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 전망대를 바라보는 주민 시선

지난 24일 정발산 평심루에서는 주민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정발산공원 정상부에 전망대를 설치하는 사업에 대한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 주민들은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각자 의견을 밝혔다.
지난 24일 정발산 평심루에서는 주민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정발산공원 정상부에 전망대를 설치하는 사업에 대한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 주민들은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 각자 의견을 밝혔다.

50여명 주민 참석, 평심루서 현장간담회 
찬성파 “낡았고 침체된 일산, 변화 계기”
외지 젊은이·관광객 끌어 모아 활력 생겨 
반대파 “동네 뒷산 오르는 기쁨 빼앗겨” 
관광지 되면 주차문제, 자연훼손 불거져  


[고양신문] 일산신도시의 대표적 도심공원인 정발산공원 정상부에 전망대를 설치하는 사업에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4일 정발산 평심루에서 진행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 50여명은 전망대 설치에 대해 기대하는 쪽과 우려하는 쪽으로 양분됐다.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은 이기헌 국회의원(고양병,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초 35억원의 관련 예산(특별조정교부금)을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이슈로 떠올랐다. 이기헌 의원실의 이성한 보좌관은 이날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에 쓰이는 예산 35억원 외에도 이동 약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발산 둘레길을 무장애 데크길로 조성하는 예산 8억원, 기존 둘레길 정비 보완 예산 4억원도 확보했다”면서 “전망대 설치사업이 단순히 전망대 설치로만 끝나는 사업이 아닌 무장애 데크길과 서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김서현 선임비서관은 “정발산공원 전망대 위치와 구조물 형태는 현재 정해지지 않았다. 향후 고양시민, 시의회, 전문가, 고양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순차적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은 완공될 때까지 약 2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 간담회는 이기헌 국회의원실과 사업 실무부서인 고양시 푸른도시사업소 일산공원관리과가 마련했다.
이날 현장 간담회는 이기헌 국회의원실과 사업 실무부서인 고양시 푸른도시사업소 일산공원관리과가 마련했다.

“일산 침체, 하나라도 더 변화계기 있어야” 
이날 처음으로 마련된 현장간담회에서 주민들은 전망대 설치사업에 대해 그동안 품었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했다. 

대체로 전망대 설치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전망대가 관광객들을 끌어모아 침체된 일산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중산동의 한 주민은 “일산신도시는 30년 이상돼 노후화됐고 지역경제는 침체돼 일산의 젊은이들은 다른 도시로 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발산공원 전망대는 외지의 젊은이와 관광객을 일산으로 오게 하고 그들이 우리지역에서 소비를 하게 하는 변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발산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주민은 “일산의 부동산 가치가 저평가되고 경제가 침체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산의 핵심부에 있는 상가건물마저도 공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도를 하나라도 더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15년 거주했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성장하면 죄다 고양시를 빠져나간다. 아이들이 고양시 안에서 일을 하고 사업을 하고 고양시를 사랑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려면 이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자랑할 수 있는 시설이 좀 더 많이 생겨나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정발산 평심루 인근에 내걸린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 반대 현수막
정발산 평심루 인근에 내걸린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 반대 현수막

“정발산에 기대 사는 주민에겐 청천벽력”    
반대의 목소리도 거셌다. 반대 주민들은 정발산 인근 마을주민들의 삶 침해, 주차 문제 악화, 자연 훼손 문제 등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특히 인근 주민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위안을 제공하는 아늑한 공간이었던 정발산이 본래 가졌던 기능이 퇴색된다는 우려가 컸다. 마두동의 한 주민은 “정발산에 기대어 사는 인근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면서 "지금까지 조용히 동네 뒷산을 오르는 기쁨을 누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관광지로 만들어버리면 붐비는 사람과 차 때문에 그동안의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발산에 피어 있는 망태버섯의 아름다움에 멈춰서 정발산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곤 했다”는 정발산동의 한 주민은 “호수공원 전망대, 킨텍스 고층건물 등 일산에는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구조물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산림을 훼손하며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정발산 주위 주차 문제를 더 악화시키면서, 유지 관리 비용이 더 필요한 전망대를 굳이 세워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외지인에게 정발산을 알리고 싶다면 전망대를 세우기보다는 생태해설 프로그램을 확충하든지, 역사 안내표지판을 더 세운다든지, 자연친화적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갖춘 체험공간을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마두 1동의 한주민은 “이곳 평심루에서도 도심 전망이 가능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예쁜 정발산에 꽃만 잘 심어놓아도 관광버스가 온다.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는 고양시가 기왕에 추진하던 정책으로 해결할 일이지 왜 정발산을 이용하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발산에 근접한 정발마을 청구빌라에 사는 한 주민은 “현재도 정발산 둘레길로 인해 청구빌라에 사는 주민들은 사생활 침해를 받고 있는데, 전망대가 설치되면 더 큰 침해를 받을 것”이라며 “만약 전망대가 설치된다면 청구빌라에서 가장 먼 쪽에 설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발산 전망대 설치를 사전에 주민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마두동의 한 주민은 “35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 이전에 정발산에 전망대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절차는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은 이기헌 의원이 제안하고 예산을 확보하며 시작된 사업이지만,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고양시 푸른도시사업소 일산공원관리과다. 권순군 일산공원관리 과장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정발산 생태 훼손은 최소화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공론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니 저희 공원관리과로 많은 의견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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