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 첫 취재기
[고양신문] 내가 고양시에 이렇게 진심이었나. 요즘 문득문득 드는 생각이다.
지역언론이라 하면 평화로운 논밭에서 동네 어르신을 인터뷰하는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상황은 훨씬 복잡하고 심각했다. 고양시가 곧 세계였다. 이 세계 곳곳에서 크고작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주민들은 신경을 세워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첫 출근 날 주간 뉴스체크 영상 촬영을 참관하며 고양시의 중요한 이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심코 지나친 ‘신천지 OUT’ 현수막은 이웃들이 거리에 나서고, 시의원 전원이 반대 의견서를 내며 막고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고양시의 폭우는 깜짝 놀라고 말 해프닝이 아닌, 사회적 약자의 보금자리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인재였다. 한낱 인턴임에도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내가 쓰는 기사가 이웃의 삶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사명감을 가득 안은 채 처음 맡은 임무는, 폭우로 인한 피해 현황과 지원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는 마음만큼 몸이 따라가질 못했다. 피해 현황을 알아오라고 했을 때 나는 ‘어느 지역에서 몇 건 발생’만을 생각했는데 고양시 전체 재산피해가 어떤지를 확인해야 했다. 피해 주민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유무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는지 피해 주민 입장이 되어 질문을 던져야 했다. 시청에 전화해 나의 직관에 따른 질문만 쏟아낸 결과는 처참했다. 이 내용으로는 독자들에게 어떤 유익한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다.
한동안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가 마음을 가다듬었다. 전화 내용을 큰 줄기삼아 구체적으로 궁금한 내용들을 뽑아냈다. 질문지를 만들어 사수 선배기자에게 검토 받은 뒤, 가방을 메고 시청으로 향했다. 신기함과 뿌듯함이 샘솟았다. 허둥대지 말자. 차분히 답변을 듣고, 놓친 부분을 확인하자. 연신 되뇌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메모 내용을 정리해 초안을 적고, 피드백을 받아 마침내 온라인 기사가 송출됐다. “잘했어”라는 사수의 말에 날아갈 듯한 기쁨과 안도를 느꼈다.
이곳에서는 숨만 쉬고 있어도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선배 기자들의 연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 나의 시야를 뜻밖의 영역으로 확장해준다. 따뜻하고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고양시 일들을 파악하고 있는 선배들에게서 생동감 있는 지역 기자의 모습을 본다. 인턴기자의 여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고양시에 대한 애정인지 고양신문에 대한 애정인지, 정체 모를 뭉클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인턴 기간이 그렇게 빨리 끝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는 호기로운 바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