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반토막에 2년째 수당 ‘0원’
법원도 ‘임금체불’ 판결했지만
운영비 확대 요구에 시 묵묵부답 
시 “체육회 자성 노력이 먼저”

지난 21일 고양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오효진 공공연대노조 고양시체육회 교섭위원이 체육회 임금체불 해결을 위해 고양시가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1일 고양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오효진 공공연대노조 고양시체육회 교섭위원이 체육회 임금체불 해결을 위해 고양시가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고양신문] “지난 2년간 저희는 생계 위협을 받으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노위와 법원 모두 임금체불이 맞다고 인정했지만, 고양시는 ‘우리가 줄 돈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요. 이로 인해 직원들의 이직이 속출하고, 남은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양시체육회 직원들이 2년 가까이 이어진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지난 21일 고양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해 법원을 통해 인정된 체불임금의 즉각적인 지급과 고양시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시 보조금 삭감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직원들의 생계 문제를 넘어 100만 특례시의 체육 행정 시스템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태다. 


50% 넘게 깎인 예산… 2년째 수당없이 기본급만
사태의 발단은 2024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시의회는 운영상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체육회 사무국 운영비 예산을 기존 9억6000만원에서 4억원대로 50% 이상 삭감했다. 9억6000만원 중 대부분이 직원들의 인건비였기 때문에, 이 같은 대규모 삭감은 곧바로 직원들의 임금 문제로 직결됐다.

결국 체육회는 2024년부터 각종 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못하고 기본급만 겨우 지급하는 파행적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실제 수령하는 임금은 기존보다 약 30%가량 줄었다. 공공연대노조 고양시체육회 지회 측에 따르면 현재 체육회 직원들의 임금체불 금액은 1인당 1200만원에서 최대 3700만원에 달했다. 생활지도사들 또한 활동여비, 선임수당 등이 삭감되면서 1인당 약 250만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2025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아예 시 예산부서가 삭감된 4억원대 예산을 기준으로 예산안을 편성했으며, 내년 본예산 또한 비슷한 규모로 예산이 편성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법원도 ‘임금체불’ 인정…시는 “자성노력 우선”
직원들은 결국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임금체불 문제를 제소했고, 법원은 최종적으로 직원들의 손을 들어주며 체육회 측에 ‘임금 지급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법적 판단이 내려졌음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체육회는 특성상 시 보조금 100%로 운영되는 기관이라 자체 자산이 전무해 지급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고양시는 예산지원 요청에 앞서 체육회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관련법상 체육회 직원들의 고용주는 체육회장이기 때문에 임금체불과 관련해 고양시가 책임질 부분은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체육회 정상 운영을 위한 운영비 확보 요구에 대해서도 “현재 체육회 조직이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보조금 심의 평가도 안 좋게 나왔기 때문에 예산삭감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며 “예산 확대 요구에 앞서 먼저 체육회 직원들의 자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 관계자는 “체육회가 고양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인 만큼 시가 원청으로서 임금체불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현재 법률원 등에 시의 책임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회장 공백, 직원 이탈… 시민 피해로 확산
체육회 직원들은 “몇몇 사람들의 문제를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돌려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부당한 집단 처벌”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직원은 “시가 문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식의 압박만 가하고 있다”며 “결국 절벽 끝으로 내몰린 것은 힘없는 직원들”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체육회의 조직 와해 또한 현실화되고 있다. 민선 2기 체육회장은 재판 문제로 2024년 1월부터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며, 사무국장 자리도 공석이다. 직원들 역시 계속되는 임금체불을 견디지 못하고 이직하거나 무단결근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기존 12명이던 정원은 현재 7명까지 줄었다. 

인력 공백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생활체육을 직접 지도하는 생활체육지도자 또한 줄어들면서 100만 특례시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체육 프로그램의 양적, 질적 저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한 직원은 "인구 20만 시군의 체육회보다도 못한 상황"이라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고양시민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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