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드림쉐어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협동조합 바이블』 출간

설립보다 중요한 건 ‘지속가능한 운영’
흔한 실수만 피해도 절반은 성공

협동조합 상담 1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펴낸 이기대 드림쉐어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협동조합 상담 1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펴낸 이기대 드림쉐어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고양신문]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협동조합들 중 상당수가 운영의 어려움을 겪으며 문을 닫는 현실 속에서, 현장의 갈증을 풀어줄 단비 같은 책이 출간됐다. 10년간 협동조합 상담, 교육, 컨설팅 현장을 지켜온 이기대 드림쉐어링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펴낸 『협동조합 바이블』이 바로 그 책이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각종 매뉴얼과 지침을 하나로 모으고, 딱딱한 이론 대신 현장의 생생한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의 설립부터 운영, 해산까지 전 과정을 담았다. ‘바이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협동조합을 시작하려는 사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1~2년 차 조합,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과 공무원까지 모두를 위한 필독서를 자처한다. 지난 27일, 저자인 이기대 이사장<사진>을 일산동구 백석동에 위치한 세리서점에서 만나 책에 담긴 10년의 내공과 한국 협동조합 생태계의 현주소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갈등과 분배, ‘사람의 사업’을 위한 현실적 해법
이기대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갈등’과 ‘분배’ 문제를 꼽았다. 그는 “사람들이 모여 비즈니스를 하는 조직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라며, “이를 피하기보다 현명하게 관리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협동조합의 갈등이 크게 세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책에서는 갈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워크숍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뤘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에요.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정관에 ‘규약이나 규정으로 정한다’고 위임해놓고 정작 그 내규를 만들지 않아 문제의 소지를 남기고 있죠.”

특히 돈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많은 협동조합이 ‘수익이 나면 똑같이 나누자(N분의 1)’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하지만, 이는 무임승차자를 낳고 결국 성실한 조합원의 의욕을 꺾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초의 협동조합인 로치데일 조합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용실적 배당’이었습니다. 조합의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한 사람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워야 해요. 그래야만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건강한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배당의 원칙을 설명하고, 우리 조합만의 합리적인 분배 규약을 만드는 예시를 상세히 담았습니다.”

“몰라서 당한다”… 현장에서 가장 흔한 실수 두 가지
책에는 이 이사장이 수많은 상담과정에서 발견한 협동조합들의 ‘단골 실수’들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그는 특히 두 가지 행정 실무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바로 ‘임원 중임 등기’와 ‘출자금 환급’이다.

“임원 임기가 끝나고 연임돼 구성원이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하지만 연임 시에도 반드시 ‘중임 등기’를 해야 합니다. 이를 놓치면 등기 해태로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내지 않아도 될 돈을 내는 셈이죠.”

출자금 환급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친한 사이라는 이유로 조합원이 탈퇴할 때 즉시 출자금을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횡령이나 배임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출자금 환급은 회계연도가 끝난 후 정기총회에서 정식으로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또한 조합에 손실이 발생했다면 그 손실액을 제한 금액을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에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 문제는 더욱 투명하고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아 신뢰가 깨지고 법적 문제까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감사’ 역할이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대부분 이사장과 친하거나 가장 조용한 사람이 감사를 맡습니다. 하지만 감사는 문제가 터진 뒤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횡령이나 부실 운영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규모가 작은 협동조합일수록 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죠.”

『협동조합 바이블』의 목차
『협동조합 바이블』의 목차

고양시 사회적경제, ‘사람’과 ‘공간’에 투자해야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고양시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이 이사장은 많은 협동조합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단발성 지원과 교육 문제를 지적했다.

“협동조합은 엄연한 창업입니다.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없어요.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일회성 교육에서 벗어나, 창업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아카데미 형식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그는 고양시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테면 침체되고 있는 라페스타 같은 상업지구를
‘소셜 벤처 타운’으로 조성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판교에 IT 기업이 모여 시너지를 내듯, 고양시가 특정 공간을 매입하거나 장기 임대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 벤처에게 저렴하게 제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집적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이를 통해 기업 간 협업이 활성화되고, 고양시만의 특화된 사회적경제 메카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정책의 전제 조건은 결국 ‘사람’이다. 이 이사장은 고양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불안정한 인력 구조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센터 실무자들이 대부분 2년 계약직으로 채워지다 보니 전문성이 쌓일 틈이 없습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모든 것이 리셋되는 상황이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어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안정적으로 일하며 현장과 소통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기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이사장은 “이 책이 협동조합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든든한 나침반이, 현장을 지원하는 분들에게는 전문성을 키우는 교과서가 되길 바란다”며, “궁극적으로는 내실 있는 협동조합들이 많이 생겨나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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