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텃밭 가꿔보니…]
계절따라 맛보는 건강한 농산물
이웃들과 나누면 기쁨도 두 배
5평 텃밭이 선물한 초록빛 일상
[고양신문] “저 요즘 매일 매일이 신나요. 고봉숲생태텃밭에서 흙을 만지며 하루 하루가 건강해졌거든요.”
2월 중순, 고봉산 자락에 있는 ‘고봉숲생태텃밭’에서 분양 소식을 받았습니다. 며칠 후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벌써 마감이 돼서 대기자로 등록이 되더군요. 혹시 몰라 문자를 보냈습니다. “10평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5평이라도 꼭 하고 싶어요.”
갱년기를 막 지난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마음만은 봄처럼 설렜습니다. 20여 년 전, 아들과 함께 주말농장에서 소소하게 흙을 만졌던 기억이 떠올랐고, 충남 서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도 떠올랐지요. 어쩌면 제 안에는 농사에 대한 그리움이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며칠 뒤, 5평 분양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받고 대금을 송금했지요. 그날부터 작은 밭에 재배할 작물 목록이 쉴 새 없이 업데이트되기 시작했습니다. 상추, 치커리, 루꼴라, 바질, 오이, 호박, 토마토, 양배추, 감자, 고구마, 땅콩, 완두콩, 파프리카, 수박에 참외 등등. 5평 밭이 마치 500평처럼 느껴질 정도로, 욕심도 기대도 커졌습니다.
3월 말, 텃밭 주인장이 농사지을 땅에 퇴비를 뿌리고 밭갈이를 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며칠 후 밭에 모였어요. 텃밭 이웃 열여섯 명이 생겼지요. 밭을 배정받고, 돌을 골라내고 고랑을 정리했습니다. 이웃들의 일하는 모습이 고흐의 작품 '감자 캐는 사람들'의 주인공처럼 보이더군요.
그 후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고, 이름표도 만들어 세워놨습니다. 텃밭에 가는 길은 마치 소풍처럼 설레었죠. 추위를 이겨낸 푸른 생명들을 바라볼 땐 제 마음까지 초록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드디어 4월 말, 첫 수확을 했습니다. 상추와 쑥갓, 치커리, 시금치 등 쌈 채소를 한가득 수확하며 웃음이 절로 나왔어요. 집에 오자마자 맛을 보니, 역시나 풋풋하고 건강한 맛이었습니다. 이웃들과 나눠 먹을 때의 기쁨은 두 배였습니다. 내 손으로 길러 나눈 음식에는, 사랑과 자연의 시간도 함께 담겨 있으니까요.
6월이 되니 오이, 호박, 방울토마토도 줄줄이 열매를 맺었어요. 오이는 달달했고, 호박은 고소하고, 토마토는 싱그러운 맛이었죠.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가 밥상에 일주일 내내 올라오게 됐어요. “조만간 우리 가족 모두 초록색 슈렉이 될지도 모르겠어!”라는 말이 식탁에서의 인사말이 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소박하고, 행복한 식탁이에요.
올해는 봄부터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럽고, 여름은 사상 최고의 불볕더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단 한 주도 텃밭 나들이를 거른 적이 없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면 꼭 텃밭으로 향하는 제 모습에 스스로도 놀랍니다. 이렇게 농사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이제는 올해 농사가 잘 마무리되어, 내년에도 다시 이 밭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고봉숲생태텃밭에서의 시간은, 저에게 ‘자연을 닮은 하루하루’라는 선물을 주었지요. 그 속에서 저는 다시 건강해지고, 조금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5평의 기적을 만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