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포커스 - MDS로 시작하는 기능의학
피 한 방울에 담긴 내 몸의 지도
정상의 함정 속 보내온 미병 신호
혈액검사로 분해·해석·재구성해서
환자 삶과 마음까지 살피는 치료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죠”
[고양신문] “검사 결과는 정상입니다. 특별한 이상은 없어요.” 늘 피로하고 몸이 무거워 병원을 찾아 이런저런 검사를 다 해봤는데도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분명히 내 몸은 아프고 피로도 계속되는데, 의학적으로는 ‘정상’이라는 판정. 이런 모순적 상황에서 기능의학은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그 중심엔 있는 것이 바로 MDS(Metabolic Diagnostic System) 검사다.
김창기 사과나무의료재단 건강증진센터장은 “MDS는 혈액을 통해 우리 몸을 분해하고 해석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혈액검사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판단에 머무는 데 비해 MDS는 정상 범위 안에서도 미세한 기울기와 경향성을 읽어낸다. 마치 체온이 36.5도와 37도 모두 정상이지만, 평소 36도인 사람에게 37도는 미열의 신호일 수 있는 것처럼 같은 정상 수치도 개인의 상태와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MDS 검사로 44개 항목 정밀 분석
MDS 검사의 핵심은 분해와 해석, 그리고 재구성이다. 44개 항목의 일반혈액검사 데이터를 종합해 염증 지표, 산화 스트레스 지표, 면역 장애 지표를 정리해 제시한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 반응계 장애, 소화기계 장애, 인슐린 저항성, 영양소 불균형, 생체전환 불균형 등 5가지 기관계 장애를 패턴 분석으로 찾아내 근본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영양 불균형, 장내 환경 변화, 환경 오염 등 만성질환이나 미병(未病) 증상의 근본 원인과 발생 기전을 선제적으로 예측해 기관계중심 의학(Systems Biological Medicine)의 핵심인 환자별 맞춤형 치료와 건강관리 전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혈 수치를 나타내는 혈색소 검사에서 정상 범위가 10에서 16이라고 할 때 12.3도 정상이고 15.9도 정상입니다. 일반 검사는 여기서 끝납니다. 하지만 MDS는 12.3은 정상이지만 빈혈 경향이 있어 피로감이 생길 수 있는 수치로, 15.9는 최적의 건강상태로 구분해서 해석합니다.”
김창기 센터장의 설명처럼 MDS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그 숫자가 의미하는 건강상태를 읽어낸다. 건강검진 결과표를 단순히 정상이나 비정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 수치의 상관관계와 변화 추이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낸다. 혈당, 콜레스테롤, 간 수치 각각을 따로 보는 것과 이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진단이 될 수밖에 없다.
환자 삶을 둘러싼 배경도 중요
흥미로운 점은 MDS 검사 과정에서 그가 환자들에게 던진다는 질문들이었다. “누구와 사세요?”, “직업이 뭐예요?”, “최근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나요?” 일반 진료실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이런 질문들이 MDS 검사에서는 필수란다.
“혀가 아파서 오신 참 멋지고 똑똑한 여성분이 있었습니다. 모든 검사가 정상이었죠.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90세 시아버지 병간호, 사업하는 남편, 자녀와의 갈등, 골다공증을 앓는 친정어머니까지…. 신경써야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 분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죽겠죠? 밤에 잠은 한숨도 못 주무시죠?’라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환자분이 제 앞에서 펑펑 울더군요. 그분의 혀 통증은 단순한 구강 문제가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가 몸으로 나타난 신호였습니다.”
이처럼 MDS는 생화학적 데이터는 물론 개인의 생활환경을 함께 분석한다. 혈액 속 수치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활환경, 인간관계, 스트레스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다.
MDS가 연결하는 한의학과 서양의학
MDS 검사의 강점 중 하나는 접근성이다. 검사 비용이 9만 원 정도인데 실손보험 처리도 가능하다. 결과는 3~4일 이내에 나오고 바로 상담을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종합검진처럼 CT나 MRI를 찍지 않고도 혈액검사 하나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그러다 보니 환자들의 비용 대비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귀띔했다.
김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능의학과 MDS에 더 주목하게 됐던 이유는 서양의학의 분석적 접근과 한의학의 전인적 관점을 결합했다는 점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한의학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미병(未病)’, 즉 아직 병은 아니지만 건강하지도 않은 중간 상태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특정 부위의 질환을 몸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고 진단하고 치료해왔잖아요. 어쩌면 MDS도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혈액검사 하나로 영양, 소화기, 순환기, 스트레스 반응계, 심혈관 대사 불균형, 면역과 염증 등의 발병기전은 물론 내분비계 불균형, 간, 담도, 신장, 근육과 뼈 등 기타 2차 질환까지 예측해냅니다. 인체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보고 질병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죠.”
MDS는 이처럼 기관계 중심의학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체를 개별 장기의 단순한 모음이 아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기능의학에 바탕을 둔 이러한 접근법은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증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건강 솔루션을 제공한다.
환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역할도
MDS 상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신적 컨설팅이다. 김창기 센터장은 “구강 통증으로 오신 환자의 90% 이상이 항우울제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며 “스트레스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센터장을 찾았던 한 환자는 30년간 원인 모를 피로에 시달리며 온갖 검사를 다 해봤고, MDS 검사를 통해서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김 센터장은 그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함께 가자”고 조언했단다. 때로는 정확한 진단명보다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이 MDS 상담을 통해 의학적 분석과 함께 심리적 지원까지 제공하는 이유다.
MDS는 단순한 검사 도구를 넘어 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한다. 병이 생긴 후 치료하는 의학에서 미리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의학으로, 모든 환자를 똑같이 치료하는 방식에서 개인별 맞춤 치료로 변화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아직 기능의학을 하는 의사가 많지 않고 보수적인 의사들은 믿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보면 분명히 필요한 분야입니다.” 김 센터장의 말처럼 기능의학은 여전히 의료계 주류는 아니다. 그러나 ‘정상인데 아픈’ 사람들이 드디어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의학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MDS로 시작하는 건강관리 첫걸음
그럼 MDS 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김창기 센터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 답답함, 타 병원에서 정상이라는데 분명 아픈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만성피로, 장 문제, 스트레스성 증상을 가진 이들에게는 특히 유용하단다.
하지만 MDS도 만능은 아닐 테다. 모든 질병의 원인을 찾아낼 수는 없고 때로는 검사 결과가 모호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검사를 통해 자신의 몸을 더 잘 이해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액 한 방울에는 우리가 먹은 음식, 겪은 스트레스, 살아온 환경의 흔적이 모두 스며들어 있습니다. MDS는 이런 작은 신호들까지 놓치지 않고 분석해 우리 몸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주죠. MDS 검사는 단순히 질병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내 몸의 지도를 그려주는 나침반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