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작가 이정모, 이현서, 김영주 등 신작 '붉은 여왕'

붉은 여왕 매개 통해 인류·생명 메시지 전달 SF동화

(왼쪽부터) 이정모 관장, 이현서, 김영저, 정명섭 작가
(왼쪽부터) 이정모 관장, 이현서, 김영주, 정명섭 작가

[고양신문] “기후 재앙, 식량전쟁, 대륙단위의 홍수, 해수면 상승, 마지막으로 찾아온 치명적인 곰팡이… 그들이 사라진 뒤 세상은 고요해졌다. 남은 것은 살아남은 자들뿐. 그리고 그중 가장 오래된 생명체 중 하나가 마침내 거울 앞에 섰다. 공룡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붉은 여왕은 여전히 달리고 있습니다.”

이정모 작가의 붉은 여왕은 쥬라기공원이 된 일산호수공원의 공룡들과 함께 등장한다. 고양시 유명인들인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김영주‧이현서‧정명섭 작가등이 SF 단편집 『붉은 여왕』을 출간했다. ‘붉은 여왕’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출발점으로, 생명과 진화, 존재의 윤리를 테마로 네 작가가 각기 다른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이 책은 자연과학적 상상력과 동화적 서사가 결합된 실험적 기획 SF다. 생명 존중과 기후위기, 소통과 진화 같은 주제를 아동청소년 독자의 눈높이에서 접근했으며, 각 단편은 독립된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상호텍스트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김영주 작가의 단편 ‘붉은 여왕’은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소녀가 ‘사랑의 묘약’을 통해 ‘더 나은 나’를 꿈꾸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는 이야기다. 외적 진화와 내면의 감정이 충돌하는 정체성의 역설을 발랄한 문체로 풀어냈다. 정명섭 작가의 ‘소녀 C’는 인간과 붉은 개미 간의 전쟁을 배경으로, 감정을 잃은 소녀가 윤리적 선택 앞에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 묻는다. 작가는 “거대해진 붉은 개미와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정모 작가의 ‘붉은 여왕과 거울 속 공룡’은 자아를 인식한 공룡이 인간의 진화 실험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의 작품에는 사월의 책 안희곤 대표, 김병민 작가 등이 과학자로 등장해 웃음을 주기도 한다. 
 
이현서의 ‘파동의 언어’는 고래족이 지배하는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인간 소녀가 언어와 초음파를 넘는 공명의 세계를 통해 타자와 소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고래족과 인간족의 대립은 소수자 문제를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결과다. 

작품 속 인용문들은 저마다 작가의 주제를 응축하고 있다. 김영주는 “결국 사랑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믿음”을, 이정모는 “멸종의 시대엔 협력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통찰을, 이현서는 “차별과 고립을 이겨낼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안한다. 정명섭은 “압도당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전복적 상상을 제시한다.

『붉은 여왕』은 우리 시대 SF가 감당할 수 있는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실험적 작품이자, 문학과 과학이 함께 만드는 상상력의 잔치다. 지금 이 순간, 독자 스스로 “나는 어떤 세계에서 살아남고 싶은가”를 되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소설은 1977년 실제로 우주로 발사된 탐사선 보이저 1호에서 시작됐어요. SF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 시대의 소수자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고래족이 지배하는 미래 지구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족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차별과 배제의 문제를 거울처럼 비춰줍니다.” 이현서 작가의 말이다.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김영주‧이현서‧정명섭 작가가 쓴 SF 단편집 ‘붉은 여왕’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김영주‧이현서‧정명섭 작가가 쓴 SF 단편집 ‘붉은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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