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화 개인전 ‘파동의 수피’, 부천 아트벙커 B39에서 9일까지
산호처럼 변화하고 퇴적되면서
물처럼 흐르는 감각의 풍경 통해
인간·자연·인공·생명 얽힘 상징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감각의 지형을 펼쳐봤죠”
[고양신문] 조각과 평면을 넘나드는 설치 작업을 통해 유기적인 세계의 구조를 탐구해온 허연화 작가의 개인전 ‘파동의 수피’가 9일까지 경기도 부천 아트벙커 B39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인 ‘수피’는 나무껍질이나 동물의 가죽처럼 생명을 감싸는 가장 바깥의 층을 의미한다. 허연화 작가는 다양한 재료들이 퇴적되고 얽히며 드러나는 세계의 경계와 표면을 시각화한다. 물처럼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감각, 그리고 서로 다른 성질의 물질들이 만나는 접점을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파동의 수피’ 전에서 작가는 자신의 대표적 키워드인 ‘퇴적’, ‘연결’, ‘순환’을 하나의 풍경 안에 응축해냈다.
허연화의 작품 세계는 ‘물’이라는 유동적인 매개체를 중심으로 구축된다. 물은 형태가 없고, 쉽게 섞이며, 고정되지 않기에 변화하는 감각과 관계의 형성을 사유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작가는 강, 바다, 수면, 뿌리 등 물과 관련된 자연 풍경을 시각 언어로 전환하면서, 물질 간의 혼합뿐 아니라 사회 안에서의 다양한 연결을 탐색해왔다.
작가는 최근 작업에서 벼락, 산호, 뿌리, 신경세포, 혈관 등에서 발견되는 형태적 유사성에 주목하며 모든 요소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혀 있는 복합적 세계 구조를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적 전환은 작가가 지속해서 추구해온 ‘연결’의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산호초의 생태적 구축 방식이 놓여 있다. 산호는 동물이면서도 다양한 생명체에게 집과 안식처가 되어주는 공간의 성격을 가진다.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방식 이외에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 인공 구조물 위에서 자라나기도 한다.
허 작가는 “이러한 산호의 유기적이고도 비선형적인 성장 방식이 저에겐 인간과 자연, 인공과 생명의 얽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티프로 작동한다”며 “저는 이러한 것을 작업의 구조에 끌어들여 끊임없는 변화와 축적의 층위를 조형적으로 실험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 포함된 회화 작업은 시차를 두고 쌓인 계층으로 구성되며 물의 흐름과 감각을 시각화한다. 과거 신체 형상 조각의 토대 위에 다양한 인공 재료들이 뒤섞인 작업을 포함해 산호를 나타내는 테라코타 조각 작업이 함께 놓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자연을 재현하거나 비유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자연과 인공, 실재와 비 실재, 유기체와 구조물 사이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는 조형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허연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퇴적과 순환, 생명 간의 연결에 관한 감각을 드러내면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하고 얽힌 세계 안에서 새로운 감각의 지형을 펼쳐 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허연화 개인전 ‘파동의 수피’
전시 기간 : 2025년 7월 31일(목) ~ 8월 9일(토)
관람 시간 : 화요일~일요일 10:00–17:00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 부천 아트벙커 B39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 53)
관람료 : 무료(전체연령 사전 예약 없이 관람 가능)
후원 :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부천시, 부천문화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