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기후위기, 누적된 온실가스가 원인
지역특성에 맞는 탄소중립정책 절실
[고양신문]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나태주 ‘시’의 첫 문단이다. ‘마당을 쓴다’는 것과 ‘지구가 깨끗해졌다’는 말은 틀린 듯하지만 사실이다. 얼마 전 일본 다카야마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길거리에 낙엽 하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깨끗하여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빗자루로 집 앞 도로를 쓸고 있는 주민을 보고 나서 궁금증이 풀린 적이 있었다. 작은 일이 큰일과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 대응도 그렇다.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녹색생활 사업도 사회 전반의 기후적응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생활 속에서 누출되는 온실가스가 많은 도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고양신문 보도에 따르면 고양시의 온실가스 배출은 건물과 수송에서의 배출이 90%를 넘는다고 한다. 지역특성에 맞는 탄소중립정책이 필요한 단적인 예이다.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 배출을 줄이는 일은 말로는 단순하다. 건물에서 배출되는 냉난방에 사용되는 전기와 열은 대부분 간접배출에 해당한다. 이를 공급하는 발전소 에너지원을 바꾸거나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을 적용하여 배출을 줄이면 된다. 그러나 아직은 수소 등 청정 에너지원은 부족하고 비싸며, CCUS 기술 역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수송 부문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꾸고 대중교통 이용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태다. 이러는 사이에 우리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계속 공기에 누적되고 다시 극한기후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극한기후는 산업혁명 이후 공기 중에 누적된 온실가스가 원인이다. 이는 지금부터 온실가스 배출을 영(0, zero)으로 해도 앞으로도 매우 긴 시간 동안 기후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배출을 줄이는(reduction) 것과 더불어 이미 배출된 것을 없애는(removal) 것이 중요한 이유다. 탄소중립(net-zero)을 이루는 데도 마찬가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탄소중립(Net-Zero) 목표를 달성하는 데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DAC(Direct Air Capture, 공기 중 이산화탄소 직접 포집), BECCS(bio-energy with carbon capture & storage,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 저장) 등 탄소 ‘제거’ 사업이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수송 등의 누출과 잔여배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DAC 사업을 지원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DAC에 천문학적 투자로 사업을 선도하는 이유다.
기후위기 대응은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상향식 거버넌스 역할이 중요하지만, 명확한 비전과 리더쉽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모든 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 ‘의무’를 가지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1.5℃ 유지를 위해 최고 수준의 ‘야심’찬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극한기후 문제가 지구를 휩쓸고, 강도는 더욱 빠르게 거세지고 있다. 이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즉각적이고 급진적인 행동을 요구한다. DAC가 과감한 정책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고양시와 같은 배출 특성과 ICJ가 권고하는 최고 수준의 야심찬 목표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위한 상징적이며 전략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필요성은 그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 서초구는 DAC를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다른 지자체들도 스마트쉼터·가로조명 대체 등 다양하게 DAC를 검토하고 있다. 어느 지자체는 COP33 유치를 위한 비전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상징사업으로 DAC를 검토하고 있다.
DAC의 비전도 크고 명확하다. DAC로 포집한 공기 중 이산화탄소는 향후 e-fuel 등 청정에너지를 만드는 청정자원이 된다. 이제 DAC 등 기후위기 대응 기술을 미래 일자리를 만드는 신산업으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많은 나라가 이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수립될 지자체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DAC 등 다양한 ‘제거(removal)목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지구의 ‘대기’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와 양이지만, 마당을 쓰니 지구의 한 모퉁이가 깨끗해지는 것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작은 일이 곧 큰일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아마도 나태주 시인이 마당을 쓸고 아름다움을 느꼈을 때도 아침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새로운 아침이 필요하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