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고양문화아카데미 최고위과정>은 유사 아카데미 최고위과정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2023년 9월에 문을 열었다. 고양문화원이 주관해 고양의 역사와 문화를 메인테마로 설정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성이다. 지방자치가 정착해 가면서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그 지역만의 정통성에 근거한 문화도시 건설은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사항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지방의 도시들을 제외하고 고양시와 같은 수도권 대부분의 도시들은 인구급증과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소중한 전통문화가 소멸되면서 특색있는 역사문화 도시 만들기는 거의 공염불에 가깝다. 고양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이중, 삼중 규제로 도시화 진행이 다소 더디다가 1990년 이후 상당한 속도를 내며 급격한 개발과 인구증가가 진행됐다. 도시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주변을 살필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 오랜 전통과 공동체 문화가 스며있던 마을과 논‧밭이 하루아침에 불도저에 의해 밀리고 그곳에 아파트와 시멘트 도시가 만들어졌다. 도시의 지하로 전통문화가 매장된 것이다. 

고양문화아카데미 수업장면
고양문화아카데미 수업장면

전국의 각 지방문화원은 전통문화의 구심점으로서 해당지역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기관이다. 따라서 어떤 기관보다도 상위개념으로 존재해야만 하고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사업은 투자대비 성과가 즉시 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자치단체장들은 당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개발사업이나 행사성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대부분의 문화원들이 그렇듯이 고양문화원 역시 재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의 대부분을 고양시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의욕적인 사업을 펼칠 수가 없고 그저 매년 동일한 예산으로 동일한 사업만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을 연 <고양문화아카데미 최고위과정>은 참신한 도전이었다. 지방정부의 지원 없이 순수하게 자체 예산만으로 인문학강좌를 개설하고 지역 문화유산답사, 국내‧외 연수 등 많은 체험활동을 통해 고양시를 알아가고 있다. 게다가 참여하고 있는 회원 대부분이 기업인, 의사, 변호사 등 소위 오피니언리더들이어서 파급효과가 크다. 회원들은 수료이후에도 동문회를 만들어 친목을 도모할 뿐 아니라 문화원과 계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문화원과 지역 기업인들의 결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인들은 문화사업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고 문화원은 기업인들의 후원으로 전통문화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상호가 윈-윈할 수 있는 결합인 것이다. 

고양문화아카데미 1기 수료식
고양문화아카데미 1기 수료식

 ‘고양성’이란 고양시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정체성을 말한다. 도시개발로 외관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구가 아무리 많아져도 결코 변하지 않는 그 지역만의 정신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정체성이라고 부른다. 고양시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급격한 도시화과정에서 고양시는 정체성을 상당부분 잃어버린 듯하다. 고양문화원이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고양문화아카데미 최고위과정>이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의 친목단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손상된 고양의 정체성을 회복해 가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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