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요양‧노인복지시설 탐방]
설문동 '더지극정성요양원 '

국내 첫 전실 1인실,  복지부 시범사업선정
"1인실을 사치 아닌 기본권으로 바라봐야
유니트케어 확산되면 요양 수준 한단계 오를 것"

[고양신문] “요양원은 병원이 아니라, 어르신의 ‘집’이어야 합니다.”
더지극정성요양원의 고미경 원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요양을 ‘돌봄’이나 ‘수용’의 관점이 아니라, ‘삶의 연속’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산 설문동 더지극정성요양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전 병실을 1인실로 설계한 유니트 케어 요양시설이다. 하나의 유니트는 9개의 1인실로 구성되며, 유니트마다 공동 거실과 생활지원 공간을 갖추고 있다. 65인의 입소자를 수용할 수 있으며, 물리치료실, 피부관리실, 간호사실 등 편의·의료 공간이 함께 배치돼 있다. 특히, 고령 어르신의 심신 안정과 생활 자율성을 중시한 공간 배치가 특징이다.

이러한 독립형 요양 구조는 처음부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1인실 중심으로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수익이 나겠냐’, ‘어르신들이 불편해하지 않겠냐’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우리는 ‘요양의 미래’를 먼저 실현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고미경 원장의 설명이다. 

시설은 2019년 문을 열었고, 개원 6개월 만에 정원 65명을 모두 채웠다. 이후 보건복지부로부터 유니트 케어 시범사업으로 지정 받으며, 요양 시스템 변화의 선도사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수천 명의 요양 관련 종사자들이 이 시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했고, 고양시는 물론 김포·부천·파주 등 인근 지자체에도 유사 모델의 요양원이 설립 중이다.

고미경 원장이 강조하는 건 ‘어르신의 선택권’이다. “대부분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순간, 입소자는 생활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맡기게 되죠. 하지만 여기선 외출도, 가족 방문도 자유롭습니다. 심지어 가족이 요양원에 와서 하루 머물며 같이 자고 갈 수도 있어요. 그런 공간이 진짜 요양원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더지극정성 입소 어르신들은 식사 시간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고, 가족이 찾아올 경우에는 사전 조율 없이도 바로 만날 수 있다. 복도와 공용 공간은 휠체어와 워커를 사용하는 어르신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 요양원 외부에는 정원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일상을 보낼 수 있다.

고미경 더지극정성요양원 원장
고미경 더지극정성요양원 원장

“정원에서 어르신이 요양원을 찾아온 손자손녀 손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져요. 어르신들은 그 한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씀하세요. 우리는 그 시간을 ‘치료’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냥, 삶이죠.”

1인실 구조가 어르신들의 심리·인지 기능 개선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고 원장은 설명했다. “치매가 있으신 분들이 공동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세요. 1인실에 오신 뒤로 감정 기복이 줄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분도 계셨어요.” 실제로 외부 자극 없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노인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뒷받침되고 있다.

더지극정성요양원은 일반 요양시설보다 다소 높은 비급여가 발생하지만, 고 원장은 “국가 정책적으로 장기요양보험 등과 연계해 보조가 가능해진다면, 1인실은 10년 내 한국 요양의 표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1인실을 ‘사치’가 아닌 ‘기본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설을 함께 설계하고 25년간 ‘지극정성요양원’을 운영해온 나윤채 회장(고양시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회장)은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요양의 본질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어르신이 선택하고, 존중받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죠.”
그는 고양시의 장기요양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고양시가 요양시설을 ‘과잉’이라고 보며 신규 설립을 억제하는 건 시대착오예요. 지금은 시설을 줄일 게 아니라, 어떻게 더 나은 구조로 전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고 원장은 요양보호사와 직원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입소 어르신의 존엄을 지키는 일, 감정적 동반자로서의 역할, 치매 어르신과의 의사소통 방식 등 실무 교육을 직접 설계하고 진행한다. “요양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일이죠.”
 
“더지극정성요양원은 작은 시도에서 출발했지만, 어르신의 삶을 바꾸고 가족의 생각을 바꾸고 있어요. 한국형 유니트 케어가 전국으로 퍼져나간다면, 우리는 요양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겁니다. 요양의 새로운 기준이 고양에서 시작됐다는 걸, 자부심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이 따뜻한 기억을 갖고 떠나게 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나도, 우리 가족도 이곳에서 가장 편안한 돌봄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문의 031-977-6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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