전하게 된 거죠.”
베아투스 실버타운은 비교적 건강한 노인을 위한 주거 공간이다. 인지 기능이 유지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이 입주하며, 식사와 세탁, 취미활동 등은 직원들이 지원한다. 입주비는 월 150만~200만원 수준으로, 식사와 청소, 프로그램 이용이 포함된 금액이다. 비용은 비교적 현실적이며, 건물은 자가 소유로 임대료 부담이 없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실버타운은 총 33명을 수용하고 있으며, 요양원은 28명이 생활 중이다. 실버타운 입주자가 인지 기능이 저하되거나 치매 등으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요양원으로 이동한다. 이 이동은 '전이'가 아닌 '생활의 연속' 개념에 가깝다. 같은 건물, 같은 인력, 같은 환경에서의 이동이기에 어르신과 보호자 모두에게 심리적 부담이 적다.
요양원은 전문 재활 중심의 케어에 초점을 둔다. 햇볕 쬐기, 산책, 근력운동, 상추 재배, 꽃 돌보기 등 일상 활동이 중시되며, 치매 진행을 늦추기 위한 완화 치료 프로그램도 매일 2개 이상 운영된다. 사회복지사 3명, 간호조무사, 사무국장, 요양보호사 1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요양보호사 2.1명당 1명의 어르신을 돌보는 구조는 법정 기준을 웃돈다.
이호준 원장은 시설을 확장하지 않는다. 대신, 요양병원을 새롭게 준비 중이다. 실버타운(자립)-요양원(지원)-요양병원(의료 및 호스피스)이 한 단지 내에서 통합 운영되는 구조다. 그는 이를 '노인복지 단지' 또는 '복합복지 타운'이라 표현한다.
“65세 이후의 삶이 30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단절이 아닌 연속성으로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한때 고양시에는 10여 곳의 실버타운이 운영됐지만, 현재는 3~4곳만 남아 있다고 한다. 수익성 중심의 운영, 임대료 부담, 돌봄 질 저하 등이 폐쇄의 주요 원인이다. 이에 반해 백세케어-베아투스 복지타운은 현실적인 비용과 질 높은 케어를 함께 추구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요양은 임종까지의 여정을 함께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30명이 넘는 어르신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그 마지막 순간이 존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이호준 원장은 자정에 울리는 전화에도 직접 응대하고,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기억하는 '현장 중심의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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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호준 백세케어 요양원 원장
“어르신들의 존엄한 삶 마무리 돕는 게 제 역할”
밤에도 핸드폰 손에 쥐고 24시간 위급상황 대기
노인복합단지 만들어 실버 통합돌봄서비스 꿈꿔
❚요양원 운영을 시작한 계기는.
LG화학에서 근무하다가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요양원을 이어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초기 3년간은 부모님이 임대 형태로 운영하셨고, 그 후 제가 직접 운영을 맡게 됐다. 처음에는 힘든 점이 많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이후 실버타운까지 확장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실버타운과 요양원을 함께 운영하는 이유는.
어르신이 실버타운에서 생활하시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갑자기 낯선 요양원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을 줄이기 위해 실버타운과 요양원을 한 단지에서 운영한다. 간호사, 프로그램, 환경이 모두 같기 때문에 어르신이 훨씬 더 편안하게 전환할 수 있다.
❚케어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나."
좋은 돌봄은 요양보호사를 잘 돌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정서적으로 안정돼야 어르신에게도 좋은 케어가 가능하다. 저는 매일 회진을 돌고, 상주하면서 선생님들의 상태를 살핀다. 정서적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교육과 상담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응급상황에 대비해 밤엔 휴대폰을 손에 쥐고 대기한다.
❚요양 중 임종까지 함께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요양은 삶의 끝을 함께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30명 넘는 어르신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셨다. 보호자가 못 오셨을 때는 제가 대신 마지막을 지켜드리기도 한다. 연명치료 여부도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조언한다. 어르신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다.
❚사회복지사로서 제도 개선에 대한 생각은.
요양보호사 인건비, 급여 구조, 장기요양 수가 등 개선이 시급한 부분이 많다. 특히 장기요양보험으로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로는 보호자 부담이 크다. 저는 강의도 다니고, 정책 제안도 하고 있다. 요양이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사명으로 자리 잡으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요양병원 설립을 준비 중이다. 실버타운에서 시작해 요양원, 그리고 요양병원까지 하나의 단지 안에서 어르신의 삶 전체를 함께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고양시 최초의 노인복지 복합단지를 실현하는 것이 꿈이다.
이 원장은 사회복지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이다. 그는 고양시를 비롯한 지역 사회에서 노인복지 관련 정책 강의와 상담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