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중년이 되어 어느 순간부터 먹는 양이 줄어들고 조금만 더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되고 때가 되어도 별로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가 들면서 세포의 활동성이 줄며 필요한 영양소가 줄어들면서 위장을 비롯한 소화 능력이 점점 쇠퇴하기 때문이다. 위장의 운동성이 줄어들면 위장의 점막이 얇아지고 위산 분비량도 줄고 위장 근육의 탄력이 떨어진다.
한편으로 위장의 운동을 유도하고 세포의 활동을 자극하는 부신의 기능도 저하된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요소는 위장의 운동에 필요한 혈액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즉 위장이 운동하려면 위장을 중심으로 소화기 장부의 세포에서 에너지 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세포에 산소공급이 적어져 위장이 본래의 운동을 못 하게 된다. 가장 큰 요인은 혈액 공급 부족이다. 이는 혈액을 조절하는 비장 기능과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기능이 저하돼 발생한다.
우리가 흔히 소화 기능이 약할 때 ‘비위가 약하다’라고 하고, 주변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잘 호응할 때는 ‘비위를 맞춘다’라고 말한다. 이때의 ‘비’가 바로 비장이다. 한의학에서도 비장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우리말로 하면 지라다.
흔히 ‘입맛이 당긴다’라는 말의 과정을 살펴보자. 먼저 세포의 대사 작용으로 세포에 영양분이 부족하면 혈관에서 영양분을 당겨가고, 그 영양분이 소모되면 간과 피하지방에 축적된 영양분을 당겨간다. 간이라는 창고가 비면 장에서 영양분을 가져가는데, 그 장의 영양분이 다 소모되면 입에서 음식을 당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몸은 세포에서 시작해서 입안의 음식까지 물리적으로 당겨서 먹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열심히 씹다 보면 이를 따라 식도와 위장이 같이 연동운동을 진행해 음식물이 위장으로 내려간다. 위장의 관점에서 보면 식도의 운동과 협력해 입안에 음식을 진공청소기가 흡입하듯 당겨가는 것이다. 따라서 ‘당겨서 먹는 음식’은 연구개나 식도에 걸리지 않으며 먹었을 때 위장이 충분한 운동을 하면서 ‘소화를 넉넉히 시키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원인(배가 부름, 위장의 긴장, 위장에 혈액 공급)으로 위장의 운동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식도의 운동성도 제약되고 아무리 음식을 씹어도 삼켜지지 않으며 종래에는 씹는 것마저 귀찮아지게 된다. 이때 억지로 삼키면 연구개, 식도, 위장에 연속적으로 부담을 주게 된다. 심하면 연구개가 손상되고 식도에 음식이 걸리는 식도 체기, 소화불량 등이 발생한다.
그럼 위장과 장의 운동성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위장과 비장에 추가 부담을 주지 말자. 위장의 운동성을 넘는 양의 음식이 들어가면 과도한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위장과 비장을 스스로 쥐어짜면서 억지로 운동한다. 따라서 몸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양의 식사가 필요하다.
둘째, 위장의 운동성을 적극적으로 증진하자. 건강을 적극적으로 증진 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한약의 보약과 운동이다. 위장의 운동성을 증진하려면 위로는 입에서 ‘씹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아래로는 걷기를 비롯한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특히 비장의 기능을 향상하면서 장의 운동성을 돕는 방법의 하나는 맨발걷기다. 엄지발가락과 엄지발가락을 따라 옴폭 들어간 부위가 흙, 모래, 돌 등에 의해 자극되면 비장이 튼튼해지면서 장의 운동성도 살아난다.
셋째, 식욕은 바로 생명력과 직결되므로 한의학의 도움을 받자. 소화가 안 된다고 해서 소화제를 달고만 살지 말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자. 사람마다 소화 능력 저하 원인은 다르다.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자. 내 몸의 전체 방해 인자를 제거하고 취약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궁극적으로 소화 능력을 회복해 식도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