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아침 출근길, 어제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듯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핸들을 잡는 순간, 당신의 차는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바로 그 순간부터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로 변모한다. 숙취 운전은 단순히 술에 취한 채 운전하는 음주운전의 연장선에 있으며 어젯밤의 즐거움이 악몽으로 변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행동이다.

숙취 운전은 이미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수많은 음주운전 사고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음주운전 사고 10건 중 1건이 숙취 운전 사고라는 점이다. 

술을 마신 다음 날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인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는 소주 한두 잔 정도의 양으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실제로 한 언론 보도(2025년 8월 3일 게재)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이 지난 3월부터 7월 22일까지 약 5개월간 서울 지역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을 중심으로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숙취 운전이 무려 73건이나 적발됐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있었다. 숙취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어제 푹 잤으니 괜찮아’, ‘술 깨는 약을 먹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숙취 운전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더구나 숙취 운전은 일반적인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측 불가능한 혈중알코올농도 때문이다.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 속도가 달라 어제 마신 술의 양이 적다고 해도 다음 날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을 수 있다. 특히 수면 중에는 알코올 분해 속도가 느려져 잠을 잤다고 해서 술이 완전히 깨는 것은 아니다. 

이와 더불어 숙취 상태에서는 판단력과 운동능력이 저하된다. 숙취로 인해 두통, 피로감 등으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반사 신경이 둔화한다. 이는 운전 중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사고의 위험성을 더욱 높인다. 

무엇보다도 숙취 운전이 음주운전과 같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큰 문제다. 많은 운전자가 ‘내가 음주운전을 한 건 아니잖아’라는 잘못된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안일한 인식은 습관적인 숙취 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더 큰 사고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숙취 운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식 변화와 함께 사회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첫째, 대리운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술을 마셨다면 다음 날까지도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귀가 시에는 대리운전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둘째, 전날 술을 마셨다면 다음 날엔 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 알코올 분해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며 자고 일어났다고 해서 완전히 해독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날 음주를 했다면 다음 날에는 반드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셋째, 음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술 한 잔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 대신 ‘한 잔이라도 마셨으면 운전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넷째, 처벌을 강화하고 법적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숙취 운전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현행 혈중알코올농도 0.03%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대국민 캠페인 및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숙취 운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대국민 캠페인을 지속해서 전개하고 학교 및 기업 등에서 교통안전 교육 시 숙취 운전의 위험성을 강조해야 한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숙취 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명백한 범죄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당신의 인생은 물론 무고한 타인의 삶까지 앗아갈 수 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혹시라도 운전대를 잡으려 한다면 잠시 멈춰 서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당신을 위한 안전한 선택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를 지키는 현명한 길이다. 그러한 노력이 모이면 숙취 운전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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